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ch Here! III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계·주얼리 쇼 바젤월드가 올해도 어김없이 그 화려한 막을 열었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10만여 명의 인파 속에서 박람회의 위상을 새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3월 27일부터 4월 3일까지 시계의 도시, 예술의 도시 바젤에서 열린 바젤월드의 열기를 <노블레스>도 함께 만끽하고 왔다.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샤넬 특유의 오라와 차원이 다른 발상. 블랙과 화이트로 이처럼 다채로운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워치메이커도 없을 터. 올해 역시 패션 하우스의 남다른 창의력을 쏟아부어 탄생시킨 뉴페이스와 이를 모던하면서 유쾌하게, 정제된 듯 세련된 스타일로 풀어낸 캠페인 비주얼을 보고 있으면 당신도 이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무엇이 샤넬다움인지, 왜 샤넬을 선택하는지!
1 J12-365
2000년에 처음 탄생했을 때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블랙 세라믹 워치 바람을 몰고 온 J12. J12 덕분에 하이테크 세라믹은 워치메이킹 역사에 최고급 소재로 자리매김했고, 블랙 컬러 역시 시계 산업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컬러로 부각했다는 사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다. 2014년을 맞아 샤넬은 J12의 새로운 버전 J12-365를 전격 공개했다. 찬찬히 살펴보니, 기존 J12의 기본적 디자인 특징은 고수하되 좀 더 얇아진 베젤과 기요셰 다이얼 그리고 6시 방향의 세컨드 핸드 디스크 창으로 변화를 준 점이 새롭다. 그뿐 아니라 케이스 직경도 이름에 맞춰 36.5mm 사이즈로 선보이는 점, 샤넬 고유의 특수 합금 소재인 18K 베이지 골드 소재를 사용한 첫 모델을 만날 수 있다는 점 역시 눈여겨봐야 할 요소로 꼽을 수 있다. 1년 365일 우리네 일상 속 언제 어디에서나 함께해도 그 순간을 세련되게 가꿔줄 J12-365의 활약, 기대해볼 만하다. 블랙과 화이트 세라믹에 각각 스테인리스스틸과 베이지 골드 그리고 다이아몬드 세팅 버전으로 출시한다.
2 J12 Flying Tourbillon
바젤월드 2014를 위해 샤넬에서 만전을 기해 준비한 5피스 리미티드 에디션, 올 다이아몬드 세팅 버전의 J12 플라잉 투르비용(맨 위 사진)을 먼저 감상해볼 것. 르노 & 파피가 샤넬만을 위해 디자인한 무브먼트인 꼬메뜨 플라잉 투르비용 칼리버가 다이아몬드 옷을 입고 유려한 빛을 발산하고, 36.2캐럿 상당의 586개 다이아몬드와 324개(약 1.7캐럿)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브레이슬릿과 다이얼 그리고 크라운 등 온몸에 휘감은 채 뿜어내는 광채의 황홀함에 어찌 감탄사를 내뱉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편, 하이테크 블랙(다이얼은 블랙 오닉스)/화이트(다이얼은 머더오브펄) 세라믹 케이스에 각각 블랙과 화이트 미시시피 악어가죽 스트랩을 매치한 버전을 보면 간결하면서도 기품이 넘치는 모습에 흡사 흑조와 백조가 떠오르지 않는가? 샤넬이 공들여 만든 하이엔드 컴플리케이션 워치의 특별함을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1 Madmoiselle Prive Camelia
‘마드모아젤 프리베’ 주얼리 워치 컬렉션은 가브리엘 샤넬의 지극히 개인적 취향을 담아 완성한, 그녀에 대한 오마주 컬렉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 그녀가 살아생전 주변에 가까이 두고 소중히 아낀 까멜리아와 꼬메뜨(별), 사자, 진주 등에서 모티브를 얻어 에나멜과 조각, 세공 그리고 세팅 등 각 분야 최고의 마스터 장인 손끝을 거쳐 놀라우리만치 아름다운 하이엔드 워치를 탄생시켰다. 메티에다르의 정신을 담은 정교하고 섬세한 장식은 오트 쿠튀리에 샤넬만이 선보일 수 있는 독보적 노하우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올해 새롭게 소개한 마키에 다이얼 버전은 마키에 기법(완전히 마르지 않은 상태의 래커 위에 금속 가루 혹은 골드나 머더오브펄 페일론 등을 장식하는 일본의 전통 기법)을 적용해 선보인 다이얼로 우아하게 피어난 세 송이의 까멜리아 자태가 단아하면서 도도하고, 매혹적이면서 서정적이다. 60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18K 옐로 골드 케이스와 카보숑 컷 오닉스를 장식한 옐로 골드 크라운, 그리고 클래식하면서 세련된 블랙 새틴 스트랩과 어우러져 샤넬 특유의 세련미를 발산하다. 한편, 보다 아티스틱한 면모를 드러내는 마드모아젤 프리베 까멜리아 브로데 다이얼도 눈에 띄었는데, 샤넬의 오트 쿠튀르를 위한 자수 공방 르사주의 장인들이 니들 페인팅 기법으로 실크 색실을 사용해 자수 장식한 다이얼이 오묘하면서도 우아하다. 총 3.07캐럿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18K 화이트 골드 케이스, 블랙 새틴 스트랩과 하모니를 이룬 모습에서 기품이 느껴진다.
2 Madmoiselle Prive Coromandel Dial Set
블랙과 화이트 세트로 구성해 판매하는 마드모아젤 프리베 코로망델 다이얼 세트다. 다이얼 속 연주자의 표정과 실루엣 하나하나 수묵화를 그려놓은 듯 세밀하게 묘사해 감탄사를 자아낸다. 블랙은 18K 옐로 골드 다이얼 위에 제네바 공법을 통해 생산한 그랑푀 에나멜 미니어처를 장식했고, 화이트는 다이얼을 장식한 머더오브펄을 조각해 블랙과 같은 형상을 구현한 것이다. 블랙과 화이트 다이얼 모두 악어가죽 스트랩을 매치해 선보였다.
3 Premiere
파리 방돔 광장의 팔각형 형태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샤넬의 또 다른 아이콘 컬렉션 프리미에르도 뉴 모델을 추가해 이목을 모았다. 먼저 더블 로(double row)가 눈에 띄었는데, 작년에 선보인 샤넬 고유의 굵은 체인 장식으로 시크한 매력을 과시한 모델에 약간의 변화를 주어 손목을 한 번 더 감을 수 있는 더블 스트랩 형태로 선보인 것. 스타일리시한 분위기 연출에 제격이다. 더블 로가 좀 더 캐주얼한 감각을 강조했다면, 프리미에르 플라잉 투르비용은 하이엔드 워치메이킹 기술력과 주얼러의 창의력까지 담아낸 궁극의 시계로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작년에 루비, 블루 사파이어, 핑크 사파이어 등 컬러풀한 프레셔스 스톤을 세팅한 다양한 버전으로 선보였는데, 올해는 케이스 윗부분엔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 옆면엔 바게트 컷 핑크 사파이어를 인비저블 세팅 기법으로 장식하는 등 업그레이드된 정교한 기술력을 접목한 스타일로 선보여 시선을 사로잡았다. 까멜리아 플라잉 투르비용 칼리버의 생동감 넘치는 움직임은 다이아몬드의 광채와 함께 변함없이 빛났다. 20피스 한정 생산.
4 샤넬 부스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압도적 광채를 내뿜는 J12 플라잉 투르비용도, 눈부신 광채를 발산하는 정교한 다이얼의 마드모아젤 프리베도 아니었다. 다름아닌 부스 내부 벽을 가득 채운 사진. J12, 마드모아젤 프리베, 프리미에르 등 샤넬을 대표하는 워치 컬렉션을 15장의 더블 페이지 블랙 & 화이트 비주얼로 구성한 전혀 새로운 방식의 광고 캠페인 ‘렝스탕 샤넬(L’Instant Chanel)’이다. 이는 샤넬이 사진작가 파트리크 드마르셸리에(Patrick Demarchelier)와 손잡고 제작한 것. 상상을 초월하는 창의력과 세련미의 극치를 보여주며 늘 우리를 기쁘게 하는 샤넬은 이 캠페인을 통해 ‘지금 이 순간 영원을 담고 있으므로, 오직 현재 이 순간만이 진정한 의미를 지닌다. 샤넬 워치는 바로 그 순간을 더욱 특별한 매력으로 빛나게 한다’는 시간에 대한 샤넬 고유의 비전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올해 바젤월드에서 처음 공개한 모던함 속에 위트를 가미한 이 캠페인 비주얼과 함께하는 공식 캠페인 활동은 6월부터 대대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올해 루이 비통은 전 세계를 기항지로 여행을 떠났다. 무슨 말인가 하면 ‘여행 동반자’ 루이 비통답게 월드 타임을 독창적으로 알려주는 ‘에스칼 월드 타임’을 선보인 것. 다양한 색상과 이니셜, 문장, 기하학적 픽토그램을 수작업 페인팅으로 맞춤형 트렁크에 그려주는 데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한 총천연색 다이얼 디자인은 마치 세상의 컬러를 모두 담은 듯 다채롭다. 루이 비통의 장인이 50시간 동안 세밀화와 유화 기법을 이용해 완성한 것으로, 각 도시에 해당하는 이니셜을 통해 특정 도시의 시간을 확인할 수 있고 노란색 화살은 기준 도시의 시와 분을 가리킨다. 이외에도 듀얼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갖춘 땅부르 트윈 크로노 그랜드 스포츠, 스핀 타임 컴플리케이션의 또 다른 걸작 땅부르 에볼루션 스핀 타임 GMT, 여성을 위한 새로운 타임피스 덴텔 드 모노그램과 앙프리즈, 투르비용과 인피니 그리고 포에버 등 다양한 스타일의 땅부르 컬렉션 등 기존의 컬렉션을 업그레이드한 것은 물론 전혀 새로운 컬렉션까지 화려한 라인업이 눈길을 끌었다.

정교한 컴플리케이션 워치 메커니즘에 정통한 매뉴팩처 제라드 페리고를 대표하는 올해의 주인공은? 3개의 분리된 축 위에 고속 투르비용을 장착한 ‘트라이-액시얼 투르비용’과 브랜드의 상징적 스리 골드 브리지 투르비용을 재해석한 ‘네오 투르비용 위드 스리 브리지’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전통적 투르비용의 구조에서 벗어나 3개 축을 기준으로 설계한 트라이-액시얼 투르비용은 그 정확성은 물론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에도 시선을 뺏길 수밖에 없다. 여기에 시스루 백케이스는 정교하게 움직이는 무브먼트를 그대로 보여주며, 둥근 브리지 상단에 ‘TRI-AXIAL’을 인그레이빙해 브랜드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10피스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제작해 특별함을 더한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로열 그린 컬러가 시선을 사로잡은 롤렉스 부스. 이곳에서 처음 만난 롤렉스의 바젤월드 신작은 드레스 워치 특유의 고전미를 살린 첼리니(Cellini) 컬렉션의 뉴 모델이다. 고전주의에서 영감을 얻은 12개의 모델(타임과 데이트, 듀얼 타임 등 3가지 버전에서 각각 4가지 스타일로 출시 예정)로 구성, 심플하고 세련된 라인과 고귀한 소재를 비롯해 고급스러운 마감 등 예술적 감각을 반영해 시대를 초월한 롤렉스의 시계 제작 기술을 부각시킨 점이 단연 돋보였다. 롤렉스가 자체 주조한 18K 화이트 골드와 에버로즈(everose) 골드만 사용한 것은 물론 자체 제작해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은 메커니컬 셀프와인딩 무브먼트를 탑재했다. 그뿐 아니라 유광 악어가죽 스트랩에 케이스와 동일한 색상의 18K 골드 버클을 장착, 전통적인 드레스 워치 스타일을 살려 신사의 품격을 더해줄 아이템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케이스 사이즈는 모두 39mm). 이외에도 혁신적 기술로 레드와 블루 2가지 색을 하나의 세라크롬(cerachrom) 베젤에 구현한 오이스터 퍼페추얼 GMT-마스터 II, 차세대 여성 시계 무브먼트로 개발한 실리콘 소재의 실록시(syloxi) 헤어스프링을 장착한 칼리버 2236을 최초로 적용한 주얼 세팅 오이스터 퍼페추얼 데이트저스트 펄마스터 34, 다이버 시계의 전설을 부활시킨 오이스터 퍼페추얼 씨-드웰러 4000 등 롤렉스의 탁월한 전문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신제품이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특히 오이스터 퍼페추얼 GMT-마스터 II를 통해 선보인 하나의 세라크롬 디스크 위에 뚜렷하게 절반은 레드, 절반은 블루(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반으로 나뉘는 부분에 각각의 컬러를 구현했는데, 벌크-컬러링 단계를 거쳐 전체적으로 레드 컬러였던 디스크의 절반을 블루 컬러로 변화시킨 것이다)로 이루어진 세라크롬 베젤은 세라믹 분야의 혁신으로, 2가지 특허 기술을 적용한 것이라고. 1955년에 처음 출시한 오리지널 GMT-마스터의 디자인에 내구성이 뛰어난 레드와 블루 세라크롬 베젤이 어우러져 가히 혁신적 산물이 탄생한 것이다.

차원이 다른 크기와 퀄리티의 최상급 다이아몬드와 진귀한 젬스톤으로 독보적 존재감을 자랑하는 영국 태생 주얼러 그라프는 올해 바젤월드에 처음 참가해 더욱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명성에 걸맞게 깊고 아름다운 광채를 발산하는 다이아몬드와 컬러 원석을 사용한 주얼 시계를 비롯해 하이엔드 컴플리케이션 워치까지 브랜드의 강점과 최고 기술력을 담은 하이엔드 워치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제작하는 데만 무려 2000시간이 걸린 무브먼트 그라프 칼리버 5를 탑재한 플라잉 투르비용을 장착하고 듀얼 타임 기능을 갖춘 마스터그라프 그랜드 데이트 듀얼 타임 투르비용, 그라프의 다이아몬드에 관한 노하우와 하이엔드 워치메이킹 기술력이 조화를 이룬 다이아몬드 마스터그라프 울트라 플랫 투르비용, 다이아몬드를 입은 나비들이 화려하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버터플라이 워치 그리고 에메랄드의 신비로운 광채에서 좀처럼 시선을 떼기 힘든 시크릿 카브드 에메랄드 워치(온리 피스로 선보였다) 등…. 하나하나 감탄사를 자아낸 고혹적인 작품들의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매력을 지면을 통해 온전히 소개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시간의 흐름이 아닌 기쁨이 남긴 자취를 표시한다.’ 프랑스 태생답게 시계에 대한 낭만적 철학을 지닌 부쉐론. 부쉐론은 올해 바젤월드에서 아이코닉 워치 리플레를 새롭게 단장해 선보이며 다시 한 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채비를 마쳤다. 1947년 처음 등장한 당시 모더니즘의 극치를 보여주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리플레가 보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매력을 더한 2014년식 리플레로 돌아온 것. 3년이라는 개발 기간을 거쳐 재탄생한 전설의 아이콘은 기존 리플레의 정체성은 고스란히 유지하되 기하학적 디자인 모티브를 한층 발전시킨 것이 특징이다. 케이스를 장식한 고드롱의 디자인은 살짝 볼드해졌으며, 더욱 심플해진 다이얼과 크라운 부분을 감싸는 카보숑 컷 블루 사파이어의 반짝임은 시크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에 부쉐론 특유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미한 것도 빠뜨릴 수 없다. 다이얼 위 입김을 불어넣으면 방돔 광장을 상징하는 팔각형 시그너처가 서서히 나타나는데, 마치 비밀의 방문을 여는 암호가 밝혀지는 듯 오묘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전한다. 라지·미디엄·스몰 3가지 사이즈, 케이스는 스틸과 핑크 골드 버전으로 만날 수 있다

컬러풀한 유색 보석의 찬란한 광채와 담대하고 위트 넘치는 디자인으로 유럽과 중동 등지에서 이미 탄탄한 입지를 굳힌 스위스 하이 주얼리·워치 브랜드 드 그리소고노. 주얼러에게 외면받던 블랙 다이아몬드를 수면 위로 부각시키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혁신적 아이디어로 가득한 드 그리소고노가 올해 바젤월드에서 선보인 알레그라 워치 역시 다채로운 컬러 플레이와 독창적이고 유쾌한 디자인이 단연 돋보였다. ‘시계도 주얼리가 될 수 있다’는 컨셉 아래 창립자 파바즈 그루오시(Fawaz Gruosi)가 딸 알레그라의 이름을 본떠 완성한 주얼리 알레그라 컬렉션에서 영감을 얻어 재기발랄한 프레셔스 워치를 탄생시킨 것. 드 그리소고노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사각형 케이스에 베젤을 장식한 다종다양한 컬러 베리에이션의 프레셔스 스톤, 20개의 가죽 코드를 엮어 완성한 컬러풀한 스트랩(다이아몬드 세팅 버전도 있다) 등이 어우러져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볼드한 주얼 타임피스를 선보였다.

제네바에 매드 갤러리(Mad Gallery)라는 이름의 부티크 겸 갤러리를 오픈할 정도로 ‘mad’하면서 흥미로운 아이디어로 넘쳐나는 MB&F가 요사이 레거시 머신 등 상대적으로 클래식한 측면에 초점을 두는 듯하더니 올해 바젤월드에서 다시 창의력을 뿜어냈다. 작은 우주선인지 시계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기괴한 모양의 탁상시계는 유서 깊은 클록 브랜드 레페 1839(L’Epee 1839)와 컬래버레이션해 완성한 결과물, 스타플릿 머신(Starfleet Machine). 중앙의 블랙 돔에서 시와 분을 읽을 수 있고, 돔 12시 방향 아래 레트로그레이드 형태로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2개의 바늘이 마치 적기를 감지하는 레이저 같아 웃음을 자아낸다. 놀라운 것은 40일간 파워 리저브(보통 탁상시계 파워 리저브가 8일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것). 시계 마니아에게 반가운 또 한 가지 소식. 올 10월 다시 한 번 ‘crazy’한 본성을 드러낼(!) 예정이라니 기대해도 좋을 듯.

하늘, 땅, 바다 등 대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달, 라바, 심해의 미스터리와 관련된 소재를 시계에 흥미롭게 적용하는 로메인 제롬. 올해는 우주에서 받은 영감을 더욱 다채롭게 표현해 문-DNA에서 새로운 모델을 선보였다. 43mm의 빈티지하고 가벼운 케이스에 우주의 신비를 담은 독특한 소재의 다이얼을 매치한 것. 바로 운석, 콘드라이트, 실리콘 소재가 그것이다. PVD 처리해 독특한 느낌을 자아내는 블루, 그레이, 브라운 다이얼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 실제 타이태닉호의 잔재에서 가져온 소재를 활용한 타이타닉-DNA, 마치 라바가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 에너지 가득한 볼케이노 시리즈 등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작년에 해피스포츠 탄생 20주년 기념으로 쇼파드에서 첫선을 보인 해피스포츠 오토매틱이 2014년을 맞아 다양한 신모델을 추가하며 주목을 받았다. 깔끔하면서 고급스러운 스틸과 로즈 골드의 투톤 버전을 비롯해 각각 사파이어와 에메랄드, 루비로 화려하게 장식한 해피스포츠 오토매틱 조알러리, 하이엔드 워치메이킹 기술과 궁극의 하이 주얼리가 하모니를 이뤄 탄생한 해피스포츠 투르비용 조알러리가 그 주인공. 이 밖에 5월에 개최하는 밀레밀리아와 그랑프리 모나코 히스토리를 기념해 새롭게 출시한 그랑프리 모나코 히스토리 크로노도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매트한 티타늄 케이스와 옐로 컬러를 포인트로 사용하고, 레이싱 스타일 스트랩을 적용하는 등 빈티지 포뮬러 원 자동차 경주에 경의를 표한 모습이 역력했다. 파워풀하며 믿음직스러운 스타일로 마치 풀 옵션의 최첨단 자동차처럼 탄탄하면서도 은근히 섹시한 매력을 지녀 좀처럼 시선을 뗄 수 없을 것.

독특하고 아방가르드한 외관으로 호기심을 자아내는 드 베튠은 올해 바젤월드를 위해 또 다른 드림 워치를 완성했다. 이름하여 드림 워치 5.2. 끊임없이 새로운 모양, 컬러, 소재를 시도하는 드 베튠은 전형적 케이스 모양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뜨린, 조각품을 연상시키는 특이한 실루엣의 시계를 소개했다. 실제 그들이 의도한 것이 예술과 워치메이킹의 아름다운 조우라고. 깔끔하게 시와 분을 표시하고, 블루 스틸과 팔라듐으로 나뉜 구가 문페이즈를 나타낸다. 또한 아이코닉 모델 DB28에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탑재하는가 하면, 매트한 올 블랙 버전(이름도 ‘Dark Shadow’)으로도 선보이며 모던하면서 빈티지한 느낌이 조화를 이루는 특유의 색깔을 보여줬다.

잭팟 시계, 핀볼 시계 등 위트 있는 아이디어를 선보인 크리스토프 클라레에서 최초로 여성을 위한 컴플리케이션을 소개해 관심을 모았다. 꽃잎을 떼며 그가 나를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를 읊조리는 여인에게 영감을 받았다는 점부터 예사롭지 않다. 2시 방향의 푸셔를 누르면 다이얼 위 꽃잎이 하나씩, 때로는 둘씩 다이얼 뒤로 사라지는 모습이 신비롭다. 모두 떨어지면 다이얼 4시 방향에 그의 사랑 정도가 나타난다. ‘un peu(약간)’, ‘beaucoup(많이)’, ‘passionnement(열정적으로)’ 등으로 말이다. 심지어 푸셔를 누를 때마다 맑은 소리가 울려 퍼지며 답이 나올 때까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4시 방향의 푸셔를 누르면 다시 꽃잎이 모두 나타난다. 로맨틱하면서 스토리가 담긴 흥미로운 피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독립 시계 매뉴팩처로 자체 무브먼트까지 제작하며 자사의 색깔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아민 스트롬. 특히 스켈레톤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올해도 시그너처라 할 수 있는 원 위크 스켈레톤 컬렉션을 비롯해 레이싱 컬렉션과 그래비티 데이트 컬렉션, 투르비용 그래비티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그중 투르비용 그래비티 컬렉션은 다이얼에서 시계를 작동시키는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와인딩 메커니즘과 레귤레이션을 보여주는 점이 독특하다. 물론 중력을 상쇄하며 정확성을 높여주는 투르비용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파이어(Fire, 18K 로즈 골드)를 비롯해 에어(Air, 티타늄), 어스(Earth, 스테인리스스틸 PVD 블랙) 모델을 만날 수 있다.

낯선 이도 있겠지만, HYT는 하이엔드 워치메이킹과 유체역학(fluid mechanics)이라는 이색적인 분야를 결합한, 한번 보면 결코 잊히지 않는 강렬한 존재감의 시계를 선보인다. 시계를 보면 실제 형광빛 액체가 흐르는 모습이 놀랍다! 올해는 오데마 피게 산하 R&D 조직인 르노 & 파피와 협업해 H2를 소개했는데, 노란색 형광 물질로 시를 나타내고, 가운데 분침이 분을 표시한다(즉 사진의 시계 10시 34분). 재미있는 점은 분침이 30분까지 흘러가다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점핑하며 반대쪽 30분으로 이동한다는 것. 예전 샤넬에서 선보인 레트로그레이드 미스터리어스 투르비용(역시 오데마 피게 르노 & 파피 작품)과 유사한 방식이다. 크라운을 밖으로 빼는 것이 아니라 ‘눌러’ H(시간 조정), N(중립), R(와인딩) 위치에서 조작하는 점도 독특하다.

항공시계 메이커 벨앤로스가 올해 다시 한 번 할리데이비슨과 손을 잡았다. 미국에서 1960년대에 극비리에 제작한 세계 최초의 제트 비행기를 생생하게 재현한 B-로켓을 선보인 것. 항공학의 정수를 집약한 레트로 디자인은 과거의 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벨앤로스 특유의 담대하면서 독창적인 디자인 세계를 표현한다. 2개의 모델로 선보인 B-로켓의 BR-01은 직경 46mm 케이스 안에 크로노그래프 카운터를 배치하고 다이얼의 가장자리 부분은 타키미터로 세심하게 표현한 반면, BR-03는 빅 데이트와 함께 디스크가 나타내는 날짜 창을 얹었으며 직경 42mm에 새틴 브러시 케이스로 마감 처리해 차별화했다. 단, 2개 모델 모두 B-로켓의 시트를 오마주한 패드 형태의 레더 스트랩은 동일하게 적용했다. 500개 한정 생산.

여전히 스와로브스키의 부스는 눈부시고 황홀했다. 도쿠진 요시오카가 ‘광채의 날개(Wings of Sparkle)’를 주제로 호수에서 날개를 펼치고 있는 듯한 백조의 이미지를 완성한 것(자그마치 25만3231개의 거울형 반사체, 2만2856개의 LED 조명을 사용한 결과)! 이 부스로 2014 레드닷어워드 디자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 바젤에서 스와로브스키는 브랜드의 강점을 십분 살려 크리스털 그리고 반짝임을 강조한 다양한 주얼 워치를 선보였다. 특히 스와로브스키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크리스털 패시팅(facetting)이 눈길을 끌었다. 시트라 스피어의 크로노그래프 모델, 베젤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스톤이 특징인 러블리 크리스털, 컬러 콤비네이션으로 선보인 크리스털린, 좀 더 클래식해진 옥테아 클래시카, 피아자 라인의 가장 작은 버전인 피아자 미니 등 한결 패셔너블하고 화사한 컬렉션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1 Piazza Mini
작은 30mm 사이즈의 다이얼, 그리고 크리스털을 세팅한 메시 스트랩이 화려하면서 우아한 피아자 미니는 언뜻 보면 브레이슬릿을 연상시킬 정도로 가느다란 실루엣이 매력적이다. 정교한 스완플라워(Swanflowerⓡ) 패턴으로 케이스 뒷면을 장식했고, 크라운은 스완 로고가 들어간 카보숑으로 제작했다.
2 Citra Sphere Chrono
베젤을 둘러싸고 있는 크리스털과 스포티한 매력이 조화를 이룬 시계로 캐주얼한 룩에 잘 어울릴 듯하다. 40개의 투명 크리스털을 38mm 스테인리스스틸 혹은 로즈 골드 PVD 코팅한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에 세팅했다.
3 Lovely Crystals
30mm 사이즈 케이스 위 베젤 안에서 스톤이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경쾌한 느낌을 선사하는 러블리 크리스털. 올해는 골드와 네이비 컬러를 새롭게 출시하며 더욱 풍성한 컬렉션을 완성했다. 12시 방향에는 스완 로고, 3시·6시·9시 방향에는 로듐 플레이팅 인덱스로 미니멀한 느낌을 살렸다.
4 Crystalline 새로운 컬러 콤비네이션으로 찾아온 크리스털린. 로즈 골드와 블랙의 세련된 톤이 한층 고급스럽고 정갈한 느낌이다. 동시에 베젤에 세팅한, 캐비아를 연상시키는 800개의 작은 젯 히머타이트 크리스털이 빛나는 포인트를 선사한다. 다이얼은 40mm 사이즈.
5 Octea Classica 옥테아 스포츠와 옥테아 크로노의 뒤를 이어 클래식한 느낌으로 탄생한 옥테아 클래시카. 베젤은 크리스털 커팅 기술이 돋보이는 패싯 세라믹 혹은 크리스털로 제작해 오묘한 빛을 발산한다. 스틸 브레이슬릿은 물론 송아지 가죽 스트랩으로 만날 수 있고, 베젤도 선택의 폭이 넓다.

무브먼트의 심장박동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시그너처 컬렉션 하트비트가 올해 탄생 10주년을 맞았다. 하트비트에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었던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실리슘 이스케이프먼트를 장착한 매뉴팩처 칼리버 FC-945를 심장에 이식했다. 그 덕분에 휠 톱니의 마찰을 줄여주는 윤활유가 필요 없고, 가벼워 에너지 효율도 높아졌다. 또한 새로운 클래식 매뉴팩처 월드타이머는 매끈하게 폴리싱한 브레이슬릿이, 슬림 라인 매뉴팩처 문페이즈는 슬림한 자태가 인상적이다.

올해 탄생 110주년이라는 의미 깊은 해를 맞은 오리스. 이를 축하하기 위해 특별한 110주년 기념 시계를 소개했다. 10 데이 파워 리저브 무브먼트를 탑재했는데, 이름 그대로 10일이라는 상당히 긴 파워 리저브를 자랑하며, 심지어 싱글 배럴을 채택했다(배럴 안 메인스프링이 1.8m에 이른다는 사실). 직선 형태가 아니라 오리스가 특허를 취득한 비선형(non-linear)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를 통해 언제 와인딩을 해야 하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로즈 골드 모델 110피스, 스테인리스스틸 소재 110피스를 한정 생산한다. 이외에도 점핑 아워나 포인터 문(문페이즈와는 다른 기능으로 달이 달린 바늘이 하루의 절반만 회전하며 달의 순환 주기를 보여준다) 등도 함께 선보이며 뜻깊은 110주년을 자축했다.

1969년 세계 최초의 쿼츠 시계 쿼츠 아스트론으로 시계업계를 발칵 뒤집은 세이코. 아스트론에 이어 스프링 드라이브, 그리고 최초로 사용자의 움직임에서 에너지를 얻는 쿼츠 시계 키네틱까지 독보적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올해 바젤월드에서는 세이코의 상위 라인 그랜드 세이코에서 고진동 GMT를 소개했다. 무려 1분에 3만6000회 진동수를 자랑하는 새로운 메커니컬 고진동 시계로 중앙에 달린 별도의 바늘을 통해 듀얼 타임을 표시할 수 있다. 하루 오차 +5초~-3초의 정확성에 55시간 파워 리저브 가능하며, 시계 뒷면에서는 반짝이는 사파이어 크리스털 소재 백케이스를 통해 특별 제작한 티타늄 소재의 로터도 확인할 수 있다. 전 세계에 600개 한정 생산하며 국내에서는 4개만 선보일 예정이라고.

소너리 시계 부문 최고를 자부하는 율리스 나르덴이 올해 또 한 번 그 저력을 과시했다. 야심차게 선보인 4가지 음의 웨스트민스터 차임 멜로디를 들려주는 그랑 소너리 웨스트민스터 까리옹 ‘임페리얼 블루’를 통해서 말이다. 소너리 메커니즘의 한계에 도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완성한 수작으로, 가히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의 정수라 할 만하다. 여기에 사파이어 플레이트 위에서 떠다니는 플라잉 투르비용과 블루 사파이어로 장식한 브리지의 신비로운 자태도 임페리얼 블루(20개 한정 생산)의 특별함을 더욱 부각시킨다. 그뿐 아니라 핸드 인그레이빙을 더한 자케마르 ‘재즈 미니트리피터’(18개 한정 생산) 역시 돋보였는데, 플래티넘 케이스와 어우러진 검은색 오닉스 다이얼 위에 18K 골드로 형상화한, 아름다운 멜로디에 맞춰 펼치는 퍼포먼스가 단연 압권이다. 음악에 대한 심미적 해석을 더한 궁극의 타임피스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다.
에디터 | 유은정 (ejyoo@noblesse.com) 이서연 (janice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