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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ssel_카셀 도쿠멘타의 역사적 순간들

ARTNOW

올해로 14번째를 맞는 도쿠멘타의 지난 시간을 촘촘히 되짚어봤다. 62년 세월 동안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순간, 그리고 도쿠멘타가 기억하는 아티스트들이 여기 있다.

1 2000년 발행된 아르놀트 보데의 탄생 100주년 기념 우표.   2 제6회 도쿠멘타의 위성 생방송 현장, 백남준과 함께한 아티스트 데이비스 더글러스의 모습이다.

1955년, 아르놀트 보데의 예술적 태도
도쿠멘타는 ‘기록’이나 ‘보고’란 의미로 출발했다. 폭격으로 파괴되었다가 재건된 프리데리차눔 미술관에서 나치 치하에 금기시한 대규모 현대미술 전시회를 기획한 이는 아티스트이자 카셀 아카데미의 교수인 아르놀트 보데였다. 그가 이 행사를 직접 주관하며 혼란기에도 진취적인 미술 행사의 싹을 틔웠다. 아르놀트 보데는 1900년 카셀에서 태어나 1977년 카셀에서 사망했으며, 2000년 독일에서 그의 탄생 100주년 기념 우표를 발행했다.

1968년, 팝 역사상 가장 아이코닉한 작품의 등장
2회와 3회를 거치며 도쿠멘타에는 마크 로스코, 빌럼 데 쿠닝, 바넷 뉴먼 등 미국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68년 제4회 도쿠멘타에서는 이전과 달리 팝아트 작품이 다수를 차지했으며, 앤디 워홀의 1967년 작 ‘메릴린 먼로(Marilyn Monroe)’도 전시했다. 이 작품은 제4회 도쿠멘타에서 가장 주목받은 작품일 뿐 아니라 팝아트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작품으로 남았다.

1972년, 100일간의 강연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 독일 아티스트 요제프 보이스(Joseph Beuys)는 현대미술 전반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수많은 강연과 퍼포먼스를 통해 그의 예술관을 표현했고, 1971년에는 뒤셀도르프 예술 아카데미 내에 자유국제대학(FIU, Freie Internationale Universitaet)을 설립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72년 제5회 도쿠멘타에서는 100일 동안 강연을 펼치며 민주주의와 예술에 관해 관람객과 토론했다. 요제프 보이스의 이 강연은 도쿠멘타가 실험적 미술 행사를 통해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1977년, 개막식의 위성 원격 생방송
제6회 도쿠멘타는 개막식부터 화제였다. 1960년대 후반, 텔레비전 영상을 편집해 송출하는 시도를 한 백남준은 이후 방송뿐 아니라 위성을 통해서도 영상을 송출하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1977년 도쿠멘타에서 여러 전위예술가와 함께 개막식 현장을 위성중계한 것이다. 이후 백남준은 이 경험을 토대로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년), ‘바이바이 키플링’(1986년), ‘손에 손 잡고’(1988년) 등 ‘위성 3부작’으로 불리는 대규모 위성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3 제7회 도쿠멘타에서 요제프 보이스가 떡갈나무를 심는 모습.   4 현재 카셀 중앙역에서 만날 수 있는 ‘하늘을 향해 걷는 사람’.

1982년, 미술사에 남은 떡갈나무 7000그루
요제프 보이스는 제7회 도쿠멘타에서도 오랫동안 회자될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녹색당에 가입해 활동하던 그는 카셀 시내 곳곳에 7000그루의 떡갈나무를 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1982년 도쿠멘타 개막식 당일 그는 행사장 건물 앞 광장에 첫 번째 나무를 심었고, 두 번째부터 6999번째까지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민이 심은 것이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기 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는데, 그가 눈을 감은 1986년 1월 23일까지 약 5500그루를 심었고 1987년 제8회 도쿠멘타 개막일에 요제프 보이스의 부인과 아들이 그를 대신해 마지막 7000번째 나무를 심었다. 이 프로젝트는 생태적 행위예술의 출발점이자, 대중의 예술 참여를 성공적으로 실현한 좋은 예로 꼽힌다.

1992년, 하늘을 향해 걷는 사람
전 세계 여러 도시에 대형 조각 작품을 설치해온 조나단 보롭스키(Jonathan Borofsky)는 서울 광화문의 ‘망치질하는 사람(Hammering Man)’으로도 잘 알려진 작가. 그가 1992년 제9회 도쿠멘타에 설치한 ‘하늘을 향해 걷는 사람(Man Walking to the Sky)’은 하늘을 향해 선 거대한 기둥 위를 사람 모형이 걷고 있는 조각품으로, 그해 도쿠멘타의 상징적 작품이 됐다. 당시 프리데리차눔 앞에 설치한 작품이 시민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자 공공 펀드와 후원자의 도움을 받아 카셀 시가 구입했고, 현재 카셀 중앙역으로 자리를 옮겨 여전히 많은 사람의 시선을 끌고 있다.

제12회 도쿠멘타에서 아이웨이웨이가 진행한 프로젝트 ‘동화’.

2007년, 아이웨이웨이의 동화
중국 작가 아이웨이웨이의 기념비적 작품이 2007년 제12회 도쿠멘타에서 탄생했다. ‘동화(Fairytale)’라는 이름을 붙인 프로젝트로, 작가는 1001명의 중국인을 도쿠멘타가 열리는 카셀 현장으로 불러들였고, 1001개의 중국 전통 의자를 행사장 주변에 늘어놓는 설치 작업을 펼쳤다. 당시 카셀에 초대받은 중국인 대다수가 다른 나라를 방문하는 것이 처음이었고, 그들은 그곳에서 큰 문화적 충격을 경험했다. 아이웨이웨이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실현되는 것을 현장에서 지켜본 독일인들도 문화적 충격을 받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피에르 위그가 제13회 도쿠멘타에서 공개한 설치 작품.

2012년, 살아서 움직이는 작품
제13회 도쿠멘타는 생태적이고 동물 친화적인 면이 돋보였다. 특히 화제가 된 것은 프랑스 작가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의 설치 작품. 작가는 야외에 시멘트로 만든 여자 누드상을 설치하고 머리 부분에 벌집을 박아 살아 있는 벌이 누드상 주위를 날아다니게 했다. 그리고 한쪽 발을 핑크색으로 염색한 흰 개가 살아 있는 예술 작품으로 등장해 정원을 배회했다. 그 개의 이름은 ‘휴먼(Human)’이었다. 예술로 인식하기 쉽지 않은 생태계의 일부를 이용해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에 따라 변해가는 작품을 제시하는 획기적인 시도였다. 이 작품은 2014년 LA 카운티 미술관(LACMA)에서 열린 피에르 위그 회고전에 전시해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2012년, 20여 년 만에 초대된 한국 작가
백남준에 이어 두 번째로 참여한 한국 작가는 1992년 제9회 도쿠멘타에 출품한 비디오 아티스트 육근병이었다. 그의 작품은 프리데리차눔 광장 한가운데에 당당하게 설치됐다. 이후 도쿠멘타에서는 20년 동안 한국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없었고, 2012년 제13회에 이르러 문경원·전준호·양혜규 작가가 초대됐다. 문경원과 전준호 작가는 영상 작품과 설치 작품, 단행본으로 구성한 프로젝트 ‘뉴스 프롬 노웨어(News from Nowhere)’를 선보였고, 양혜규 작가는 카셀 중앙역 뒤편의 버려진 화물 역사에서 키네틱아트 작품 ‘진입: 탈-과거시제의 공학적 안무’를 전시했다. 20년 만에 선보인 한국 작가의 작품은 현지에서 매우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에디터 안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