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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Runway to Real way

FASHION

패션 하우스가 한 시즌 추구하는 방향과 무드를 표현한 의상인 쇼피스가 일상복으로 자리했다. 런웨이 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기도 하고, 고객에게 전달하기 전 좀 더 웨어러블한 모습으로 바뀌기도 한다. 이로 인해 우리의 옷장은 더욱 대담하고 화려해졌다.

최근 백화점과 청담동, 신사동 일대의 플래그십 스토어에 들를 때면 눈이 호강한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직접 살 수는 없어도 볼 것이 많아졌다는 느낌이랄까. 불과 몇 년 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한달 치 월급을 쏟아부어서라도 사고 싶은 옷이 쇼윈도와 행어를 가득 채우고 있다.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가짓수가 늘어난 쇼피스 덕분이다. 그간 쇼피스는 사실 고객이 직접 입을 수 있는 옷이라기보다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말 그대로 ‘쇼’를 위한 옷이었다. 브랜드 행사에 참석하는 셀레브러티, 화보 속 모델이나 입을 수 있는 ‘가질 수 없는 너’이기도 했다. 하지만 판도가 바뀌었다. 런웨이에 오른 옷은 쇼장에 혹은 잡지 속에 머물지 않고 거리를 수놓는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고객의 의식 변화! 사람들은 인쇄 매체와 SNS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연예인이 아닌 ‘나와 같은’ 사람들이 쇼피스를 즐기는 모습을 자연스레 접하게 됐고, 화려하고 개성 넘치는 스타일에 대한 거부감을 점차 줄여나갔다.

게다가 백과 슈즈만으로는 자신의 독특한 감성을 표출하기에 부족하다는 걸 인지했다. 즉 남들과 다른 옷을 걸치고 싶은 욕구를 가감 없이 드러내기 시작한 것! 이에 발맞춰 국내에 터를 잡은 전통 브랜드 역시 앞다퉈 쇼피스를 매장에 진열했다. 그 결과 고객들은 전화 문의에만 그치지 않고 아름다운 드레스를 손에 넣는다. 백과 슈즈보다 옷이 먼저 ‘완판’을 기록하기도 한다. 그리고 버버리, 랄프 로렌, 마이클 코어스, 모스키노 등 몇몇 브랜드에서 시행하고 있는 ‘See Now, Buy Now’ 프로그램(컬렉션 쇼 직후 제품을 매장에서 판매하는)도 이러한 트렌드를 부흥케한 주요 원인 중 하나며, 전통적 패션 하우스뿐 아니라 일부 편집숍에서 선보이던 디자이너 브랜드, 즉 지암바티스타 발리, 로샤스, 크리스토퍼 케인, 사카이 등의 국내 단독 매장 오픈 또한 좋은 예다.

에디터는 취재를 하며 얼마나 많은 쇼피스가 들어오고, 얼마나 빨리 소비되는지 더욱 궁금해졌다. 그래서 여러 브랜드의 홍보 담당자와 바잉 MD를 만나 탐정처럼 다양한 뒷얘기를 캐물었다(그들의 내부 정책상 브랜드명과 담당자의 이름은 밝히지 않는다). “모든 브랜드가 그렇겠지만 쇼피스는 VIP 고객에게 우선적으로 선보여요. 이들은 정교하고 섬세한 디테일과 최고급 소재에 이끌려 자연스레 그 피스를 구매하죠. 컬렉션 쇼에 초청받는 극소수 VVIP 고객의 경우엔 제품 출시 몇 개월 전에 이미 현지에서 주문을 하곤 합니다.” 이러한 얘기도 덧붙인다. “예전에는 쇼피스를 포함한 의류 바잉이 시즌 단 한 차례에 그쳤는데, 최근에는 추가 주문이 많아졌어요. 재미있는 건 웨어러블한 커머셜 피스보다 쇼피스가 항상 먼저 팔린다는 사실이에요. 대담한 스타일을 부끄러워하던 과거와는 확연하게 달라졌습니다.” 다른 브랜드 담당자의 얘기도 흥미롭다. “예전에는 같은 시즌이라 할지라도 쇼피스, 커머셜 피스를 포함한 의류와 가방, 슈즈를 포함한 액세서리의 무드가 달랐어요. 옷을 사는 고객과 액세서리 고객이 철저히 분리됐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시즌의 트렌드를 오롯이 담은 제품이 많아진 터라 옷을 구매하는 고객이 가방과 슈즈까지 한 번에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요. 컬렉션 자체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그것을 멋스럽게 소화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최근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영입한 한 브랜드의 담당자의 말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의 오랜 고객은 브랜드의 변화에 거부감을 느끼는 대신 이를 자연스레 받아들여요.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변화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컬렉션의 새 분위기에도 금세 적응합니다.” 쇼피스에 이어 최근 트렌드로 자리 잡은 팝업 스토어에 대한 이야기도 논했다. “시즌마다 테마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고객에게 알리는 데 팝업 스토어는 확실한 수단인 것 같아요. 옷에 따라 매번 부티크 전체를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게다가 부티크에 들어가길 주저하는 잠재 고객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데에도 효과적입니다. 사방이 뚫려 있다는 점이 큰 역할을 하죠. 최신의 룩을 선보이는 장소인 만큼 매출에도 즉각적 반응이 온답니다!(웃음)” 컬렉션과 쇼피스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한국에 패션에 관한 아주 널찍한 멍석이 깔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파리, 밀라노, 뉴욕을 찾지 않아도 다채로운 모습을 접하는 시대, 상상으로만 입던 옷을 거울 앞에서 직접 걸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Ready-to-Wear based on Showpiece
앞서 쇼피스에 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사실 행어에 걸린 옷은 아무래도 커머셜 제품이 대다수. 쇼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한 시즌의 무드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조금은 부담스러운 쇼피스의 디테일을 제하거나,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소화 가능한 디자인으로 바꾼 것이 특징! 현재 국내 부티크에서 만날 수 있는 제품을 엄선했다.

로고 티셔츠를 입고 등장한 모델의 피날레와 이를 토대로 재창조한 플라워 장식 티셔츠는 Dolce & Gabbana 제품으로 도트 패턴의 여성스러운 실크 스커트와 매치해도 전혀 손색없다.
걸을 때마다 레드 플리츠가 우아하게 퍼지는 Valentino의 런웨이 위 핑크 드레스는 미디스커트로 변모했다.

풍성한 퍼프소매와 레드 컬러의 강렬한 플라워 프린트가 인상적인 Gucci의 보(bow) 디테일 드레스. 가슴 라인을 깊게 판 쇼피스보다 로맨틱하다.
쇼피스의 니트가 달과 별로 로맨틱한 감성을 더했다면 타로 카드를 연상시키는 커머셜 피스의 니트는 몽환적이다. 쇼피스 니트도 매장에서 선보인다.

브이넥이 섹시한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의 비스코스 미니드레스는 허리 부분의 벨트 장식을 바꾸어 커머셜 피스로 선보였다. 이브 생 로랑의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 특징.
Thom Browne의 3색 라인의 화이트 트위드 소재의 런웨이 룩이 리얼웨이에서는 브레스트 재킷으로 탈바꿈했다.

실크 스카프를 연상시키는 Salvatore Ferragamo의 플로럴 패턴 슬리브리스 원피스는 판초 스타일 블라우스가 됐다. 쇼피스 역시 국내 부티크에서 만날 수 있다.
도트 패턴의 시폰 러플 블라우스와 매치한 Rochas의 화이트 컬러 샤 스커트는 국내에 옐로 컬러 버전을 출시한다. 함께 매치한 같은 톤의 컬러 니트와 함께 봄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Pick it up!
브랜드의 컨셉을 명확히 드러내지만, 조금은 과한 디테일과 소재 덕에 소화가 어렵다면 과감하게 한두 가지는 포기하라. 쇼피스를 즐기는 현명한 방법이다.

1 풍성하게 주름을 잡은 다크 네이비 컬러 크롭트 재킷 Salvatore Ferragamo
2 블랙과 블루 컬러의 스트라이프 패턴이 기하학적인 크롭트 풀오버 Fendi
3 물결 모양의 저지 소재 스웨트셔츠 Versace
4 태피스트리 기법을 적용한 사프란 레드 마라케시 크롭트 재킷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5 허리에 리본 장식을 단 레오퍼드 패턴 스커트 Dolce & Gabbana
6 큐브 패턴의 실크 스커트 Gucci

Forget me Not
레디투웨어가 아무리 중요하다 할지라도 가방이 빠지면 섭섭한 법! 이번 시즌을 넘기면 다시 손에 넣기 힘든 시즌 아이템을 선별했다.

1 클러치로 활용할 수 있는 플랩 백 Dior   2 폭신한 촉감의 가죽이 매력적인 미우 메가 백 Miu Miu   3 엠보 처리한 다미에 패턴의 체인 잇 백 Louis Vuitton   4 플라워 프린트 캔아이 백 Fendi   5 GG 마몽 트롱프뢰유 숄더백 Gucci

 

에디터 이현상(ryan.lee@noblesse.com)
사진 기성율(제품)  어시스턴트 정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