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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눈 뜨고 읽는 책

LIFESTYLE

축축 늘어지는 무더위, 살아 있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공포.스릴러 소설 세 권.

미스터리와 민속적 호러를 결합한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한 일본 작가 미쓰다 신조의 소설 <흉가>. 이 책은 할머니와 함께 이상한 기운이 감도는 단독주택으로 이사한 소년이 기묘한 기시감을 느낀 뒤, 그 원인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미쓰다 신조는 전통 공포물을 지향하는 작가답게 이 책에서도 초자연적 공포로 독자를 궁지에 몰아넣는다. ‘도도 산’이라는 웅크린 뱀 모양의 산중턱에 지은 음산한 주택, 그 집 곳곳에서 보이는 이상한 형체, 뱀신에 빙의되는 마을 사람들. 제목이 다소 직설적이라 흔해빠진 귀신 들린 집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이 책이 주는 공포는 소재 자체의 기상천외함이 아닌, 보이지 않는 무엇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소설에는 형태가 명확한 귀신이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우리가 어둠에 쉽게 공포를 느끼는 이유가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라면, 이 책이 제법 흥미롭게 읽힐 것이다.
<단 한 번의 시선>은 미국 미스터리 문학의 대가 할런 코벤의 작품으로, 평범한 가정주부 그레이스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어느 날, 그레이스는 사진관에서 현상한 사진 중 맡긴 적 없는 수상한 사진 한 장을 발견하고, 사진 속 인물 중 한 명이 남편과 무척 흡사하다고 느껴 그걸 남편에게 보여준다. 그 순간 남편의 얼굴빛이 바뀌고, 그날 밤 바로 남편이 실종된다. 이 책은 초자연적 공포로 독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소설은 아니다. 대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에게 닥친 위기와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주변 인물들과의 의외의 관계 등 일상적인 것에서 폭풍을 일으킨다. 한마디로 옆집 사람이 가볍게 떠벌린 한마디, 실수로 한 작은 행동 하나가 한 사람의 삶을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관계없어 보이는 것들의 중첩을 통해 그것들이 어떻게 하나의 사건으로 좁혀지는지를 현란한 속도로 그리는 이 작품은, 그 무대가 우리 사회와 상당히 흡사하다는 점에서 보다 깊은 공포를 안겨준다.
마지막으로 <미안하다고 말해>는 소녀 유괴 사건과 그로 인해 파생된 연쇄살인에 대한 공포를 담은 이야기다. 반항적 소녀 태쉬와 평범하고 조용한 소녀 파이퍼 해들리. 둘은 어느 해 한 마을의 여름 축제가 끝난 후 실종된다. 그런데 3년 뒤 근처 호수에 한 여성의 시체가 떠오르고,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은 이 시체가 3년 전 사라진 두 소녀 중 한 명이라고 밝혀낸다. 그러나 여전히 행방이 묘연한 한 소녀는 어딘가에 감금된 채 3년 전 사건에 대한 비밀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호주의 대표적 범죄소설가 마이클 로보텀이 파킨슨병을 앓는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을 주인공으로 그린 시리즈 중 하나다. “내 이름은 파이퍼 해들리다. 그리고 나는 3년 전 여름방학의 마지막 토요일에 행방불명 되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의 현재와 파이퍼 해들리의 일기가 교차하며 진행된다. 사실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이라면 소녀들의 실종과 납치, 지하실, 완벽한 사육 그리고 탈출로 이어지는 키워드만으로 이 소설의 기승전결 구조를 한눈에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엔 그러한 스토리를 뛰어넘는 매력이 있다. 섬세한 감성과 부드러운 필치, 잔잔한 몰입감과 한순간에 몰아치는 폭력적인 감정이입 등이 그것. 이 책은 꼭 주말에 읽길 권한다. 장장 591페이지에 달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해도 도무지 끊어 읽을 방법이 없으니.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
사진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