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HH 2017] Dream Factories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매뉴팩처 브랜드가 SIHH의 전부는 아니다. 박람회장에는 패기 넘치는 젊은 워치메이커들 또한 터를 잡고 천재적 감각을 드러내느라 여념이 없다. 이름하여 Carre´ des Horlogers(카레는 ‘사각형’, 오를로저는 ‘시계’란 뜻으로 이들의 부스가 사각 형태로 모여 있다)! 그뢰벨 포지와 MB&F를 비롯해 워치메이킹에 관한 공력과 실력으로 똘똘 뭉친 이들이 선보인 최첨단 메커니즘을 간추렸다.

GREUBEL FORSEY
Grande Sonnerie
앞서 소개했듯 15분마다 소리로 시간을 알리는 그랑 소네리는 미니트리피터보다 많은 공력을 필요로 하는 터라 이를 구현하는 매뉴팩처는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최고의 메커니즘이라 할 수 있는 이 그랑 소네리를 브랜드 창립 11주년밖에 되지 않은 그뢰벨 포지가 해냈다. 지름 43.5mm, 두께 16.13mm의 티타늄(소리의 공명을 위해 택한 소재다)케이스에 총 935개의 부품을 조립한 걸작으로, 케이스의 7시 방향에선 매뉴팩처의 큰 특징 중 하나인 투르비용이 옹골차게 중력을 상쇄한다(회전축이 24도 기울어 있고, 24초마다 1회 회전한다). 참고로 다이얼 3시 방향에는 ‘PS/GS/SL’라고 새긴 인디케이터가 있는데 이는 매시 정각에 소리로 시간을 알리는 프티 소네리(petite sonnerie), 그랑 소네리, 차임 기능을 정지하는 사일런트(slient) 모드를 뜻하며, 온 디맨드 방식의 미니트리 피터는 크라운에 함께 달린 푸시 피스를 눌러야 작동한다.

1 Christophe Claret 2 Ressence
CHRISTOPHE CLARET
Maestro
매년 창의적인 기능을 선보이며 기대감을 높이는 크리스토프 클라레. 올해는 재미있는 세미(semi) 인스턴트 점핑 방식의 날짜 인디케이터와 ‘메모’ 기능을 탑재했다. 다이얼을 먼저 살피면 브리지와 밸런스 휠 등 무브먼트의 주요 부품을 고스란히 드러냈는데, 이는 부품 고유의 역할과 함께 시각적 효과가 큰 만큼 마감과 장식에 신경 썼다는 의미로 이번 제품에서는 부품을 고정하거나 충격 흡수 장치를 가린 루비의 역할이 도드라진다. 한편, 5시 방향의 피라미드 형태 디스플레이는 앞서 말한 날짜 인디케이터로 사진 속 모델은 31일을 가리키며, 오른쪽에 ‘MEMO’라 쓰인 인디케이터는 착용자가 그날 해야 할 일 등을 마무리한 후 푸시 피스를 누르면 제자리로 돌아오는 메모 기능이다. 날짜는 자정에, 메모 기능은 버튼을 누르는 동시에 20여 분에 걸쳐(그래서 ‘세미’다!) 점프한다. 사진 속 핑크 골드 외에 티타늄을 사용한 버전도 선보이는데, 이 제품은 루비 대신 사파이어를 세팅했다.
RESSENCE
Type 1 Squared
다이얼을 보면 3개의 디스크가 있고, 이를 포함한 디스크가 있다. 이 모든 디스크가 쉴 새 없이 회전하며 시간을 알린다(그 움직임이 궁금한 독자라면 이들의 홈페이지 ressencewatches.com을 확인할 것). 그렇다면 사진 속 모델의 시간은? 10시(손 모양의 로고가 있는 디스크) 10분(가장 큰 시곗바늘을 부착한 디스크) 33초(사진 속 12시 방향에 놓인 가장 작은 디스크). 그리고 나머지 디스크 하나는 요일 인디케이터로 수요일을 가리킨다(오렌지 컬러 표시 2개가 토요일과 일요일을 뜻한다). 이 모든 작동 방식은 2011년 공개한 ROCS(Ressence Orbital Convex System) 덕에 가능한 것으로 그간 레상스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타입 1 스퀘어드는 지름 42mm의 쿠션형 스틸 케이스가 단정한 모델. 시계에 관심 많은 독자라면 눈치챘을, 빠뜨린 설명 하나! 이 시계는 크라운 없이 백케이스에 탑재한 레버를 통해 와인딩과 시간 조정힌다.

3 Urwerk 4 HYT
URWERK
UR-106 Flower Power
우르베르크는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이를 자축하는 의미로 공개한 모델이 여성용 모델인 UR-106 플라워 파워! 우주선을 닮은 케이스 상단에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빼곡히 세팅하고, 무브먼트 위에도 4개의 다이아몬드 꽃을 달아 여성 시계임을 당당하게 드러낸다. 그런데 이 시계의 메커니즘은 분명 남성적이다. 새틀라이트 컴플리케이션이라 불리는 이 방식은 아라비아숫자를 새긴 새틀라이트가 회전하며 다이얼 하단의 분 트랙을 가리켜 시간을 알리는 아방가르드한 구조(사진 속 시계의 시간은 8시 41분)! 이 모델은 새틀라이트 사이를 장식한 꽃송이마저 회전해 더욱 화려한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다.
HYT
Skull Pocket
<노블레스>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한 HYT(Hydro Mechanical Horologists)의 핵심 메커니즘은 유체역학이다. 쉽게 말하면 한 쌍의 피스톤이 수축과 팽창을 통해 액체를 이동시켜 시간을 알리는 전대미문의 방법! 관을 통해 흐르는 유체가 시침이자 분침이 되는 셈이다. 이를 통해 HYT는 10년도 되지 않은 짧은 역사에도 콧대 높은 시계업계에서 독특함을 인정받는 브랜드가 됐다. 사진 속 신제품은 장황하게 설명한 메커니즘을 담은 브랜드 최초의 포켓 워치 형태로 손에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강렬한 포스가 느껴진다(게다가 전 세계에 8개만 생산한다). 지난해에 개발한 LED 시스템을 도입해 4시 방향의 버튼을 누르면 (사진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오묘한 블루 톤 불빛이 다이얼에서 새어 나온다. 이 역시 기계식 메커니즘으로 동력을 얻는다는 사실이 놀랍다.

5 MB&F 6 Romain Jerome
MB&F
Horological Machine No.7 Aquapod
창업자 막시밀리언 뷔서와 그의 친구들(MB&F의 브랜드 이름)의 역량은 대체 그 한계가 어디일까? 이들은 아쿠아포드라는 오롤로지컬 머신을 새로 선보이며 다시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해파리를 닮은 입체적 측면이 시선을 끄는 이 시계의 가운데에는 플라잉 투르비용이 웅장하게 자리하고, 포인터 형태의 분침과 시침이 그 주위를 회전한다. 그리고 크라운과 블루 세라믹 베젤 순서로 조립했다. 케이스와 분리된 회전 베젤은 그야말로 파격 중의 파격! 303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이 시계는 그 독특한 구조 때문에 이미 선보인 No.7 모델보다 발표가 늦어졌다고.
ROMAIN JEROME
RJ X Donkey Kong
올해 처음 SIHH를 찾은 로맹 제롬은 이를 기념하기라도 하듯 다양한 노벨티를 선보였다. 그중 SIHH 리포트의 마지막을 장식할 모델은 닌텐도와의 협업으로 완성한 RJ X 동키 콩(수백 점의 새 시계 중 가장 귀엽다!). 동키 통은 1981년 닌텐도가 출시한 게임의 주인공으로, 다이얼 속 슈퍼마리오 역시 이 게임을 통해 처음 등장한 캐릭터다. 다이얼은 마치 아케이드 게임의 한 장면과 같이 재치 넘치는 요소로 가득하다. 12시 방향에 동키 콩이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위치해 있고, 슈퍼마리오와 장애물 등의 캐릭터가 곳곳을 차지한다. 픽셀 형태로 이뤄진 다이얼은 샌드블라스팅과 샌드 브러싱 공법, 캐릭터는 에나멜링을 거쳐 완성했다. 귀여운 다이얼이지만 전통적 시계 장식 기법을 도입한 것이 되레 신선하다. 로맹 제롬 특유의 문 인베이더 케이스에 탑재한 심플한 기능의 이 시계는 게임이 처음 등장한 1981년을 기념해 단 81개만 생산하는 한정판 모델!
에디터 이현상(ryan.lee@noblesse.com)
사진 제공 SIHH 디자인 이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