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HH 2017, 시간 개척자
지난 1월 제27회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에서 목도한 기계식 시계의 테크니컬 퍼포먼스! 새로 등장한 시계는애 호가의 심장을 요동치게 하는 하이 컴플리케이션부터 기계식 시계 입문자를 위한 엔트리급 모델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이루었다.
INNOVATION, THE BEST WAY FOR PRECISION
진보와 전통이 공존하는 분야인 덕에 올해 역시 기존의 노하우와 신기술·신소재를 결합한 하이 컴플리케이션 워치가 여럿 등장했다. 특히 소리로 시간을 알리는 차임 워치와 우주의 신비를 작은 다이얼에 응축한 셀레스티얼 워치는 하이엔드 매뉴팩처링의 레벨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 듯하다. 항공·우주산업에 사용하는 소재와 시계의 만남 역시 놓쳐서는 안 될 트렌드의 한 축.

VACHERON CONSTANTIN
LES CABINOTIERS SYMPHONIA GRANDE SONNERIE 1860
2015년 57개의 컴플리케이션을 담은 포켓 워치 Ref. 57260에 필적할 만한 모델이 2017년 SIHH에 모습을 드러냈다. 소리로 시간을 알리는 차임 워치 중에서도 극소수의 매뉴팩처만 만들 수 있는 그랑 소네리가 바로 그것. 그랑 소네리는 작동자가 필요에 의해 소리를 듣는 미니트리피터와 달리 정각 그리고 매시 15분마다 공이 해머를 때리는 정교한 메커니즘이다. 자동으로 소리를 알려야 하기에 미니트리피터보다 복잡하며, 대체로 프티 소네리와 미니트리피터 기능을 기본 사양(?)처럼 제공한다. 더욱이 하루에 96회 차임 기능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동력의 공급 또한 주요 과제(15분 간격으로 시간당 4회). 이를 위해 바쉐론 콘스탄틴은 2개의 배럴을 새 무브먼트 1860에 탑재했으며, 그중 하나는 시간을, 다른 하나는 차임 기능을 관장한다. 한편, 이 시계는 한 명의 마스터 워치메이커가 500여 시간에 걸쳐 727개의 부품을 조립·조정 후 완성했는데, 백케이스에 드러난 복잡한 무브먼트와 달리 시계의 다이얼은 이상하리만큼 극도로 심플하다(남은 동력을 알리는 2개의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탑재하고도). 이 작품이 더욱 도드라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이얼을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아도 드러나는 시계의 진가 말이다.

CARTIER
ROTONDE DE CARTIER MINUTE REPEATER MYSTERIOUS DOUBLE TOURBILLON
블랙 로듐 도금 처리한 부품과 허공에 떠서 유영하는듯한 플라잉 투르비용 케이지(10시 방향)가 어우러져 손목 위에서 신비하고 오묘한 광경을 연출한다. 6시 방향의 해머 한 쌍은 다이얼 가장자리의 공을 때리며 크고 청아한 소리로 시간을 알린다. 메종의 상징인 미스터리 무브먼트와 하이엔드 메커니즘인 미니 트리피터의 완벽한 조화! 특히 이 시계는 최상의 소리를 선사하기 위해 케이스와 무브먼트 자체의 무게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내부를 도려내 가볍게 만든 티타늄 케이스, 무브먼트를 고스란히 드러낸 다이얼 구조가 좋은 예. 게다가 해머를 치는 부분인 공의 소재와 모양에 따라 소리의 풍부함이 달라지기 때문에 경화 스틸 소재의 사각 형태 공을 무브먼트 가장자리에 둘렀다. 한편, 탑재한 투르비용이 하나임에도 ‘더블’이라 이름 붙인 이유가 있는데, 중력을 상쇄하기 위한 이 멋진 부품이 1분에 1회 자전하는 동시에 사파이어 크리스털 디스크 위를 5분마다 공전하기 때문이다. 448개의 부품을 사용했음에도 무브먼트 9407 MC의 두께는 6.05mm, 이를 포함한 케이스는 11.15mm에 불과하다(케이스 지름은 45mm).

JAEGER-LECOULTRE
HYBRIS ARTISTICA MYSTÉRIEUSE
메종의 혁신적 창의성을 품은 히브리스 아티스티카 컬렉션의 새 모델 미스테리외즈다. 밤하늘을 닮은 어벤추린 다이얼 위에 아라베스크 패턴의 스켈레톤 머더오브펄 디스크를 더해 예술적 면모를 뽐내며, 아치형 캐리지가 인상적인 플라잉 투르비용을 탑재해 하이엔드 기계식 시계의 정수라 할 만하다. 그런데 반드시 있어야 할 시곗바늘이 온데간데없다. 이 시계의 이름에 ‘미스터리’가 붙은 이유가 바로 그것! 투르비용 케이지는 자전과 동시에 다이얼 주위를 돌며 그 자체로 시침 역할을 하고, 다이얼 가장자리의 머더오브펄 디스크 역시 시간당 1회전하며 분을 알린다(2시 방향의 골드 삼각형이 분침으로, 사진 속 시계는 현재 4시 10분). 더욱이 이 시계는 베젤을 제외한 핑크 골드 케이스 전체를 스켈레톤 형태로 깎아 예거 르쿨트르가 추구하는 수공예 정신인 메티에 라르(métiers rares)를 대변한다. 스켈레톤 기법은 백케이스에도, 심지어 동력을 축적하기 위한 로터에도 적용했다.

1 랑에 운트 죄네 A. LANGE & SÖHNE 2 타임워커 크로노그래프 MONTBLANC
A. LANGE & SÖHNE
TOURBOGRAPH PERPETUAL ‘POUR LE MÉRITE’
퓌제 앤 체인(fusée-and-chain) 트랜스미션은 배럴(태엽통)에 연결한 체인을 일정한 간격으로 풀어 불필요한 동력 손실을 막는 동시에 힘을 일정하게 분배하는 역할을 하는 놀라운 기술이다. 랑에 운트 죄네는 이 시스템을 탑재한 시계를 일컫는 ‘푸르 르 메리트’의 다섯 번째 모델을 출시했다. 그것도 중력을 상쇄하는 투르비용, 특정 구간 시간의 흐름을 연속으로 측정할 수 있는 더블 크로노그래프(라트라팡트), 2100년까지 날짜 조정이 필요 없는 퍼페추얼 캘린더 등 하이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한데 품은 채로! 이를 위해 독일의 시계 명가는 684개(체인 부품을 포함하면 총 1319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새 핸드와인딩 칼리버 L133.1을 개발했는데, 보통 라트라팡트와 퍼페추얼 캘린더는 힘의 소모가 많은 기능이라 함께 탑재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랑에는 보란 듯이(!) 이를 성공시켰다. 플래티넘 케이스를 사용, 총 50피스만 한정 생산한다. 한 해 생산량을 철저하게 제한하는 랑에인 만큼, 이들의 VVIP가 아닌 이상 얼마나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MONTBLANC
TIMEWALKER CHRONOGRAPH 1000
단 18점만 한정 생산하는 진귀한 시계로 크로노 작동 시 무려 1/1000초 단위까지 측정 가능한 고정밀 기능을 탑재했다. 이를 위해 몽블랑은 이 시계에 2개의 심장, 즉 한 쌍의 밸런스 휠을 탑재했는데 크로노그래프를 관장하는 밸런스 휠의 경우 시간당 36만 회(50Hz) 고진동하며, 1/1000초 측정을 위한 별도의 휠을 추가로 마련했다. 중앙의 레드 컬러 바늘이 1/100초 크로노 핸드이며 1/1000초의 경우 12시 방향의 레드 컬러 화살표로 확인할 수 있다. 즉 사진 속 시계가 측정한 크로노그래프 시간은 2분 17초 326. 다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완성한 메커니즘을 몇 줄의 문장으로 설명하긴 결코 쉽지 않지만 확실한 건 이 시계가 몽블랑의 진보와 혁신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증거라는 사실이다. 시간을 기록하는 크로노그래프에 대한 의지와 열정 또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고.

GIRARD-PERREGAUX
TRI-AXIAL PLANETARIUM
미니어처 페인팅으로 정교하게 표현한 문페이즈와 지구본을 연상시키는 구체가 눈에 들어오는 트리-액시얼 플라네타리움은 SIHH로 복귀한 지라드 페리고가 선보인 하이 컴플리케이션 워치다. 무엇보다 5시 방향의 지름 13mm 구체에 눈길이 가는데, 이것은 마치 지구가 자전하듯 하루에 한 번 회전하며 전 세계의 시간을 대략적이지만 즉각 읽을 수 있는 인디케이터 역할을 한다(구 아래에 놓인 골드 소재 화살표는 낮 12시를 가리켜 이를 중심으로 전 세계의 대략적 시간을 확인한다. 또한 백케이스를 통해 구의 반대편을 볼 수 있고, 그 지역은 현재 밤 시간대다). 천문 기능과 함께 주목해야 할 것은 9시 방향에 놓인 트리-액시얼 투르비용으로, 보통 축 하나를 기준으로 회전하는 것과 달리 여기에 탑재한 케이지는 3개의 축에서 각각 다른 속도(30초, 1분, 2분)로 통합 회전하며 중력을 상쇄한다. 여러 축이 동시에 회전해 정확도는 물론 시각적 아름다움까지 선사하는것. 다축 투르비용과 볼록한 구체를 탑재한 덕에 이 시계의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는 여느 시계와는 다른 모습이다. 마치 우주선 같다고 해야 할까.

VACHERON CONSTANTIN
LES CABINOTIERS CELESTIA ASTRONOMICAL GRAND COMPLICATION 3600
시계에 대한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3가지로 나뉘는 시간 표기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먼저 상용시(평균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시간 단위로 1년을 365.25일, 하루를 24시간, 매시를 60분으로 나눈다. 다른 하나는 태양의 일주운동을 기준으로 하는 태양시로 실제 궤도를 기준으로 시간을 재며, 상용시와의 오차 범위는 약 +14분에서 -16분(태양시에서 상용시를 뺀 것을 균시차라고 칭한다). 마지막은 자오선에서 관찰되는 ‘고정된’ 별의 거리를 계산해 측정하는 항성시로 평균시와 1일 4분 정도의 차이가 난다. 이처럼 천문학자가 아닌 이상 사용하지 않는(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시간 측정법을 케이스 지름 45mm, 두께 13.6mm에 불과한 작은 손목시계에 오밀조밀 담은 시계가 바로 올해 메종 바쉐론 콘스탄틴이 자신 있게 공개한 마스터피스, 캐비노티에 셀레스티아 애스트로노미컬 그랑 컴플리케이션 3600이다. 시계 앞면과 뒷면에는 앞서 말한 3가지 시간을 알리는 핸드 외에도 균시차, 문페이즈, 월령, 일출/일몰 시간, 낮·밤 길이, 스카이 차트, 퍼페추얼 캘린더, 황도십이궁, 계절 표시, 투르비용, 21일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등 총 23개의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탑재했고, 착용자가 위치한 곳의 조수간만의 차와 지구와 달, 태양의 위치를 알 수 있는 3D 형태 인디케이터(10시 방향)는 과학책에서나 볼 수 있던 모습! 이 시계는 익명의 주문자의 요청으로 5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완성했으며, 전 세계에 1점만 존재하는 유니크 피스다. 그렇기에 같은 걸 손에 넣을 수도, 또 원한다고 주문을 할 수도 없다. 시계 자체도 매우 흥미롭지만, 260년의 역사를 이어온 최고급 매뉴팩처에 이 시계를 주문한 이의 얼굴이 더 궁금해진다.

PANERAI
LAB-ID™ LUMINOR 1950 CARBOTECH 3 DAYS
다이얼이 심플하다고 그 너머에 숨은 기술력까지 단조로울 거란 생각은 접어두자. 파네라이 아이디어 워크숍(Laboratorio di Idee)이 야심차게 준비한 랩-ID™의 곳곳에는 혁신이라 칭할 만한 요소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우선 이들은 카본이라 불리는 탄소를 자유로이 다뤘는데, 카보테크라는 탄소섬유 기반의 합성 소재 케이스(매우 가볍고 외부 압력에 강하며 피부에 자극이 적다), 탄소 나노 튜브로 코팅한 다이얼(빛의 흡수와 반사를 최소화해 검은색이 더욱 도드라진다), 탄소에 세라믹 기반의 탄탈륨을 합성한 무브먼트 브리지와 플레이트(마찰이 적고 윤활이 필요 없다)가 대표적 부품. 게다가 시계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이스케이프먼트는 실리콘 소재를 사용하고, 휠은 DLC 코팅 처리해 이 역시 별도의 윤활이 필요치 않다. 그래서인지 이 시계는 전례 없는 50년의 품질보증기간을 내세웠다. 블루 컬러 슈퍼루미노바 코팅 처리한 인덱스와 핸드의 변신은 여타 결과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블루 인덱스와 핸드는 분명 파네리스티(파네라이 애호가)의 수집욕을 자극하는 최고의 요소지만!

1 알티플라노 투르비용 하이 주얼리 PIAGET 2 타임워커 크로노그래프 MONTBLANC
PIAGET
ALTIPLANO TOURBILLON HIGH JEWELRY
피아제는 탄생 60주년을 맞은 알티플라노를 기념하기 위해 컬렉션 역사상 처음으로 투르비용을 장착한 알티플라노 투르비용 하이 주얼리 모델을 선보였다. 사실 알티플라노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DNA는 초박형, 즉 울트라 신이다. 그렇기에 이 모델에 엄청난 기능을 얹어 무브먼트의 두께를 늘리는 건 결국 컬렉션의 특징을 포기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하지만 이들은 올해 투르비용을 장착한 두께 4.6mm의 새 칼리버를 선보이며 울트라 슬림에 대한 한계 아닌 한계를 보란 듯이 극복했다. 핸드와인딩 방식의 칼리버 670P에는 단 0.2g에 불과한 티타늄 투르비용 케이지를 장착해 중력을 상쇄한다. 외관에는 장인정신을 반영했다. 선버스트 기요셰 패턴에 투명한 블루 컬러 에나멜을 더한 플랭케 에나멜링 다이얼을 택했고, 슬림한 베젤과 러그에는 바게트 컷과 브릴리언트 컷 화이트 다이아몬드를 촘촘하게 세팅했다. 알티플라노의 창의적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다.
RICHARD MILLE
RM 50-03 TOURBILLON SPLIT SECONDS CHRONOGRAPH ULTRALIGHT MCLAREN F1
혁신을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리차드 밀이 시계 역사에 다시 나오기 힘들 마스터피스를 선보였다. 무브먼트 무게 7g, 스트랩을 포함한 시계 전체 무게가 40g에 불과한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기계식 크로노그래프 RM 50-03이 그 주인공! 이러한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데에는 단연 소재 역할이 큰데, 리차드 밀은 티타늄, 카본 TPT™, 이들이 새롭게 개발한 합성 소재 그라프 TPT™ 세 가지를 케이스 소재로 택했다. 그라프 TPT™는 카본 TPT™와 그라핀의 혼합물이다. 참고로 물결 패턴이 매력적인 카본 TPT™는 가볍고 부식에 강하며 탄성이 좋다. 그라핀 역시 강철보다 6배 가볍고, 200배 단단하다. 뛰어난 소재의 결합! 무브먼트에서도 혁신은 이어진다. 티타늄과 카본 TPT™를 주요 부품에 사용하고 이를 스켈레톤 처리한 덕분에 투르비용과 스플릿 세컨드를 한데 아우른 하이 컴플리케이션임에도 무게가 7g에 불과하다. 크로노그래프 부품의 꽃인 칼럼 휠의 변화도 주목하자. 기존에 리차드 밀은 전통적 방식의 칼럼 휠(8개의 기둥으로 만든)을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칼럼의 수를 6개로 줄이는 혁신을 시도했다. 그 결과 지속적으로 정확한 움직임이 가능하고, 기능을 멈추는 데 수월하며, 접촉 면이 줄어든 만큼 향상된 내구성을 보장한다. 시계의 외관은 맥라렌의 디자인 요소에서 가져왔는데, 단순히 품세만 따온 것이 아니라 F1 머신의 기능적 측면도 차용했다. 서스펜션 구조에서 영감을 받은 트랜스버스 케이지(무브먼트를 보호하는 부품)처럼 말이다.

ROGER DUBUIS
EXCALIBUR SPIDER PIRELLI
스켈레톤의 선두주자(이제는 칼리버를 넘어 시계 케이스에도 스켈레톤을 적용할 정도!) 로저드뷔는 2017년 이들의 강력한 스파이더 컨셉(마치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엮여 있는 구조)과 별 모티브의 아스트랄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가지고 다채로운 변주를 꾀했다. 그중 플린지(다이얼 가장자리)와 아스트랄 브리지, 크라운에 비비드한 블루 컬러를 입힌 엑스칼리버 스파이더 피렐리 더블 플라잉 투르비용 모델은 올해의 대표작. 로저드뷔 하이엔드 매뉴팩처링의 정점인 더블 플라잉 투르비용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탑재해 고도의 정확성과 이들이 추구하는 강렬한 매력을 동시에 드러낸다. 특히 이 시계에서 주목할 점은 제품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1872년 창립한 타이어 회사 피렐리와 손잡고 개발한 스트랩. 실제 카 레이스에서 우승한 차량의 타이어를 사용하고, 피렐리의 튼튼한 고무 소재로 마감한 스트랩은 놀라운 착용감과 함께 레이싱에 열광하는 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에 충분할 듯! 더블 투르비용을 장착한 엑스칼리버 피렐리 모델은 단 8점만 생산한다. 당신의 손목에 얹기엔 부담스럽다 싶다면, 아스트랄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탑재한 또 다른 엑스칼리버 피렐리 오토매틱 스켈레톤(박스 사진)을 선택하는 건 어떨까? 게다가 이건 88점 한정 생산하니 조금 더 경쟁률이 낮다.
SPORTY MOOD, PERFECT MATCH FOR MEN
넘실대는 파도와 박진감 넘치는 레이싱 스피릿은 언제나 남자와 시계를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대담한 디자인에 걸맞은 퍼포먼스, 비교적 접근이 용이한 가격까지 챙겼으니 남자들의 시선이 머무는 건 당연지사. 스포츠 워치 컬렉션의 대들보 역할을하 는 다이버 워치와 레이싱 워치가 올해 SIHH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가독성을 살린 크로노그래프와 스리 핸드를 탑재한 채로.

1 루미노르 섭머저블 1950 BMG-테크™ 3 데이즈 오토매틱 2 골드 소재의 루미노르 섭머저블 42mm 모델 3 지름 42mm의 섭머저블 스틸
PANERAI
LUMINOR SUBMERSIBLE
파네라이 역사의 시초가 이탈리아 해군 특수부대를 위한 시계인 만큼 컬렉션 대다수가 뛰어난 방수 성능을 갖추었지만 섭머저블의 경우 더욱 놀라운 성능으로 전문 다이빙과 같은 해양 스포츠에 특화된 모습을 보인다. 올해 이들은 이 섭머저블의 다양한 베리에이션 모델을 선보였다. 먼저 검푸른 다이얼이 멋진 사진 속 루미노르 섭머저블 1950 BMG-테크™ 3 데이즈 오토매틱 모델은 전혀 새로운 합성 물질을 케이스 소재로 사용해 더욱 주목을 끈 모델. BMG-테크™는 지르코늄, 구리, 알루미늄, 티타늄, 니켈을 고온에서 합성한 후 규칙적인 원자 배열을 갖지 못하도록 몇 초의 냉각 과정을 거친 소재로 그 결과 일반 금속보다 견고할뿐더러 외부의 충격과 자기장, 부식에 강한 저항성을 지닌다. 이러한 소재를 케이스에 사용했으니 내구성은 물론 무브먼트의 퍼포먼스까지 보장받은 상태! 한편, 섭머저블 컬렉션 최초로 지름 42mm의 모델도 함께 출시한다. 그 덕분에 지름 45mm 또는 47mm의 큰 크기가 부담스러운 아시아인의 구애를 받을 전망! 사진 속 모델처럼 고급스러운 레드 골드를 케이스 소재로 선택한 버전과 실용적인 스틸 버전으로 선보이며 두 모델 모두 스크래치에 강한 블랙 세라믹 베젤을 얹었고, 3일간 파워리저브가 가능한 오토매틱 칼리버 P.9010을 탑재했다.

1 루미노르 마리나 아메리카컵 3 데이즈 2 루미노르 마리나 아메리카컵 레가타 크로노그래프
PANERAI
LUMINOR MARINA AMERICA’S CUP 3 DAYS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요트 경기 중 하나인 35회 아메리카컵 후원을 기념하며 선보인 300점 한정 모델로 대회의 로고 컬러에서 가져온 레드와 화이트로 핸드를 장식했고, 블루와 레드 컬러 스티치로 가죽 스트랩을 견고하게 만들었다. 공식 로고를 백케이스에 새긴 이 시계는 요트를 즐기는 파네리스티의 수집 대상 목록에서 꼭대기 자리를 차지할 듯하다. 이 밖에도 파네라이는 아메리카컵에 참여 하는 소프트뱅크 팀 재팬과 오러클 팀 USA를 스폰서링하며 정확한 요트 출발 시간을 알리는 레가타 크로노그래프,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오토매틱 모델 등을 스페셜 에디션으로 선보이기도.

ULYSSE NARDIN
MARINE DIVER CHRONOGRAPH ARTEMIS RACING
아메리카컵과 관련된 또 하나의 브랜드는 율리스 나르당. 이들은 대회에 참가한 스웨덴의 아르테미스 팀을 후원하며 250개 한정판인 마린 다이버 크로노그래프 모델을 선보였다. 레이싱에 최적화한 시계라는 사실은 시계 곳곳에 포진한 요소로 확인 가능하다. 옐로 컬러로 포인트를 줘 가독성이 뛰어난 크로노그래프 다이얼, 충격 완화를 위해 바다를 상징하는 블루 컬러 러버로 코팅한 스틸 케이스, 착용감이 우수한 같은 컬러의 러버 스트랩 그리고 아르테미스 팀의 쌍동선을 정교하게 새긴 다이얼까지! 시계의 심장박동은 율리스 나르당의 대표적 오토매틱 칼리버 UN-35가 맡았다. 케이스 지름은 45.8mm. 참고로 아르테미스 팀은 프랑스 툴롱 지역에서 루이 비통 주최로 열린 아메리카컵 월드 시리즈 ‘레가타’에서 세 차례 우승을 거둔 두 번째 팀이 됐다고. 35번째 바다 위의 레이싱은 현재도 벌어지고 있다.

1 타임워커 크로노그래프 UTC 2 타임워커 오토매틱 3 타임워커 랠리 타이머
MONTBLANC
TIMEWALKER COLLECTION
몽블랑은 2017년 모터스포츠의 유구한 역사와 가치를 기리는 동시에 크로노그래프의 선구자 격인 미네르바(몽블랑 하이엔드 매뉴팩처의 전신)의 헤리티지에 경의를 표하며 타임 워커 컬렉션을 새롭게 정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앞서 소개한 1/1000초 크로노그래프 모델이 이들의 혁신적 크로노그래프 제작 기술을 보여줬다면, 지름 50mm에 달하는 랠리 타이머 카운터 모델은 레이싱의 정신을 진취적이고 남성적으로 표현했다. 시계 케이스를 자세히 살피면 1900년대에 미네르바에서 선보인 빈티지 랠리 타이머 스톱워치를 고스란히 빼닮았음을 알 수 있다. 블랙, 화이트, 레드 컬러를 사용해 가독성을 극대화한 다이얼, 2개의 크로노 카운터, 무엇보다 엄지로 눌러 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12시 방향의 푸시 버튼이 가장 큰 특징! 게다가 이 시계는 ‘트랜스포머’처럼 다양한 변신이 가능한데, 사진과 같이 손목시계는 물론 스트랩을 탈착해 포켓 워치, 함께 제공하는 메탈플레이트를 더해 자동차 대시보드 클록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몽블랑은 DLC 코팅 스틸 케이스와 블랙 세라믹 베젤(세컨드 타임의 24시 인디케이터를 새긴)의 조화가 멋스러운 크로노그래프 UTC, 스틸 소재 크로노그래프, 심플한 오토매틱 모델 등 베리에이션 모델을 선보이며 다시 한 번 몽블랑의 젊고 박진감 넘치는 이미지를 부각할 채비를 마쳤다.

BAUME & MERCIER
CLIFTON CLUB SHELBY? COBRA LIMITED EDITION
레이싱 머신 셸비 코브라와의 인연을 3년째 이어가며 보메 메르시에는 클립튼 클럽 컬렉션에 레이싱 정신을 투영했다. 올해 영감을 준 차량은 1964년 첫 경주에서 우승한 후 각종 대회에서 트로피를 거머쥐며 미국 모터스포츠의 상징이 된 셸비 코브라 데이토나 쿠페. 블루 컬러 보디에 실버 스트라이프를 입힌 박진감 넘치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차량의 상징적 컬러는 사진과 같이 시계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그 폭발적인 성능을 기린다. 시계의 퍼포먼스도 전설의 차량과 비견될 만하다. 라주페레사에서 제작한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를 탑재했고, 다이얼 가장자리에는 타키미터 스케일을 새겨 특정 구간의 평균속도를 측정한다. 레드 컬러가 선명한 크로노 초침 끝엔 코브라 모티브를 이식했는데, 이는 셸비 코브라의 위엄 있는 표식!
STEEL & ICONIC CASE, IDEAL COMBINATION
스틸이 매력적인 이유는 품격과 실용성을 동시에 아우르기 때문이다. 올해도 데일리 워치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스틸 시계가 남성들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골드 소재로만 선보이던 것을 스틸로 완성해 젊은 고객을 끌어들일 채비를 한 시계가 있는가 하면, 스틸 케이스에 다양한 기능을 더해 컴플리케이션의 재미를 선사하는 모델도 있다. 스틸의 대중화, 스틸의 고급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셈!

1 Geophysic Universal Time JAEGER-LECOULTRE 2 1858 AUTOMATIC MONTBLANC
JAEGER-LECOULTRE
GEOPHYSIC UNIVERSAL TIME
지름 41.6mm의 라운드 케이스에 거대한 대륙과 대양을 표현한 다이얼을 담았다. 그리고 다이얼 가장자리에는 24개의 도시명을 새겼다. 예상했겠지만 전 세계의 시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월드 타임 기능을 갖춘 시계로 크라운 하나로 시간 조정, 와인딩, 도시 세팅을 간편하게 할 수 있다. 다이얼에서는 고급스러움이 한껏 묻어나는데, 대륙 부분은 선레이 패턴으로 피니싱하고, 대양 부분은 음영을 준 블루 래커로 완성했기 때문이다.
MONTBLANC
1858 AUTOMATIC
이 시계는 완벽한 스틸 시계는 아니다. 베젤과 크라운에 브론즈 소재를 사용했기 때문. 브론즈는 시간이 지날수록 독특하고 멋진 광택을 더하며 컬러가 미묘하게 변하는 특징이 있는 소재. 사실 오랜 시간 사용하는 시계의 특성상 자주 쓰이지는 않지만, 최근 개성을 추구하는 이들의 요구에 따라 사용 빈도가 늘어나는 중! 마치 빛바랜 듯한 샌드 컬러의 아라비아숫자 인덱스와 핸드(슈퍼루미노바를 입혀 밤에는 어두운 곳에서 밝게 빛난다), 그리고 코냑 컬러의 소가죽 스트랩이 브론즈와 어우러져 더욱 멋진 빈티지한 느낌을 준다. 케이스 지름은 44mm, 오토매틱 칼리버 MB24.17로 구동하며, 세컨드 타임 존 핸드를 장착한 듀얼 타임 모델도 함께 출시했다.

1 톤다 1950 PARMIGIANI 2 로레토 GIRARD-PERREGAUX
PARMIGIANI
TONDA 1950
톤다 1950은 울트라 슬림 워치의 대표 모델 중 하나로 런칭 이후 명실공히 파르미지아니의 베스트셀링 모델로 활약해왔다. 하지만 그간 골드 소재로만 선보여 간결하고 모던한 디자인에 매료된 젊은 사람들에겐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시계이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이들은 블랙과 실버 다이얼을 더한 스틸 케이스 버전을 선보이며 젊은 시계 애호가에게 환영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물론 두께 2.6mm에 불과한 셀프와인딩 무브먼트 PF702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GIRARD-PERREGAUX
LAUREATO
1975년 세상의 빛을 처음 본 로레토는 1970년대에 쿼츠 무브먼트와 스포티한 디자인 워치의 바람을 타고 등장한 시계다. 원과 팔각형이 한데 어우러진 베젤은 당시의 트렌드를 품고 있고, 케이스와 자연스레 이어지는 브레이슬릿은 손목에 완벽하게 밀착해 착용한 이의 활동성을 보장했다. 더욱이 얇은 두께의 쿼츠 무브먼트를 장착해 슬림한 외관을 갖출 수도 있었고. 50년이 지난 지금 로레토는 옛 모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기계식 무브먼트를 탑재한 대규모 컬렉션으로 성장했다. 사진 속 모델은 지름 42mm의 남성용 스틸 모델. 그레이, 블루 등 다채로운 컬러의 다이얼과 가죽 스트랩, 스틸 브레이슬릿 등 다양한 버전으로 선보인다. 38mm의 중간 사이즈도 있어 손목이 가는 남자에게도 제격!

1 드라이브 드 까르띠에 문페이즈 CARTIER 2 마이 클라시마 BAUME & MERCIER
CARTIER
DRIVE DE CARTIER MOONPHASE
지난해에 런칭하며 까르띠에 남성 시계의 새 기준을 제시한 드라이브 드 까르띠에의 컴플리케이션 모델로 6시 방향에 시원한 크기의 문페이즈를 탑재했다. 이를 위해 라쇼드퐁 매뉴팩처의 워치메이커들은 칼리버 1904-LU MC를 새로 개발했는데, 달의 주기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문페이즈는 125년에 단 하루의 오차를 허용할 정도로 정확하다. 사진 속 스틸 모델 외에 핑크 골드 케이스를 적용한 모델도 함께 출시했다.
BAUME & MERCIER
MY CLASSIMA
보메 메르시에의 클라시마는 단정한 라운드 케이스에 바와 로마숫자를 혼용한 인덱스, 트랙을 정확하게 가리키는 시곗바늘 등 컬렉션 이름처럼 ‘클래식’함을 표방하는 드레스 워치로 오랜 시간 활약해왔다. 올해는 이러한 디자인 요소와 신뢰도 높은 스위스 쿼츠 칼리버를 결합한 마이 클래시마 컬렉션을 추가로 공개했다. 기계식 무브먼트를 제한 덕에 더욱 접근 가능성이 높아진 가격대로 선보이지만, 드레스 워치의 품격은 여전하다. 사진 속 모델은 케이스 지름 40mm의 남성용 버전이며, 36.5mm의 유니섹스 모델과 31mm의 여성용 모델도 함께 출시한다.

JAEGER-LECOULTRE
THE ATELIER REVERSO
예거 르쿨트르는 지난해에 리베르소 컬렉션 전체를 재정비하는 동시에 주문 제작 컨셉인 ‘아틀리에 리베르소’를 선보였다. 마치 슈트의 MTO 서비스처럼 기존의 시계 컬렉션에 자신이 원하는 컬러의 다이얼과 스트랩을 매치하는 것! 그리고 올해 이들은 3가지 컬러(레드, 일렉트릭 블루, 카본섬유 패턴을 입힌 그레이)와 3가지 스톤(그린 마블, 타이거아이, 그레이 운석) 등 총 6가지 컬러를 팔레트에 추가했다. 재미있는 건 올해 선보인 컬러가 진중하고 중후한 멋을 즐길 줄 아는 남성을 위한 것이란 사실! 스틸에 얹은 유색 다이얼의 조화가 자연스레 시선을 잡아끈다.
에디터 이현상(jinwon.jeong@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