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발견
최근 부산에서는 도심을 벗어나 자신만의 개성을 오롯이 담아낸 카페가 인기를 얻고 있다. 대신 이곳을 찾기 전, 휴대폰은 필수다.

영도의 아름다운 야경을 만날 수 있는 카페 신기산업.
골목 구석구석에서 맛과 멋을 추구하는 공간이 늘고 있다. 이들의 가장 핵심 무기는 SNS다. 대표적 예로 SNS를 통해 ‘빵천동’이란 별명을 얻은 남천동 일대가 있다. 골목이 많고 주택이 밀집한 남천동은 광안리의 화려함에 밀려 한때 광안리 옆동네로 불리기도 했지만 몇 년 전부터 개성 있는 베이커리와 카페가 들어서며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다. 인기의 시초는 지난해 4월에 오픈한 옥미당. 부산의 대표적 플리마켓 ‘마켓 움’을 통해 SNS에서 인지도를 쌓은 옥미당의 오픈은 많은 이들이 남천동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옵스’, ‘메트르아티정’을 비롯한 유명 베이커리와 남천동 골목 곳곳에 자리한 카페들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현재는 케이크 스튜디오 ‘어바웃 제이’, ‘오디너리 레시피’ 등 10개 이상의 개인 베이커리를 만날 수 있는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으며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1 오래된 적산가옥을 개조한 카페 초량. 2 카페 초량의 신 메뉴 서머 코코넛 우유.
한편 1950년대에 지은 적산가옥을 개조한 ‘카페 초량’은 구불구불한 산복도로를 한참 올라가야 다다를 수 있는 곳이지만, 이곳만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만끽하기 위해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대표 메뉴는 교토산 말차를 넣은 달콤한 녹차 우유와 직접 만든 바닐라 시럽을 더한 바닐라 우유. 하루에 200병 한정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오후 일찍 제품이 품절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카페 초량의 구나겸 대표는 오픈 당시만 해도 이런 폭발적인 인기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흥미로운 사실은 20~30대뿐 아니라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방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에는 젊은 고객뿐 아니라 중년층도 SNS를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SNS상에서 맛집 정보를 보고 찾아왔다고 하시는 분이 대다수거든요.” 영도 청학동의 언덕 끝에 자리한 카페 신기산업 역시 SNS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제조업체 신기산업의 사업 확장을 위해 증축한 사옥이지만 영도의 아름다움을 많은 이에게 소개하고 싶은 이성민 대표의 바람에 의해 카페로 거듭났다. 신기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전시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공간은 무엇보다 영도대교를 조망하는 탁 트인 도심 풍경이 압도적이다. 특히 4층 루프톱은 밤이 되면 카페 너머 도시의 불빛이 반짝이는 로맨틱한 풍경을 만날 수 있어 커플 고객에게 인기가 높다. 성공한 카페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지만 기장 일대와 전포 카페 거리를 벗어난 전포동 외곽 지역 등 부산은 지금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한 카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 카페 대표는 SNS의 발달로 차별화된 컨셉의 카페와 숍은 고객이 자연스레 흥미를 느끼고 방문하기 때문에 임대료가 높은 도심에 카페를 오픈할 필요성을 못느낀다고 말한다. 고객 역시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따뜻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고 SNS에 등장한 곳에서 자신의 경험을 또다시 공유하며 소소한 기쁨을 누린다. 어찌 되었건 환영할 일이다. 이제 부산에서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이 하나 더 늘었으니 평범한 일상이 지겨워지는 순간,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남천동에 자리한 케이크 스튜디오 어바웃 제이.
에디터 박현정(hjpark@noblesse.com)
사진 이요섭, 공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