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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amily treasure

LIFESTYLE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탁상시계, 딸에게 물려주고 싶은 이젤과 화구 가방. 집집마다 전해지는 물건이 있다. 유구한 생명력으로 대를 이어가는 가족의 보물에 관한 이야기.

잊고 살아온 꿈의 조각
5년 전 서울을 떠나 파주로 이주했다.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이 실컷 자전거를 타거나 뛰어놀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 먼 거리를 오가며 일하긴 쉽지 않았지만 마음은 풍요로워졌다. 물론 집도 커졌는데 이내 각종 생필품, 과감하게 지른 가구, 무엇보다 직업상 축적한 책과 자료가 공간을 점령해버렸다. 집은 그대로인데 점점 공간이 좁아졌다. <심플하게 산다>의 저자 도미니크 로로와 웹사이트 ‘미니멀리스트’의 조슈아 필즈 밀번과 라이언 니커디머스 등이 수면으로 올린 미니멀라이프가 절실해졌다. 그렇다고 그들의 추종자가 될 마음은 티끌만큼도 없다.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생겼고 새로운 물건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사그라진, 그저 자연스러운 나이 듦의 과정일 뿐. 아름다운 가게로 쓸 만한 물건들을 보내면서 당분간 놔둬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 그리고 아이들에게 물려줄 것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급할 건 없으니 아주 천천히! 굳이 가문의 보물을 꼽으라면 바로 세 번째 목록일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부산에서 서울로, 런던으로 다시 서울, 파주까지 여러 곳을 거치는 동안 분신처럼 들고 다닌 ‘오래된 것’을 찾았고 35년 전에 배우던 수제 악기 만돌린, 30년 전 미술학원을 다닐 때 사용한 화구 박스 등이 남았다. 미대라도 이론이 우선인 전공을 택한 탓에 대학 시절에도 구석에 박혀 있기 일쑤였지만 지금까지 간직한 건 왠지 모를 그리움과 애틋함을 담은 존재라서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취재와 교육으로 살아가는 생활인이지만 언젠가 그림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는 바람을 꽁꽁 여며놓은 보물 상자라고 할까. 여기에 몇 년 전 한 조로 추가한 것이 있으니 바로 이젤이다. 어릴 적 언니와 동생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이젤을 20년 전 멀리 떠나보내고 겨우 들인 내 인생 두 번째 이젤! 접이식 휴대용을 고른 건 도심에 비해 한가로운 곳으로 오면서 마치 인상파처럼 햇살 가득한 야외로 나가 그림을 그리고 싶은 허세 어린 동경 덕분이고, 가벼운 금속 소재도 나오건만 애써서 무거운 원목을 고집한 건 오래 사용하고 싶어서였다. 이미 30년을 견딘 화구 박스처럼, 아직 거칠지만 언젠가 이젤의 표면은 매끄러워지고 그 위로 떨어진 물감이 색을 더하게 될 것이다. 그즈음 그림에 소질이 엿보이는 딸에게 물려줄 날이 올 것이다. 긴 세월 간직한 꿈을 표현한 소박하고 솔직한 그림과 함께 말이다._정희경(매뉴얼세븐 대표)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와 스틸 브레이슬릿을 매치해 블루 스틸 핸즈의 청량함이 돋보이는 론진의 마스터 컬렉션 42mm

타임리스 타임피스
무려 185년 동안 가문의 대를 이어 전해진 물건이라면, 멋진 시나리오가 뚝딱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긴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드라마가 탄생했을까. 1832년 스위스 쌍띠미에에서 창립한 론진은 185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올해로 창설 100주년을 맞이한 세계 최대 시계 박람회 바젤월드는 1917년 스위스 시계 제조업체가 전시회를 연 것이 시초로 당시 29개의 브랜드 중 지금까지 남아 있는 브랜드는 티쏘와 론진 단 2개. 그만큼 론진은 스위스 시계 산업의 산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의 론진이 있기까지 브랜드의 명맥을 이어온 원동력은 탄생 초창기부터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닌 타임피스를 만들어왔기 때문. 특히 2005년 출시 이후 베스트셀러 1위의 자리를 고수해온 마스터 컬렉션은 브랜드의 철학을 완벽하게 표현한 모델로 꼽힌다. 실제 론진 시계 구매 고객 중 절반 이상이 이 컬렉션을 선택했을 정도. 클래식하고 우아한 디자인과 전 제품에 장착한 셀프와인딩 무브먼트가 특징이다. 무엇보다 수년에 걸쳐 새로운 사이즈와 기능을 추가해온 덕에 마스터 컬렉션의 정수를 유지하면서 모델 선택의 폭을 넓혔다. 시, 분, 초만 간결하게 전하는 전통적 모델부터 크로노그래프, 월드 타임, 파워리저브, 문페이즈 또는 레트로그레이드 등 각종 컴플리케이션을 탑재한 시계까지 다양한 버전을 선택할 수 있다. 다이얼 사이즈를 38.5mm, 40mm, 41mm, 42mm, 44mm로 세분화해 제공하는 것도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 케이스는 스틸, 스틸과 옐로 골드, 18K 로즈 골드 3가지로 구성했다. 보리알 모양의 발리콘 패턴은 또 하나의 시그너처 디자인으로 블루 컬러의 스틸 핸즈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 발리콘 패턴 대신 블랙 또는 실버 컬러 로듐 도금 다이얼도 선보인다. 마스터 컬렉션은 스틸 또는 스틸과 옐로 골드 브레이슬릿이나 블랙, 다크 브라운 컬러 앨리게이터 레더 스트랩을 매치할 수 있다. 모두 접이식 안전 버클 방식을 채택했다. 가수 윤종신은 론진에 특별한 애정이 있어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론진은 아내이자 테니스 선수인 전미라와 함께 한국 앰배서더로 활동하고 있는 롤랑가로의 공식 타임키퍼 브랜드다. 오래된 헤리티지 타임피스를 갖고 있는데 연식이 있는 시계라 수리가 필요했다. 얼마 전 스위스 본사로 점검을 보냈는데 이미 단종된 시계를 위해 글라스와 무브먼트 모두 다시 제작해 보내주기도 했다. 오랜 역사가 쌓인 브랜드 특유의 우아한 멋이 있고, 그 느낌과 품질까지 무엇 하나 아끼지 않을 이유가 없다.”

추억의 대물림
어린 시절, 서재 장식장에 놓여 있던 탁상시계를 기억한다. 수많은 시계 중에서도 아버지가 가장 아끼고 좋아하신 물건. 그 자리에 영원히 있을 것 같던 시계는 이제 나의 사무실 한편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태엽을 감아줘야 하는 수동 시계라 매번 시간을 맞춰놓진 않지만 사무실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시계를 바라보며 마음을 가다듬는 것. 바라보는 것만으로 더 열심히 살자 다짐하게 된다. 건축업에 종사하신 아버지는 해외 출장이 잦았다. 출장에서 돌아올 때면 항상 무언가를 손에 들고 있었는데 시계를 주로 사오셨다. 손목시계뿐 아니라 탁상시계까지 다양한 종류의 시계를 모은 아버지 덕에 어릴 적부터 좋은 시계를 알아보는 안목과 취향이 생겼다. 부전자전이라는 말처럼 시계를 좋아하게 됐고, 시계 회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하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36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결혼하고 그 이듬해에 첫아들을 낳았을 때다. 자식이 생겼으니 시간을 더욱 아껴서 잘 쓰라는 말과 함께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탁상시계. 그토록 소중히 닦고 아끼던 아버지의 보물이었다. 그저 장식장에 자리를 차지한 시계로 생각해 관심을 두지 않았던 탁상시계는 예거 르쿨트르의 제품.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현재는 구입할 수도 없는 희귀한 디자인으로 소장 가치도 높다. 아버지가 사용하던 물건을 물려받는다는 사실이 의미 있기도 했지만 한 시대가 저물어가는 것을 느끼며 가슴이 복받쳐 오른 순간이다. 투명한 유리 케이스를 통해 시계 속을 들여다보며 아버지와 함께한 어린 시절을 마주했다. 함께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듣고, 마이크 타이슨의 전성기 시절 경기를 지켜보던 추억. 보고 듣고 경험하는 매 순간 아버지가 항상 곁에 있었다. 이처럼 아버지는 시계를 매개로 내게 ‘추억의 가치’라는 또 다른 보물을 물려주셨다. 이제 시계를 보면 아버지 생각도 나지만 아들이 떠오른다. 올해 열 살이 된 아들 현우. 시계를 받은 지 벌써 10년이 흐른 셈이다. 아들이 장성해 결혼하는 날 이 탁상시계를 물려줄 생각이다. 아들 역시 나와 함께 할아버지도 추억해주길 바라며. _고인준(런드레스 코리아 대표)

시간의 가치를 누리는 의자
갤러리에서 근무하던 2009년. 빈티지 가구가 가끔씩 입고되곤 했다. 당시만 해도 수백만 원부터 억 단위에 이르는 가구를 보며 이런 고물의 가격이 왜 그리 비싼지 이해할 수 없었다. 갤러리에 가구를 잘 아는 전문가가 없었고, 일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구의 역사를 독학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북유럽 가구로 시작해 서유럽 가구에 이르렀고, 이름과 출시 연도를 줄줄 외우기까지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가구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고, 그저 이론으로만 이해하는 수준이었다. 가구를 보는 눈이 달라진 것은 프랑스 파리 외곽의 한 창고를 방문한 뒤다. 먼지가 내려앉은 1940~1950년대 가구가 가득한 그곳. 장 프루베와 르코르뷔지에, 샤를로트 페리앙과 피에르 잔느레 같은 건축가가 만든 의자가 먼지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형태와 제작 방식의 꾸미지 않은 순수함에 감탄하며 단순한 의자가 아닌 예술가가 빚어낸 조형 작품이라 느낀 그 순간, 대가의 기운이 범람하던 그때의 감동을 지금도 기억한다. 이후 가구는 삶의 지표가 되었고, ‘좋은 디자인’의 기준을 만들었다. 바로 긴 생명력이다. 최근 인테리어를 비롯한 각종 디자인 분야에서 유행에 휩쓸려 갈피를 못 잡는 제품과 소모적인 디자인 결과물을 접할 때마다 이는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그날 이후 내가 대를 물려 쓰겠다며 구입한 가구가 있으니 피에르 잔느레의 ‘라운지 체어’다. 지금까지 봐온 수백 점의 빈티지 가구 중 근본적 조형물로서의 가구를 대표하는 디자인이라 생각한다. 그가 르코르뷔지에와 공동 작업으로 1950년에 만들어낸 미래 도시, 인도의 찬디가르를 위해 디자인한 의자다. 설계 과정에서 인간의 행동 양식을 관찰해 반영하는 건축가가 만든 가구답게 인도 고유의 생활 방식을 존중하려 한 철학이 묻어난다. 좌식 생활을 반영해 보통 의자보다 높이가 낮고 인도 전통 공예에서 쓰는 장미목, 티크, 대나무 등을 사용했다. 습하고 더운 기후에 맞춰 통풍이 원활하도록 셰이드도 달았다. 21세기 대한민국의 평범한 집에 들인 20세기 중반 건축가의 라운지 체어 2점이 시공을 초월해 제 기능을 온전히 발휘하고 있다. 그 덕분에 거실에서 TV가 사라지고 테이블이 생겼다. 공간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 중이다. 아이들도 보고 배울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시시해지지 않는 물건이 결국 시간의 가치를 누린다는 것을._구병준(PPS 대표)

 

에디터 김윤영(snob@noblesse.com)
사진 박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