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술계를 이끌어가는 힘
세계 미술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아방가르드 1세대 작가들에게 바통을 넘겨받은, 1970~1980년대 이후 출생한 신진 작가들은 중국 국내외 예술기관 등의 후원에 힘입어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세계 미술품 판매의 30%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국 미술계. 단순히 국가적 지원과 중국 컬렉터의 거대 자본이라는 경제적 수혜, 유머러스한 사회 풍자라는 예술적 특성만으로 지금의 결과를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국제 미술 시장을 점령한 중국 아방가르드 1세대 작가, 그리고 1970~1980년대 이후 출생한 70·80허우(后) 세대의 신진 작가들이 국내외 미술기관과 미술상을 기반으로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살펴보자.

1 베이징 코뮌의 대표 작가 왕광러의 ‘130130 ⓒ Beijing Commune
2 샹아트 갤러리에 소속된 젊은 작가 장딩의 ‘Enter the Dragon’ ⓒ Zhang Ding Studio and ShanghART Gallery
자국 갤러리의 발전과 함께 성장하다
과거 중국 미술 시장은 고미술이나 수묵화 등이 주를 이루는 경매와 같은 2차 시장 위주로 움직였다. 현대미술 작가들이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공간은 1990년대 초반 외국인이 설립한 화랑이나 간헐적인 전시를 여는 대사관이 전부. 1991년 브라이언 월리스(Brian Wallace)가 설립한 베이징의 레드 게이트 갤러리(Red Gate Gallery), 1996년 로렌즈 헬블링(Lorenz Helbling)이 오픈한 상하이의 샹아트 갤러리(ShanghART Gallery) 등이 대표적이다. 당시 문을 연 갤러리 중 현재까지 건재한 시스템을 갖추고 영역을 굳건히 하고 있는 곳은 샹아트 갤러리뿐이며, 이곳에는 양푸둥(Yang Fudong), 쩡판즈(Zeng Fanzhi), 장딩(Zhang Ding) 등 50여 명의 작가가 소속되어 있다. 샹아트 소속의 젊은 작가 중 단연 눈에 띄는 이는 1977년생인 쉬전(Xu Zhen). 메이드인 컴퍼니(Madein Company)를 만들고 공장형 대규모 협업 작업을 통해 중국의 현대 팝아트를 구축한 작가로, 최근엔 메이드인 갤러리(Madein Gallery)를 개관해 90허우 세대 작가(1990년대 이후 출생한 작가)를 발굴하는 데 매진 중이다. 그는 롱 뮤지엄(Long Museum)과 울렌스 현대미술센터(Ullens Center for Contemporary Art, UCCA)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하고 중국 현대미술상(Chinese Contemporary Art Award, CCAA)의 최고 작가상을 수상하는 등 중국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1996년 샹아트 갤러리 오픈 당시만 해도 중국의 굵직한 갤러리는 베이징에 편중돼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중국 현대미술이 큰 인기를 끌면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 이전까지 일본과 한국 등 해외에서도 갤러리가 몰려들어 베이징은 물론 지방 도시까지 퍼져나갔다. 그렇게 갤러리가 급속한 팽창을 이어가던 중 2008년 금융 위기가 닥치자 독자적 시스템으로 경쟁력을 갖춘 갤러리만 살아남게 되는데, 광저우와 베이징을 기반으로 한 비타민 크리에이티브 스페이스(Vitamin Creative Space), 베이징의 베이징 코뮌(Beijing Commune), 상하이의 레오 쉬 프로젝트(Leo Xu Projects)가 대표적이다.

메이드인 갤러리를 개관한 작가 쉬전의 작품.
Eternity – Reclining Woman: Elbow, Othryades the Dying Spartan, Adorant, Inkjet Print, High Density Chevron Board, Wood, Metal, Acrylic, Ants, 342.4×504.6×100cm, 2016
ⓒ ShanghART Gallery and Alessandro Wang
2002년 영국의 골드스미스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장웨이(Zhang Wei)와 작가 후팡(Hu Fang)이 세운 비타민 크리에이티브 스페이스는 독립적 예술 공간과 상업 갤러리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시도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영상 작가 차오페이(Cao Fei), 화가 돤젠위(Duan Jianyu) 등을 소개하며 스위스 아트바젤에도 꾸준히 출품하고 있다. 평론가이자 뉴욕 페이스 갤러리(Pace Gallery)의 중국 파트너로 페이스 베이징을 이끌고 있는 렁린(Leng Lin)이 2004년 설립한 베이징 코뮌은 주로 70허우 이후의 젊은 작가들을 다룬다. 베이징 코뮌의 대표 작가인 1976년생 왕광러(Wang Guangle)는 일상 공간에서 추상적 질서를 찾아 그것을 사유적 미니멀리즘을 담은 추상화로 변형하는 실험을 전개해왔다. 그러데이션을 구축하는 왕광러의 추상화는 몽환적 입체감과 동양적 사유의 추상에 대한 숭고한 위엄이 느껴져 뉴욕 페이스 갤러리의 개인전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외에 설치미술가 자오야오(Zhao Yao), 패턴을 페인팅으로 표현하는 량위안웨이(Liang Yuanwei), 퍼포먼스 작가 위지(Yu Ji) 등이 베이징 코뮌 소속 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11년 레오 쉬가 설립한 레오 쉬 프로젝트는 중국의 젊은 작가를 주로 소개하는 갤러리다. 건축과 영상이 현대 중국의 시각문화에 미친 영향에 중점을 둔다. 비디오 아티스트 리칭(Li Qing), 궈홍웨이(Guo Hongwei), 아지아오(Aaajiao) 등이 소속 작가로 활동 중이다. 중국에서는 이처럼 자신만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성장해가는 소규모 갤러리의 활동이 활발하며, 이는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대도시뿐 아니라 지방 도시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1 천페이, A Burning Ambitions, Acrylic on Canvas, 240×190cm, 2009 ⓒ Chen Fei Studio
2 류웨이, Big Dog, Mixed Media, Dimensions Variable, 2006~2016 ⓒ Liu Wei Studio
해외 갤러리를 통해 이름을 알리다
2011년 이후 신진 작가들이 성장을 거듭한 건 해외 갤러리들이 홍콩에 분점을 내면서부터다. 갤러리 페로탱(Gearile Perrotin), 리먼 머핀 갤러리(Lehmann Maupin Gallery), 화이트 큐브(White Cub)e 등이 앞다퉈 홍콩 센트럴로 몰려들었다. 개인적으로도 해외 갤러리들이 홍콩에 분점을 낼 무렵 중국의 차세대 주자가 누구일지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그중 가장 주목해야 할 작가는 화이트 큐브와 리먼 머핀 갤러리의 전속 작가인 류웨이(Liu Wei)다. 1972년생으로 베이징의 중앙미술학원을 졸업하고 1999년 베이징의 작은 아파트에서 열린 그룹전 〈post-sesne-sensibility〉에 출품한 작가다. 장샤오강(Zhang Xiaogang), 웨민쥔(Yue Minjun), 왕광이(Wang Guangyi), 팡리쥔(Fang Lijun) 같은 아방가르드 1세대 작가들이 천안문 사태 이후 시니컬 리얼리즘이나 정치적 팝아트로 대변되는 사회 저항적 메시지를 전했다면, 1970년대 이후 작가들은 급속히 자본주의화된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개방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개인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혼란한 정체성을 더욱 실험적으로 표현해나갔다. 그래서인지 사회적·정치적 이슈보다 개체에 대한 관점을 논하기 위해 삶과 죽음, 물질과 정신 등 철학적 사유를 담은 작품이 많다. 중국의 신진 작가들은 주로 특유의 대륙 기질과 대범함, 자유로움을 바탕으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자신의 개념을 표현하는 특징을 보이는데, 그중에서도 류웨이의 시리즈 작품은 젊은 중국 작가들의 다양성과 다원화 특성을 제대로 드러낸다. 영상, 사진 작품은 물론 합성수지로 거대 도시를 만들어 아트 바젤 홍콩 공공 미술 섹션에 출품하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형태를 만든 후 인부들에게 한 줄씩 긋게 해 완성한 거대한 페인팅 작업, 버려진 가구와 문짝의 목재를 조합해 새로운 형태의 성을 만든 설치 작업 등 그가 거쳐온 작업은 한 작가가 10여 년 동안 선보인 시리즈라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스펙터클하다. 프랑스 파리에 본점을 둔 갤러리 페로탱은 1983년생의 젊은 작가 천페이(Chen Fei), 쉬전과 전속 계약을 맺었고, 가오웨이강(Gao Weigang), 천커(Chen Ke), 황위싱(Huang Yuxing) 같은 작가와 협업하고 있다. 그중 쓰촨 지역 카툰 세대의 대표적 작가 천페이는 80허우 작가 중 최초로 2013년 베이징 소더비 경매에서 ‘A Burning Ambitions’라는 작품이 10억 원에 낙찰되는 기록을 세웠다.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자신의 개념을 표현하는 70허우 작가 류웨이 ⓒ Liu Wei Studio
미술상과 비영리 예술기관의 영향력
중국 미술계에서 젊은 작가들이 이렇게 성장하기까지 미술상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1990년대 후반부터 현대미술상이 하나둘씩 생겨 꾸준한 발전을 이어오고 있다. 1997년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 컬렉터 울리 지그(Uli Sigg)가 제정한 CCAA, 2006년 중국 아트 온라인 미디어 아트론이 만든 어워드 오브 아트 차이나(Award of Art China, AAC), 2013년부터 록번드 아트 뮤지엄(Rockbund Art Museum)과 휴고 보스가 공동 주관하는 휴고 보스 아시아 아트(Hugo Boss Asia Art)의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이들은 모두 30대의 젊은 작가다. CCAA는 매년 ‘올해의 가장 우수한 예술가’, ‘올해의 가장 우수한 청년 작가’, ‘올해의 가장 우수한 평론가’ 등으로 나누어 시상하는데 이 상을 수상한 역대 청년 작가로는 류웨이, 쉬전, 쑨위안 & 펑위(Sun Yuan & Peng Yu), 차오페이, 옌싱(Yan Xing), 쑨쉰(Sun Xun) 등이 있으며 모두 현재 중국 현대미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다. AAC는 아티스트뿐 아니라 큐레이터 등 미술계의 주요 인물을 대상으로 시상하는데, 이 상을 통해 인정받은 신예 작가는 시상 이듬해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아 유독 미술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영상 작가 루양(Lu Yang), 행위예술가 옌싱, 설치미술 작가 린커(Lin Ke) 등이 AAC 수상자 출신이다. 사립 미술관과 비영리 미술기관도 전도유망한 작가들의 가능성을 일찍이 알아보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11년 본격적인 미술관 건립 붐이 일기 전 각각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현대미술의 견인차 역할을 한 곳은 UCCA와 민생 미술관(Minsheng Art Museum)이다. 울렌스 부부가 2007년 베이징 798 예술구에 UCCA를 설립할 때만 해도 중국에는 이렇다 할 현대미술관이 없었는데, 이후 사립 미술관과 갤러리 건립 붐이 일었다. 중국 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UCCA는 작년부터 ‘신경향(New Directions)’이라는 섹션을 만들어 잠재력 있고 우수한 젊은 작가를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지금까지 선정된 작가로는 허샹위(He Xiangyu), 리밍(Li Ming), 왕하이양(Wang Haiyang), 하오량(Hao Liang) 등이 있으며 모두 여러 기관의 그룹전, 개인전을 거쳐 검증받은 신예들이다. 민생 은행 자본을 바탕으로 2010년 문을 연 민생 미술관은 상하이 지역 신진 작가들의 등용문 역할은 물론 지역 내 예술대학과 교류하며 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교육기관으로서도 기능했다. 민생 미술관은 2014년 상하이 엑스포의 프랑스관에 문을 연 21세기 민생 미술관을 비롯해, 2015년에 베이징 민생 미술관을 개관하며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2010년 상하이 엑스포가 막을 내린 후 중국 정부는 그 부지에 새로운 미술 공간을 선보였다. 엑스포 중국관은 2012년 중국 미술 궁(China Art Palace)으로, 미래관은 상하이 당대 예술 박물관(Power Station of Art)으로 변모했다. 엑스포 이후 중국 정부의 현대미술에 대한 호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미술 컬렉터들도 막강한 부를 바탕으로 예술 공간 설립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중 뉴월드 그룹 부회장 에이드리언 쳉(Adrian Cheng)이 2010년 설립한 K11 아트 파운데이션(K11 Art Foundation)은 중국 국내외 미술기관과 협업하며 신진 아티스트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한 예로 80허우 세대의 젊은 영상 작가 청란(Cheng Ran)이 뉴욕에 3개월간 체류하며 9시간짜리 영상을 제작할 수 있도록 후원했으며 런던 현대미술학회(Institute of Contemporary Arts)와 협업해 설치와 영상을 선보이는 장딩의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80허우를 대표하는 허샹위의 ‘Tank Project’ ⓒ He Xiangyu Studio
해외 이주파와 이민 회귀파의 서로 다른 정체성
70허우 세대 작가들이 혼란스러운 정치적 분위기에서 철학적 사유를 통해 개인의 정체성을 찾으려 했다면 80허우 세대 작가들은 다른 공간에서 경험하며 형성한 개인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독립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80허우 세대의 대표 작가로는 1986년생인 허샹위와 1984년생인 지엔처(Jian Ce)가 있다. 허샹위는 선양 사범대학교 졸업 후 잠시 미국에서 생활하다 현재 베를린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는데, 관념적인 작품과 시간 연속적 프로젝트로 세계 무대의 주목을 받았다. 런던의 화이트 큐브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리옹 비엔날레와 상하이 비엔날레 등에 출품했다. 중국 상업화의 아이콘인 코카콜라 프로젝트, 북한과 중국의 관계를 교묘하게 묘사한 대규모 탱크 프로젝트, 리옹 비엔날레의 영상 설치 작업 외에 무라카미 다카시의 카이카이키키와 협업한 작품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컨셉추얼한 작품을 통해 중국 현대사회와 역사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다. 반대로 네 살 때 독일로 이민을 떠나 그곳에서 성장한 지엔처는 이민자로서 겪은 경험과 문화적 혼성성을 탐구하기 위해 베를린 예술대학에서 바젤리츠, 다니엘 리히터 등 유명 작가에게 회화를 사사하고 동아시아 예술과 철학, 도상학 연구로 석사와 박사까지 마친 재원이다. 서양의 고전 명화 혹은 인물의 초상을 반복적으로 해체하고 재구성해 철학적 사유를 담아낸 회화를 선보이고 있으며 현재 독일과 베이징을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 이렇듯 80허우 세대 작가들은 점점 더 자유롭고 다양해지는 중국 현대미술의 현주소에서 한곳에 머무르기보다는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난 문화적 차이를 다양한 주제로 표현하며 세계를 무대로 지금보다 흥미로운 미술 시장을 형성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아방가르드 1세대에 이어 80허우 세대가 쌓은 예술적 토대를 바탕으로 90허우 세대가 앞으로 예술 생태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해낼지 중국 현대미술의 미래가 기대된다.
에디터 최윤정(amych@noblesse.com)
글 김수현(갤러리수 대표,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