[SIHH 2017] A Forward in Precision and Performance
진보와 전통이 공존하는 워치메이킹 분야. 그 덕에 스위스의 시계 명가는 시간이 흐를수록 다채로운 기능을 선보일 수 있다. 이들의 활약은 2017년에도 계속된다. 집념의 결과로 완성한 하이 컴플리케이션 워치를 필두로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기발한 기능의 메커니즘, 과학이라 불러도 좋을 셀레스티얼 워치, 여기에 최첨단 신소재 등장까지! SIHH에서 만날 수 있는 혁신의 결정체를 추렸다.
High Complication
일반적인 투르비용과 미니트리피터는 이제 식상하다(여전히 구사하기 어려운 기술임에도)! 매뉴팩처의 독창성과 DNA를 품고 쉼 없는 연구 개발을 통해 완성한 하이 컴플리케이션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CARTIER
Rotonde de Cartier Minute Repeater Mysterious Double Tourbillon
블랙 로듐 도금 처리한 부품과 허공에 떠서 유영하는 듯한 플라잉 투르비용 케이지(10시 방향)가 어우러져 손목 위에서 신비하고 오묘한 광경을 연출한다. 6시 방향의 해머 한 쌍은 다이얼 가장자리의 공을 때리며 크고 청아한 소리로 시간을 알린다. 메종의 상징인 미스터리 무브먼트와 하이엔드 메커니즘인 미니트리피터의 완벽한 조화! 특히 이 시계는 최상의 소리를 선사하기 위해 케이스와 무브먼트 자체의 무게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내부를 도려내 가볍게 만든 티타늄 케이스, 무브먼트를 고스란히 드러낸 다이얼 구조가 좋은 예. 게다가 해머를 치는 부분인 공의 소재와 모양에 따라 소리의 풍부함이 달라지기 때문에 경화 스틸 소재의 사각 형태 공을 무브먼트 가장자리에 둘렀다. 한편, 탑재한 투르비용이 하나임에도 ‘더블’이라 이름 붙인 이유가 있는데, 중력을 상쇄하기 위한 이 멋진 부품이 1분에 1회 자전하는 동시에 사파이어 크리스털 디스크 위를 5분마다 공전하기 때문이다. 제네바 실 인증을 받은 무브먼트 9407 MC는 448개의 부품을 사용했음에도 두께가 6.05mm, 이를 포함한 케이스조차 두께 11.15mm에 불과하다(케이스 지름은 45mm).

1 A. Lange & Sohne 2 Montblanc 3 Jaeger-LeCoultre
A. LANGE & SOHNE
Tourbograph Perpetual ‘Pour le Merite’
퓌제 앤 체인(fusee-and-chain) 트랜스미션은 배럴(태엽통)에 연결한 체인을 일정한 간격으로 풀어 불필요한 동력 손실을 막는 동시에 힘을 일정하게 분배하는 역할을 하는 기술이다. 랑에 운트 죄네는 이 시스템을 탑재한 시계를 일컫는 ‘푸르르 메리트’의 다섯 번째 모델을 출시했다. 그것도 중력을 상쇄하는 투르비용, 특정 구간 시간의 흐름을 연속으로 측정할 수 있는 더블 크로노그래프(라트라팡트), 2100년까지 날짜 조정이 필요 없는 퍼페추얼 캘린더 등 하이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한데 품은 채로! 이를 위해 독일의 시계 명가는 684개(체인 부품을 포함하면 총 1319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새 핸드 와인딩 칼리버 L133.1을 개발했는데, 보통 라트라팡트와 퍼페추얼 캘린더는 힘의 소모가 많은 기능이라 함께 탑재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랑에는 보란 듯이(!) 이를 성공시켰다.
MONTBLANC
Heritage Chronometrie ExoTourbillon Rattrapante
무브먼트의 심장인 밸런스 휠이 케이지 밖에 자리한 독특한 구조의 엑소투르비용은 몽블랑의 하이엔드 매뉴팩처링을 대변하는 핵심 요소다. 특허를 획득한 이 부품은 투르비용 케이지의 크기를 축소하는 것은 물론, 밸런스 휠의 무게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동력 절감 측면에서도 30% 이상이 향상됐다. 게다가 1분에 1회 회전하는 보통의 투르비용과 달리 4분에 1회 회전하는 덕에 정교한 움직임을 육안으로 더욱 잘 즐길 수 있다(중력을 상쇄하는 본연의 기능에는 변함없다고). 기술력의 과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하나의 푸시 피스(크라운에 함께 장착)로 작동하는 크로노그래프로 모자라 더블 크로노그래프 기능까지 얹었고(2시 방향의 푸시 피스로 작동), 6시 방향의 서브 다이얼로 홈 타임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듀얼 타임 기능(8시 방향의 푸시 피스로 조정)까지 더했다. 균형 잡힌 다이얼 구성, 섬세한 마감 처리, 최고급 소재 사용 등의 부연 설명은 이쯤 되면 부수적이다.
JAEGER-LECOULTRE
Hybris Artistica Mysterieuse
메종의 혁신적 창의성을 품은 히브리스 아티스티카 컬렉션의 새 모델 미스테리외즈다. 밤하늘을 닮은 어벤추린 다이얼 위에 아라베스크 패턴의 스켈레톤 머더오브펄 디스크를 더해 예술적 면모를 뽐내며, 아치형 캐리지가 인상적인 플라잉 투르비용을 탑재해 하이엔드 기계식 시계의 정수라 할 만하다. 그런데 반드시 있어야 할 시곗 바늘이 온데간데없다. 이 시계의 이름에 ‘미스터리’가 붙은 이유가 바로 그것! 투르비용 케이지는 자전과 동시에 다이얼 주위를 돌며 그 자체로 시침 역할을 하고, 다이얼 가장자리의 머더오브펄 디스크 역시 시간당 1회 회전하며 분을 알린다(2시 방향의 골드 삼각형이 분침으로, 사진 속 시계는 현재 4시 10분). 더욱이 이 시계는 베젤을 제외한 핑크 골드 케이스 전체를 스켈레톤 형태로 깎아 예거 르쿨트르가 추구하는 수공예 정신인 메티에라르(metiers rares)를 대변한다.

VACHERON CONSTANTIN
Les Cabinotiers Symphonia Grande Sonnerie 1860
2015년 57개의 컴플리케이션을 담은 포켓 워치 Ref. 57260에 필적할 만한 모델이 SIHH에 모습을 드러냈다. 소리로 시간을 알리는 차임 워치 중에서도 극소수의 매뉴팩처만 만들 수 있는 그랑 소네리가 바로 그것. 그랑 소네리는 작동자가 레버 혹은 버튼을 눌러 소리를 듣는 미니트리피터와 달리 정각 그리고 매시 15분마다 공이 해머를 때리는 정교한 메커니즘이다. 자동으로 소리를 알려야 하기에 미니트리피터보다 복잡하며, 프티 소네리와 미니트리피터 기능을 기본 사양(?)처럼 제공한다. 더욱이 하루에 96회 차임 기능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동력의 공급 또한 주요 과제(15분 간격으로 시간당 4회). 이를 위해 바쉐론 콘스탄틴은 2개의 배럴을 새 무브먼트 1860에 탑재했으며 그중 하나는 시간을, 다른 하나는 차임 기능을 관장한다. 한편, 이 시계는 한 명의 마스터 워치메이커가 500여 시간에 걸쳐 727개의 부품을 조립·조정 후 완성했는데, 백케이스에 드러난 복잡한 무브먼트와 달리 시계의 다이얼은 남은 동력을 알리는 2개의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탑재하고도 이상하리만큼 심플하다. 이 작품이 더욱 도드라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이얼을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아도 드러나는 시계의 진가! 참고로 이 시계를 통해 바쉐론 콘스탄틴은 그랑 소네리 손목시계를 보유한 매뉴팩처가 됐지만, ‘자랑스럽게도’ 이들은 1827년부터 포켓 워치에 이 기능을 담았다.
Unique Performance
하이엔드 시계 명가의 특징 중 하나는 머릿속에 맴돌던 기발한 생각을 현실화한다는 데에 있다. 게다가 브랜드가 추구하는 철학과 디자인 코드를 적절하게 버무려냈다. 2017년 SIHH를 빛낸 독창적 시계의 향연!

VAN CLEEF & ARPELS
Lady Arpels Papillon Automate Watch
스치듯 보면 메종의 상징적 모델 중 하나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눈부신 주얼 스톤과 장인정신이 깃든 에나멜로 한껏 치장한 다이얼 위에 놀라운 기술력을 얹었다. 다이얼 왼쪽에 자리한 나비가 그 주인공으로, 한 쌍의 날개(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시키는 플리카주르 에나멜링으로 완성)가 시계 착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유려하게 펄럭인다. 더욱 재미있는 건 시계에 남아 있는 동력에 따라 날갯짓은 1번에서 4번 사이를 오가며, 펄럭임의 속도 또한 차이가 난다는 사실. 그 때문에 이 아름다운 시계를 손목에 얹은 날엔 팔을 경쾌하게 흔들어야 할지도! 랜덤 형식의 이 날갯짓은 8시 방향에 자리한 푸시 피스를 눌렀을 때에도(온 디맨드 모듈) 구현된다. 마스터피스의 탄생!

1 Cartier 2 A. Lange & Sohne 3 Montblanc
CARTIER
Panthere Joueuse
<노블레스> 2월호를 통해 독점으로 선공개한 팬더 주외즈는 파인 워치메이커와 하이 주얼러의 장기를 두루 확인할 수 있는 여성용 시계다. 에메랄드 눈이 매혹적인 팬더의 머리를 다이얼 가운데에 두고 앞발 한쪽과 공 하나를 놓았다. 앞발은 분침, 공은 시침 역할을 하며 다이얼을 회전한다. 시곗바늘을 다른 오브제로 대체한 비교적 심플한 원리지만, 이를 동물의 앙증맞은 공놀이로 표현할 수 있는 건 오직 까르띠에뿐이다.
A. LANGE & SOHNE
Zeitwerk Decimal Strike
자이트베르크 컬렉션의 상징인 점핑 디스크로 시간을 표기하는 독특한 디스플레이에 소리로 시간을 알리는 리피터 기능을 더해 더욱 특별한 모델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10분(decimal) 단위로 소리를 알리는 독보적 방식을 적용한 것. 사진의 시계는 현재 7시 52분. 4시 방향의 푸시 피스를 누르면 다이얼 하단에 솟은 해머가 공을 치며 일곱 번의 낮은 사운드, 다섯 번의 이중 사운드(해머 2개가 번갈아가며 친다), 두 번의 높은 사운드를 낸다. 15분 단위로 계산하는 기존의 리피터 방식이 아닌 것. 2015년에 처음 공개한 메커니즘으로 올해는 랑에 고유의 허니 골드 케이스에 오롯이 담겼다.
MONTBLANC
TimeWalker Chronograph 1000
크로노 작동 시 무려 1/1000초 단위까지 측정 가능한 고정밀 기능을 구사한다. 이를 위해 몽블랑은 이 시계에 2개의 심장, 즉 한 쌍의 밸런스 휠을 탑재했는데 크로노를 관장하는 밸런스 휠의 경우 시간당 36만 회(50Hz) 고진동하며, 1/1000초 측정을 위한 별도의 휠도 있다. 중앙의 레드 컬러 바늘이 1/100초 크로노 핸드이며 1/1000초의 경우 12시 방향의 레드 컬러 화살표로 읽는다. 즉 사진 속 시계가 측정한 크로노그래프 시간은 2분 17초 326. 다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완성한 메커니즘을 몇 줄의 문장으로 설명하긴 결코 쉽지 않지만 확실한 건 이 시계가 몽블랑의 진보와 혁신을 방증하는 제품이라는 사실이다.
The Universe on Your Wrist
지구와 태양, 그 사이에 놓인 달과 수많은 별이 만들어내는 우주의 원리는 시계 분야에서 언제나 중요한 관심거리이자 논제였다. 올해도 하늘의 움직임을 담은 다양한 시계를 선보였다. 그중 주목해야 할 모델 2.

VACHERON CONSTANTIN
Les Cabinotiers Celestia Astronomical Grand Complication 3600
시계에 대한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3가지로 나뉘는 시간 표기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먼저 상용시(평균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시간 단위로 1년을 365.25일, 하루를 24시간, 매시를 60분으로 나눈다. 다른 하나는 태양의 일주운동을 기준으로 하는 태양시로 실제 궤도를 기준으로 시간을 재며, 상용시와의 오차 범위는 약 +14분에서 -16분(태양시에서 상용시를 뺀 것을 균시차라고 칭한다). 마지막은 자오선에서 관찰되는 ‘고정된’ 별의 거리를 계산해 측정하는 항성시로 평균시와 1일 4분 정도의 차이가 난다. 이처럼 천문학자가 아닌 이상 사용하지 않는(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시간 측정법을 케이스 지름 45mm, 두께 13.6mm에 불과한 작은 손목시계에 오밀조밀 담은 시계가 바로 올해 메종 바쉐론 콘스탄틴이 자신 있게 공개한 마스터피스, 캐비노티에 셀레스티아 애스트로노미컬 그랑 컴플리케이션 3600이다. 시계 앞면과 뒷면에는 앞서 말한 3가지 시간을 알리는 핸드 외에도 균시차, 문페이즈, 월령, 일출/일몰 시간, 낮·밤 길이, 스카이 차트, 퍼페추얼 캘린더, 황도십이궁, 계절 표시, 투르비용, 21일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등 총 23개의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탑재했고, 착용자가 위치한 곳의 조수간만 차와 지구와 달, 태양의 위치를 알 수 있는 3D 형태 인디케이터(10시 방향)는 과학책에서나 볼 수 있던 모습! 이 시계는 익명의 주문자의 요청으로 5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완성했으며, 전 세계에 단 한 점만 존재하는 유니크 피스다. 그렇기에 같은 걸 손에 넣을 수도, 또 원한다고 주문을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이 제품이 메종과 시계업계에 의미 있는 건 오랜 역사를 지닌 천문시계의 자랑스러운 혈통을 계승했고, 또 천문학이 시계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계 자체도 매우 흥미롭지만 260년의 역사를 이어온 최고급 매뉴팩처에 이 시계를 주문한 이의 얼굴이 더 궁금해 진다.

GIRARD-PERREGAUX
Tri-Axial Planetarium
미니어처 페인팅으로 정교하게 표현한 문페이즈와 지구본을 연상시키는 구체가 눈에 들어오는 트리-액시얼 플라네타리움은 SIHH로 복귀한 지라드 페리고가 선보인 하이 컴플리케이션 워치다. 무엇보다 5시 방향의 지름 13mm 구체에 눈길이 가는데, 이것은 마치 지구가 자전하듯 하루에 한 번 회전하며 전 세계의 시간을 읽을 수 있는 인디케이터 역할을 한다(구 아래에 놓인 골드 소재 화살표는 낮 12시를 의미해 이를 중심으로 전 세계의 대략적 시간을 확인 한다. 또한 백케이스를 통해 구의 반대편을 확인할 수 있고, 그 지역은 현재 밤 시간대다). 천문 기능과 함께 주목해야 할 것은 9시 방향에 놓인 트리-액시얼 투르비용으로, 보통 축 하나를 기준으로 회전하는 것과 달리 여기에 탑재한 케이지는 3개의 축에서 각각 다른 속도(30초, 1분, 2분)로 통합 회전하며 중력을 상쇄한다. 여러 축이 동시에 회전해 정확도는 물론 시각적 아름다움까지 선사한다.
Material Freak!
소재에 관한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은 하이엔드 매뉴팩처링을 평가하는 또 하나의 바로미터. 신소재는 시계 안팎을 넘나들며 적용되고, 사용하는 종류 또한 상식을 뛰어넘는다. 지금 소개하는 명기들처럼 말이다.

RICHARD MILLE
RM 50-03 Tourbillon Split Seconds Chronograph Ultralight McLaren F1
혁신을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리차드 밀(브랜드의 태생 자체가 혁신 아닌가!)이 시계 역사에 다시 나오기 힘들 마스터피스를 선보였다. 무브먼트 무게 7g, 스트랩을 포함한 시계 전체 무게가 40g에 불과한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기계식 크로노그래프 RM 50-03이 그 주인공! 이러한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데에는 단연 소재 역할이 큰데, 리차드 밀은 티타늄, 카본 TPT™, 이들이 새롭게 개발한 합성 소재 그라프 TPT™(카본 TPT™와 그라핀의 혼합물) 모두를 케이스 소재로 택했다. 참고로 표면에 드러나는 아름다운 물결 패턴이 매력적인 카본 TPT™는 가볍고 부식에 강하며 탄성이 좋다. 그라핀 역시 강철보다 6배 가볍고, 200배 단단해 시계의 소재로 훌륭한 물성을 지닌다. 결국 리차드 밀은 기본기가 탄탄한 소재를 더욱 빛내줄 소재를 찾았고, 이 둘을 한데 아우르는 케이스 가공에 성공한다. 이를 위해 영국의 맨체스터 대학교, 맥라렌, 리차드 밀의 신소재 기업 NTPTⓡ이 힘을 더했다. 무브먼트에서도 혁신은 이어진다. 티타늄과 카본 TPT™를 주요 부품에 사용하고 이를 스켈레톤 처리한 덕분에 투르비용과 스플릿 세컨드를 한데 아우른 하이 컴플리케이션임에도 그 무게가 7g에 불과하다. 크로노그래프 부품의 꽃인 칼럼 휠의 변화도 주목하자. 기존에 리차드 밀은 전통적 방식의 칼럼 휠(8개의 기둥으로 만든)을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칼럼의 수를 6개로 줄이는 혁신을 시도했다. 그 결과 지속적으로 정확한 움직임이 가능하고, 기능을 멈추는 데 수월하며, 접촉면이 줄어든 만큼 향상된 내구성을 보장한다. 한편, 시계의 외관은 말할 것도 없이 맥라렌의 다양한 디자인 요소에서 가져왔는데, 단순히 품세만 따온 것이 아니다. 최고의 퍼포먼스를 뽐내는 F1 머신의 기능적 측면도 차용했다. 이를테면 서스펜션 구조에서 영감을 받은 트랜스버스 케이지(무브먼트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부품)처럼 말이다.

PANERAI
LAB-ID™ Luminor 1950 Carbotech 3 Days
다이얼이 심플하다고 그 너머에 숨은 기술력까지 단조로울 거란 생각은 접어두자. 파네라이 아이디어 워크숍(Laboratorio di Idee)이 야심차게 준비한 랩-ID™의 곳곳에는 혁신이라 칭할 만한 요소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우선 이들은 카본이라 불리는 탄소를 자유로이 다뤘는데, 카보테크라는 탄소섬유 기반의 합성 소재 케이스(매우 가볍고 외부 압력에 강하며 피부에 자극이 적다), 탄소 나노 튜브로 코팅한 다이얼(빛의 흡수와 반사를 최소화해 검은색이 더욱 도드라진다), 탄소에 세라믹 기반의 탄탈륨을 합성한 무브먼트 브리지와 플레이트(마찰이 적고 윤활이 필요 없다)가 대표적 부품. 게다가 시계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이스케이프먼트는 실리콘 소재를 사용하고, 휠은 DLC 코팅 처리해 이 역시 별도의 윤활이 필요치 않다. 그래서인지 이 시계는 전례 없는 50년의 품질보증기간을 내세웠다. 블루 컬러 슈퍼루미노 바 코팅 처리한 인덱스와 핸드의 변신은 여타 결과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블루 인덱스와 핸드는 분명 파네리스티(파네라이 애호가)의 수집욕을 자극하는 최고의 요소지만!
에디터 이현상(ryan.lee@noblesse.com)
사진 제공 SIHH 디자인 이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