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예술적’ 지하철
올해 들어 뉴욕의 지하철 Q라인이 새로운 구간을 연장 개통했다. 더불어 지하철역에서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지하철역 양쪽 벽을 장식한 세라 제의 작품, ‘Blueprint for a Landscape’.
뉴욕 시가 배경인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지하철은 뉴요커의 삶과 뗄 수 없는 교통수단이다. 24시간 운행해 편리하지만 동시에 여러모로 애증의 대상이기도 하다. 100년 넘는 역사를 감안하더라도 낙후한 시설은 놀랍다. 쥐가 선로를 오가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악취가 풍긴다. 주말이면 뜬금없이 노선이 바뀌고 어두컴컴한 터널 한가운데에서 멈춰 서기 일쑤다. 다시 움직이길 기다리며 멍하니 앉아 있노라면 지하에서도 인터넷과 전화가 가능한 한국이 부럽기만 하다.
다행히 뉴욕 지하철을 개선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진행 중이고, 조금씩 그 결실을 맺고 있다. 2017년 새해 첫날에는 Q라인을 57번가 종점에서 연장해 63번가, 72번가, 86번가, 96번가를 연결하는 구간을 오픈했다. 이 구간은 세컨드 애비뉴를 따라 맨해튼 위쪽으로 달려 ‘세컨드 애비뉴 라인’이라 부르기도 한다. 네 정거장, 약 2마일을 연장하는 데 들인 비용은 450만 달러고, 이 가운데 0.1%는 공공 미술 프로젝트에 쓰였다. 총 300명이 넘는 지원자 가운데 선정된 4명의 작가가 프로젝트를 맡았고, 그들의 작품은 공개되자마자 많은 시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96번가 지하철역을 맡은 작가는 세라 제(Sarah Sze).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미국 대표로 참여한 작가다. 역에 진입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양쪽으로 벽화가 펼쳐지는데, 짙은 푸른 바탕 위에 흰색으로 설계도나 지도 혹은 동굴 속 암각화 같기도 한 문양이 그려져 있다. 작품 제목은 ‘Blueprint for a Landscape’. 개찰구를 지나 통로에 들어서면 압도적인 푸른 색채 위로 나풀거리는 듯한 이미지가 매우 경쾌한 느낌이다.

척 클로스가 모자이크 기법으로 자신의 얼굴을 표현한 작품.
사실주의 초상의 대가 척 클로스(Chuck Close)는 86번가를 맡았다. 트레이드마크인 모자이크 기법으로 작가 자신을 비롯해 카라 워커(Kara Walker), 필립 글래스(Philip Glass), 시에나 실즈(Sienna Shields) 등 유명 예술가의 초상을 구현했다. 뉴욕의 문화를 풍부하게 하는 예술가들에 대한 경의의 표현일까? 압도적이면서 영웅적이기도 한 거대한 초상은 모자이크로 표현 가능한 극사실화의 정점을 보여준다.

72번가 지하철역에서 만날 수 있는 비크 무니스의 작품.
72번가를 맡은 비크 무니스(Vik Muniz)는 우리가 지하철에서 흔히 마주칠 법한 일반인의 모습을 익살스럽게 그렸다. 아이를 안은 여성, 책을 읽는 중년 커플, 악기를 든 음악가 등 지하철에서 스쳐지나는 낯선 이들의 평범한 모습으로, ‘Perfect Strangers’라는 제목이 쉽게 수긍이 된다. 작품 속에 작가 자신을 슬그머니 끼워 넣은 것도 재미있다.
한국계 미국인 진 신(Jean Shin)의 작품도 만날 수 있는데, 바로 63번가의 벽화다. 일상의 폐기물을 이용해 거대한 스케일의 설치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는 이미 뉴욕에서 다양한 공공 미술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63번가에 설치한 작품 ‘Elevated’는 예전에 세컨드 애비뉴를 달리던 고가철도와 당시의 승객들을 담담히 그려냈다. 당시 기록사진을 참고해 표현한 승객의 표정이나 옷차림, 분위기가 진한 향수를 자아낸다. 고가철도는 1940년대에 철거됐지만 이 작품이 소환해낸 과거는 고스란히 현재와 공존한다.
이번 세컨드 애비뉴 지하철은 앞으로 125번가까지 연장될 예정이다. 더디지만 차근차근 기반 시설을 개선해가는 뉴욕 지하철이 다음에 선보일 공공 미술이 기대된다.
에디터 안미영
글 황진영(Jin Coleman Art Advisory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