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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I Love Milan

LIFESTYLE

5월호를 통해 소개한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 참관기. 미처 지면에 담지 못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내며 밀라노의 봄을 떠올린다.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 전경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는 매년 4월에 열린다. 올해 일정은 4월 4일부터 9일까지. 알 만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는 전 세계에서 열리는 디자인 이벤트 중 가장 규모가 큰 행사로 꼽힌다. 이 시기에 패션과 디자인 도시의 정체성을 확인하러 디자인과 가구업계 종사자뿐 아니라 일반인도 밀라노로 몰려든다(국내에서도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 일정을 묶은 패키지 여행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여러 차례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를 취재한 경험이 있는 선배들은 말했다. “박람회장 크기는 코엑스의 20배 정도? 하루에 2만 보 걷는 건 일도 아니야. 어차피 다 보는 건 불가능해. 욕심을 버리고 봐야 할 것만 정해서 가는 게 좋아.” 매일 쏟아지는 선배들의 조언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촉박한 시간에 최대한 많은 걸 보고 와야 하는 기자의 숙명. 문제는 체력이었다. 비행기를 타기 전 비타민 주사를 맞고 한의원에 들러 물리치료를 받고 나서 조금 가벼워진 몸으로 밀라노로 향했다.

코스와 스와인의 컬래버레이션 전시〈new spring〉

밀라노의 시계는 서울보다 빨랐다. 그만큼 밀라노에서의 4일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이틀은 로 피에라 전시장을 돌았다.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의 트레이드마크인 빨간색 캐리어(프레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를 끌고 발에 모터를 단 듯 부지런히 움직였다(내가 이렇게 직립보행을 잘하는 줄 몰랐다). 남은 이틀은 시내에서 시간을 보냈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에는 박람회장뿐 아니라 시내 구석구석에서 크고 작은 전시가 열린다. 산책하듯 천천히 걸으며 작은 쇼룸과 갤러리를 둘러보면 이 행사를 왜 디자인 축제라 일컫는지, 여행자들이 이 시기에 왜 밀라노를 찾는지 몸소 깨닫게 된다. 지면에 소개하지 못했지만 인상 깊었던 것은 코스(COS)와 스와인의 컬래버레이션 전시〈new spring〉. 매년 수많은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가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독창적인 컨셉의 전시를 연다. 그에 비해 스파 브랜드임에도 개성 있는 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밀라노에서 주목할 만한 전시를 선보이는 코스. 이번엔 스와인과 손을 잡았다. 디자인계의 떠오르는 신예 스와인은 일본인 무라카미 아즈사와 영국인 알렉산더 그로브스가 설립한,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듀오 디자이너. 가구·제품·공간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지만, 특히 바다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녹여 만든 의자 ‘Sea Chair’와 알루미늄 캔을 재활용해 만든 ‘Can City’ 등 지속 가능하되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코스와 스와인은 이번 전시를 통해 벚나무 같은 설치물로 봄을 표현했다. 꽃송이같이 떨어지는 비눗방울이 패브릭에 닿으면 터지지 않지만 피부에 닿으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입구에서 나눠주는 검은색 면장갑을 끼고 꽃송이를 잡기 위해 손을 뻗는 사람들. 손에 닿은 비눗방울을 보며 찰나의 봄을, 그 짧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감성적인 전시였다.

만초니 극장에서 열린 톰 딕슨의〈multiplex〉 전시

매해 웅장한 규모의 전시를 여는 톰 딕슨은 ‘어제, 오늘, 내일’을 주제로 만초니 극장 전체를 전시장으로 활용했다. 전시 이름도 ‘Multiplex’. 톰 딕슨은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이케아와 협업한 미래의 가구를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거대한 전시장을 여기저기 배회하다 극장 무대 위에 도열한 델락티그(Delaktig)를 마주했다. 멀리서 보면 소파인지 침대인지 구분이 안 되는 형태. 개방형 플랫폼 형태로 디자인한 알루미늄 소파로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소파나 침대, 수납장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는 모듈형 가구다. 누구나 잠잘 곳은 필요하기 때문에 가구의 기본이라고 이야기한 톰 딕슨은 미래의 거실 가구로 침대를 선택했다고. 물론 소파나 침대로 한정 짓기보다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용도로 오래 사용하는 가구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좀 더 많은 걸 눈에 담지 못해 아쉬움이 크지만, 슈퍼 디자이너부터 이름 모를 작은 쇼룸까지 모두 한마음이 되어 디자인 축제에 참여하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 그곳에서 디자인이 시대의 언어임을 깨달은 사실만으로도 매우 값진 경험이었다.

 

에디터 문지영(ymo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