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그 장소의 정신 – ITALY
지금 두 발을 딛고 있는 그곳이 영감이 된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세계 각국의 거리가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었고 제품으로 탄생한다. 패션 하우스와 장소의 연결 고리를 살펴보고 이들이 표현한 컬렉션에 담긴 의미를 찾는다.
마드모아젤 샤넬에게 영감을 준 베니스 산 마르코 대성당의 파사드
“제가 이탈리아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멋진 역사와 전통을 지닌 곳이지요.
(I’m proud of being Italian, proud of our past and traditions)” –도미니코 돌체
옹 루지싼 링

베니스 곳곳에서 만날수 있는 사자 석상
Venice, Saint Mark’s Basilica Chanel & Sous le Signe du Lion
마드모아젤 샤넬의 상징적 언어이자 영감의 원천인 동물은? 예상했겠지만 레오(leo), 즉 사자다. 사자는 1833년 8월 19일에 태어난 가브리엘 샤넬의 별자리이자, 그녀가 사랑에 빠진 도시 베니스의 표상. 연인의 죽음으로 상심에 잠긴 그녀는 베니스 여행을 통해 도시 곳곳의 박물관, 끝없이 흐르는 대운하, 좁은 골목길 사이의 카페와 골동품 숍 등에서 큰 영감과 힘을 얻는다. 특히 산 마르코 대성당을 비롯해 도시 곳곳에서 모자이크 또는 석상의 모습으로 발견한 사자 모티브는 이후 그녀의 삶 전반을 아우르는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샤넬은 2012년 이러한 스토리에서 착안해 하이 주얼리 컬렉션 ‘수 르 신느 뒤 리옹’을 런칭한다. 마드모아젤 샤넬과 베니스의 첫 만남을 상징하는 주얼리부터 산 마르코 대성당에 자리한 사자를 기념하는 주얼리까지, 다채로운 피스는 모두 베니스와 마드모아젤 샤넬의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맞닿아 있다.

Milan, Via Borgonuovo 11 Giorgio Armani & Le Sac 11
보르고누오보 거리 11번지는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에게 아주 특별한 곳이다. 브랜드의 본사가 자리한 곳으로 그의 이탈리아 사랑과 장인에 대한 존경심을 펼칠 수 있는 곳을 의미한다. 2015년 F/W 컬렉션에서 처음 선보인 르 색 11 역시 이곳의 정신이 깃든 가방이다. 가방 이름에 포함된 숫자 ‘11’은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생일이자 브랜드의 밀라노 헤드쿼터 주소로, 간결하지만 그 안에 수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을 듯. 핸들이 달린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시간을 넘나드는 우아함을 간직한 르 색 11은 국내에서 2016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호텔 일 펠리카노

Tuscan, Il Pellicano Boglioli 2015 S/S Collection
볼리올리의 2015년 S/S 컬렉션은 지중해의 빼어난 경관과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역사적 호텔 일 펠리카노(Il Pellicano)의 소나무로 둘러싸인 수영장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았다. 이곳의 다채로운 컬러와 자연스러운 편안함은 당대 유명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물론 수많은 이에게 짙은 감동을 선사해왔다. 볼리올리는 이번 시즌 이곳의 감성을 재해석하며 대담한 색감과 부드러운 형태, 루스한 피트가 완벽한 합을 이룬 홀리데이 룩을 제안한다.

팔라초 델라 치빌타 이탈리아나
Rome, Palazzo della Civilta Italiana Fendi 2015 S/S Collection
화가 조르조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의 역사적 회화 작품 ‘불온한 뮤즈’에 등장하는 아치에서 영향을 받은 건축물 팔라초 델라 치빌타 이탈리아나는 펜디의 새로운 본사 건물이자 이번 시즌 펜디 컬렉션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부터 자리해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을 건축적 실루엣의 드레스, 로마 하늘을 담은 아주르 블루 컬러 크롭트 재킷 등 다양한 소재와 텍스처의 믹스로 표현한 의상으로 재해석했다. 이 모든 것에서 로마에 뿌리를 내린 펜디 고유의 정체성을 재차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테아트로 올림피코의 내부
Vicenza, Teatro Olimpico Bottega Veneta & Olympia Bag
보테가 베네타의 본사가 자리한 이탈리아 비첸차, 이곳은 세계적 건축가 안드레아 팔라디오(Andrea Palladio)의 주요 활동 무대이기도 했다. 특히 비첸차의 테아트로 올림피코는 안드레아 생애 마지막 건축물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실내 극장으로 역사적 의미를 더하는 곳. 완벽한 비례와 미학을 담은 극장은 곧 토마스 마이어에게 영감을 선사하며 유연한 직사각형 실루엣의 올림피아 백으로 탄생했다. 물론 보테가 베네타 특유의 가죽 가공 기법과 우아한 장인정신이 깃든 모습으로.

Villa Borghese Loro Piana & Giardini Del Lago Shawl
로마에서 세 번째로 큰 공원인 보르게세 호수 공원은 영국식으로 가꾼 정원과 미술관, 유서 깊은 건물 등이 자리해 로마 시민과 관광객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곳이다. 로로 피아나는 이곳 강변에 흩날리는 꽃과 잎사귀를 그림처럼 표현한 숄을 만들었다. 빼곡하게 그려진 보라색 식물 프린트는 하얀 배경 그리고 붉은 모서리와 부드러운 대조를 이루고, 로로 피아나 특유의 고급스러운 캐시미어와 실크 소재를 사용한 덕분에 보기만 해도 마치 로마의 잔디밭에 누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시칠리아
Sicilia olce & Gabbana & Sicily Bag
돌체 앤 가바나만큼 시칠리아를 사랑하는 이가 또 있을까? 이들이 출시한 아이코닉 백인 시칠리(Sicily) 백은 가정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는 강인한 시칠리아 여성의 이미지와 이들이 실제로 어떤 가방을 드는지 연구하며 디자인 힌트를 얻었다. 그 결과 탄생한 클래식한 디자인의 시칠리 백은 매 시즌 다른 소재와 컬러를 거리낌없이 믹스하며 시칠리아 여성만큼 무한한 매력을 뽐내는 중!
에디터 서재희 (jay@noblesse.com) 이현상 (ryan.lee@noblesse.com) 이혜미 (hmlee@noblesse.com)
디자인 임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