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미술의 맛
작품만큼이나 솔직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정보도 들을 수 있다. 미술 애호가는 물론 미술 ‘초짜’까지 몽땅 끌어안는다. 지금 당신이 미술 팟캐스트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계급 갈등과 도시의 성장 등 현대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작품으로 만드는 시어터 게이츠의
현대미술은 어렵다. 그걸 이해하는 덴 늘 설명이 필요하다. 그래서 누군가를 찾지만, 정작 필요할 땐 주변에 아무도 없다. 한데 최근 미술 팟캐스트가 그것을 대신 하고 있다. 다양한 주제로 담론을 풀고, 실제 작업 현장에 있는 미술가들을 불러 전시장에선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끌어낸다. 책으로 읽기엔 지루한 내용도 팟캐스트의 ‘썰 풀기’ 세례를 받으면 쉬워진다. 근데 이런 팟캐스트의 특성이 눈으로 봐야 하는 미술 세계에도 통용되느냐고? 된다. 실제로 여러 미술 팟캐스트가 제작되고, 제법 인기도 끌고 있으니 말이다.

<미술뒷담>과 <방구석 미술관>의 프로필 이미지와 <말하는 미술>과 아트스페이 풀의 파티 포스터.
현재 국내에서 접할 수 있는 여러 미술 팟캐스트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미술뒷담>과 <말하는 미술>이다. 둘은 비슷한 듯 다르게 열혈 청취자를 양산해낸다. 먼저 예술에 대해 겁 없는 뒷담화를 해보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미술뒷담>은 예술 애호가 ‘또치 아빠’와 현재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 ‘아트 마스터’가 진행하는 방송이다. 이들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미술계와 작업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비판과 조롱, 칭찬을 섞어가며 탈탈 털어놓는다. 실제로 그간 공개한 방송의 상당 부분에 막말이나 욕이 등장했다. 또 그걸 지우기 위한 ‘삐~’ 소리가 난무하는데, 되레 이런 ‘해적 방송’ 같은 분위기가 이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한다. 2015년 11월, ‘비판은 두렵지 않아’라는 제목으로 첫 방송을 내보낸 이들은 이제껏 120여 편의 이야기로 미술계를 후벼팠다. ‘입시 미술 교육의 뒷담화’부터 ‘예술가의 윤리’, ‘미술계 성추문’, ‘애니시 커푸어의 반타블랙(Vantablack)’, ‘미술품은 왜 비쌀까?’, ‘아트 페어의 모든 것’, ‘온라인 갤러리 어디까지 알고 있니?’, ‘미술가의 투잡’, ‘미술 관람객, 진상 컬렉터’ 등 그간 다룬 내용도 가지각색이다.
눈으로 볼 수 없는 현대미술을 다룬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방송에 자꾸 귀 기울이게 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이다’ 같은 발언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국내 입시 미술 교육을 다룬 방송에서 실제 입시 미술학원에 근무하는 강사를 초대해 진짜 문제를 풀어헤치거나, 미술계의 성추문 주제를 다룰 땐 실제로 언론이 그랬던 것처럼 ‘남혐’과 ‘여혐’의 결로 몰아갈 게 아니라 진짜 문제는 ‘권력’에 있다고 봐야 한다는 식으로 지적하는 게 그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런 말로 칭찬해도 되레 손사래를 친다. “우리는 큐레이터나 비평가가 아니니까요. 만일 전문 지식을 보완하려 했다면, 진작 큐레이터나 비평가를 섭외했을 거예요”라고. 말하자면 그냥 자신의 입장에서 충분히 할 만한 일을 한다는 식. 이 방송의 인기 요인에 대해 제주 문화의 전반을 다루는 <씨위드>의 편집장 이나연은 “미술 활동을 이어갈 수 없는 이들에겐 미술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미술에 관심 없는 이들에겐 좀 더 다가가려는 노력을 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들의 재기 발랄함은 현재 매주 1회 팟캐스트 채널을 통해 업데이트된다.

<말하는 미술>의 제작총괄을 맡아 주목받는 양혜규. ⓒ 국제갤러리
그런가 하면 <말하는 미술>은 앞서 소개한 <미술뒷담>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2015년 4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들은 국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젊은 작가 양혜규가 제작 총괄을 담당한다. 이 방송은 사실 양혜규의 ‘컬렉티브한 팟캐스트’ 제작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다. 여기서 ‘컬렉티브’란 개성이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결과물을 내는 방식을 뜻한다. 이들의 방송 목표는 미술 담론의 저변 확대다. <미술뒷담>이 어느 정도 미술계에 몸담은 이들을 타깃으로 한다면, 이들은 미술에 대해 잘 모르는 ‘초짜’도 들을 수 있게 좀 더 폭넓은 주제를 잡아 방송한다. 정리하면 미술대학을 나온 이들 중에도 실제로 미술 관련 직종에 있는 이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다는 걸 알고, 그들이 미술에 대한 끈을 놓지 않을 수 있게 한다는 것. 한데 정작 이 방송을 듣는 청취자는 현재 미술계에 발을 푹 담근 이들로 보인다. 심지어 미술계에서 제법 이름이 알려진 기획자들이 방송을 만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금은 꽤 ‘진지한 방송’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태.
이 방송의 특징은 각 편에 작가 혹은 기획자가 직접 나와 이야기를 한다는 거다. 그간 사운드 디자이너 권병준과 최정화, 박찬경, 주재환, 구동희, 백현진 등의 작가와 백지숙, 박은선, 이단지, 박가희 등의 큐레이터 등이 초대되었으며, ‘미디어시티 서울’이나 ‘미술 출판’, ‘2016년 미술계 돌아보기’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이 방송을 처음 듣고 든 생각은 다소 엄숙한 분위기라 청취자들이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는 거였다. 하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생각이었다. 이들은 이에 대해 “조금 딱딱하더라도 제대로 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줄기를 잡아주는 지지대 역할이 필요하다”고 답한다. 실제로 미술을 어려워하는 청취자에게 단순히 이해하기 쉽거나 흔히 통용되는 언어를 쓴다고 그들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고는 여기지 않는것. 현재 <말하는 미술>은 한 달에 한 번꼴로 업데이트 되어 청취자들을 애타게 한다. 하지만 그만큼의 준비 기간으로 완성도 또한 높아갈수록 팬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스스로 <말하는 미술>의 애청취자라고 밝힌 전민경 국제갤러리 대외협력디렉터는 이 방송의 인기 요인에 대해 “근래에 활동이 뜸한 작가들의 근황을 알 수 있고, ‘팩트’와 ‘명료성’에 근간을 두는 기존 미디어로는 전할 수 없는 현장의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라고 말한다.
앞서 소개한 미술 팟캐스트 외에도 현재 국내엔 디자인과 건축, 공예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전문 팟캐스트가 존재한다. 본격 ‘디자인 전문 팟캐스트’를 표방하는 <디자인 테이블>은 IT 기업에서 일하는 현직 디자이너들이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실무 얘기를 끄집어내 청취자를 늘리고 있고, 미술 애호가 ‘홍레몬’과 ‘미남’이 진행하는 <방구석 미술관>은 프리다 칼로와 고야, 카미유 클로델같이 서양 미술사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의 생애와 잘 알려지지 않은 그들의 사생활과 작품까지 요목조목 짚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이보다 많은 방송이 존재한다. 미술가와 디자이너, 사진가, 건축가가 직접 나와 자신의 작업과 비전을 공유하는 비디오 팟캐스트
사실 미술 팟캐스트는 기존 미술 매체에선 볼 수 없던 색다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기존 매체가 어떤 사실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만 했다면, 미술 팟캐스트는 출연진 간의 대화를 통해 청취자의 입맛에 맞게 ‘변형’해 전달한다. 전달 방법으로 풍자나 욕설 등의 ‘기술’이 쓰이는 일도 다반사.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나 속 이야기 등을 들을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각자의 생각을 전하기 위해 격론을 벌이고, 미술을 어렵게 느끼는 이들의 오해를 풀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 아직 미술 팟캐스트를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지금 한번 경험해보자. 그곳에 생각보다 쉬운 미술이 있다.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