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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 아니한가

LIFESTYLE

낯선 경험이 전하는 특별한 매력 속으로.

따스한 손맛
섬유공예 마크라메 클래스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작년 가을부터 인테리어에 부쩍 흥미가 생겼다. 도배나 가구 만들기 같은 거창한 일이 아니라 스탠드 테이블을 사고 작은 화분을 들이는 소소한 쇼핑 정도로 인테리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에디터에게 지난해부터 부쩍 눈에 띈 아이템이 있으니 바로 손뜨개 목도리처럼 생긴 귀여운 태피스트리다. 원 데이 클래스를 신청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마음만 먹을 뿐, 다짐은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겨울 니트를 정리하거나 고양이를 씻길 때 뜬금없이 불쑥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
짧은 봄이 지나고 어느새 여름이 왔다. 우중충한 집 안을 바꿀 신선한 아이템을 찾던 중 불현듯 태피스트리가 떠올랐다. 오래전부터 눈여겨 봐온 데스파시오 공방의 블로그에 들어가 클래스를 꼼꼼히 살펴본 후 전화를 걸었다. “선택하신 클래스는 5시간 정도 걸릴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순간 두 귀를 의심했지만 어쩌랴. 잔잔한 유칼립투스로 장식한 태피스트리 리스를 벽에 건 모습을 이미 상상해버린 것을.
이사를 위해 모든 수업을 휴강한 김예슬 작가가 기꺼이 수업을 열어준 덕분에 에디터는 데스파시오 1호점의 마지막 수강생이 되었다. 동아대학교에서 섬유 예술을 전공한 김예슬·정호석 작가는 직조 기법 중 하나인 태피스트리를 이용해 회화성이 짙은 작품을 선보이는 한편, 마크라메를 비롯한 섬유공예의 다양한 매력을 소개하는 원 데이 클래스를 진행한다. 태피스트리는 수많은 날실을 팽팽하게 건 다음 그 사이에 원하는 씨실을 넣어 색과 질감을 만들어내는데, 원리가 단순한 만큼 디자인에 따라 무궁무진한 표현이 가능해 서양에선 미술의 다양한 기법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원래 태피스트리 클래스를 수강하려 했지만 서양식 매듭인 마크라메 기법을 이용한 리스가 여름에 어울릴 것 같다는 김예슬 작가의 추천에 마크라메 클래스를 선택했다. 아라비아에서 유래한 마크라메는 매듭 자체가 화려한 동양 매듭과 달리 소박한 모양이 특징으로 매듭과 매듭을 이어 다양한 패턴을 만들 수 있다. 실이 가늘수록 섬세한 패턴을 제작할 수 있지만 실력과 인내력이 있는 이에게 해당하고, 손재주가 없고 성격이 급한 에디터는 굵은 면사를 이용하기로 했다. 먼저 실의 중앙을 손으로 잡아 U자 모양을 만든 후 자수틀 상단에 한 바퀴 감고 둥근 부분 사이로 나머지 실을 넣어 매듭을 만든다. 원하는 문양의 너비만큼 실을 매듭지으면 되는데 자수틀에 감긴 매듭이 초석이 되기 때문에 단단하게 조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기초 다지기가 끝나면 본격적인 마크라메 만들기가 시작된다. 네 가닥의 실이 한 조가 되어, 같은 방향으로 엮을 경우 입체적인 꽈배기 모양이 되고 교차로 두 번씩 엮으면 평면 매듭이 되어 문양을 만들 수 있다. 눈으로 김예슬 작가의 손을 좇으며 따라 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한참을 헤맨 후에야 매듭 하나를 제대로 완성할 수 있었다. 손끝을 따라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문양에 뿌듯한 마음도 잠시, 다리가 슬금슬금 저려오며 손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조금 힘들면 쉬었다 해도 괜찮아요. 커피 한잔하실래요?” 의자에 앉아 김예슬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1시간이 훌쩍 흘렀다. “천천히 여유를 갖고 하세요. 남들보다 잘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고 매듭 하나를 만들 때마다 만족스러운지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결국 에디터는 6시간에 걸쳐 마크라메 리스를 완성했다. 인테리어 아이템을 얻고 뜻밖의 힐링을 경험한 순간이었다. 요즘 에디터는 집에 돌아와 가장 먼저 벽에 걸린 마크라메 리스를 본다.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오는 건 마크라메 리스가 예뻐서인지 그날의 즐거운 경험이 떠올라서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올여름 인테리어는 대성공이다.

내 마음을 물색하다
감성 수채화 클래스

#감성, #힐링, #부산취미, #공방, #수채화……
5월 첫 주의 기나긴 연휴를 앞두고 그중 단 하루를 오로지 나를 위해 써보고 싶은 마음이 문득 들었다. 일단 집에서 벗어나야 온전히 내 시간을 가질 수 있겠다 싶어 생각한 것이 원 데이 클래스. 인터넷과 모바일을 오가며 알아보던 중 점점 좁혀진 것이 수채화 원 데이 클래스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는 후기와 더불어 도무지 초보의 실력으로 보기 힘든 결과물을 담은 사진 한 장이 수채화 클래스를 신청하게 된 결정적 이유다. 부산 엄궁동 한 주택가에 자리한 ‘이노트(2note)’. 골목에 들어서면 하얀 2층 주택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이곳이 이노트 공방이다. 이수현 대표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후 잡지 관련 디자인 회사를 다니다 감성적인 미술 터치의 매력에 빠져 20대 후반에 공방을 차렸다. 오는 6월이면 공방이 오픈한 지도 벌써 2년째. 그간 숱한 연유로 이곳을 찾은 이들이 수채화를 통한 힐링과 감성적 터치를 경험하고 갔다고. 공방의 커리큘럼은 다양했다. 엽서나 달력, 액자 등을 만들어보는 원 데이 클래스, 펜촉과 붓으로 글씨를 써보는 4주 과정의 캘리그래피, 기본적 수채화 기법과 손글씨 등을 구체적으로 배우는 7주 과정의 수채화 클래스까지 부담 없이 시간 내어 배울 수 있는 클래스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날 에디터가 체험한 클래스는 2시간 30분 안에 수채화의 블렌딩 기법을 익혀 엽서와 달력을 만들어보는 시간이었다. 아메리카노 한 잔과 수제 쿠키를 내온 이수현 대표는 에디터 앞에 3개의 원이 그려진 톡톡한 질감의 머메이드지를 내밀었다. 수채화 기법을 습득하기 위한 워밍업, 일명 ‘블렌딩 노트’다. 20여 개의 물감이 있는 팔레트에서 원하는 색 두 가지를 원 안에 그려 넣으라는 미션이 주어졌다. 노랑과 초록, 파랑과 보라, 주황과 갈색 등 신중하게 물감을 골라 지름 5cm의 원에 붓질과 물질을 반복했다. 터치를 더할 때마다 은은하게 혹은 과감하게 퍼져나가는 색깔, 형태… 예측 불허의 그러데이션이 춤을 추자 아무 생각 없이 클래스에 임한 에디터의 마음도 ‘물색없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저 슬쩍 닿았을 뿐인데도 이처럼 격렬하게, 오묘하게 반응하는 색의 향연이라니! 학창 시절 미술 시간만 되면 대책 없는 손을 원망하던 내가 이런 ‘잔재주’를 부릴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별것 아닌 습작으로도 자신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이는 쉽고 간단하게 배울 수 있는 감성 수채화 클래스의 묘미다. 공방은 어느새 하얀 종이 위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에디터의 긴장된 기운만 감돌았다. 머릿속도 좀 더 맑고 선명해졌다. 붓질과 물질이 거듭될수록 평안을 얻는 시간으로 침잠했다.
습작이 끝나고 본게임에 돌입. 엽서에 그릴 그림 샘플 몇 개 중 선인장을 골라 그 위에 트레이싱지를 올리고 베껴 그렸다. 그것을 다시 엽서 사이즈의 종이 위에 올려 연필로 꾹꾹 눌러 그리니 빈 엽서지에 어느새 그럴듯한 선인장 밑그림이 그려졌다. 그리고 연습 때처럼 블렌딩 기법으로 색을 채워 넣었다. 옅은 색에서 짙은 색으로, 물이 마르기 전에 붓질과 물질을 가감하며 다채로운 초록의 선인장을 완성했다. 그다음은 달력 만들기.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달인 만큼 짙은 초록 내음이 물씬 풍기는 나뭇잎을 그려 넣고 싶었다. 이수현 대표가 미리 준비한 달력 샘플에는 나뭇잎 밑그림과 다가올 6월의 날짜와 요일이 새겨져 있었다. 하얀 나뭇잎 위에 물과 색을 써서 나만의 잎을 새겨 넣는 것이 클래스의 마지막 과정. 물, 색의 매력에 점점 빠져드니 어느새 기교와 멋 부림에 욕심이 생겼다. 그러나 내 맘같이 되면, 그것이 또 감성 수채화의 매력은 아니다. 터치를 거듭하며 예기치 못한 색, 형태와 조응하는 것. 이것이 바로 ‘힐링’, ‘감성’이라는 키워드로 대변되는 감성 수채화 클래스의 묘미일 것이다. 그래서 조금은 아쉬운 색감과 형태로 마무리된, 나만의 감성 수채화 클래스가 끝났다. 그림 위에 잉크를 잔뜩 머금은 펜촉으로 이름까지 새겨 넣으니 그럴듯한 마무리가 되었다. 자, 이제 이 ‘작품’을 어떻게 한담? 에디터는 어버이날, 용돈과 함께 직접 그린 선인장 엽서에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란 문구를 꾹꾹 눌러써서 부모님께 드렸다. 그러면서 느꼈다. ‘아, 이 맛에 감성 수채화를 하는구나.’ 풍성한 물과 색으로 꼭 나 자신인 것 같은 그림 한 장을 그려 그것을 타인과 공유하는 즐거움. 물, 색이 있으니 이처럼 ‘물색없이’ 좋을 일이다.

 

에디터 박현정(hjpark@noblesse.com), 손지혜(프리랜서)
사진 이요섭, 공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