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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노블레스 컬렉션은 폭넓은 시각으로 더욱 다양한 장르의 예술적 가치를 제안하고, 소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개념의 아트 플랫폼입니다. 여름을 맞아 7월호에서는 관념적 파란색으로 환상의 공간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조은필 작가의 전을 선보입니다. 한여름의 오아시스같이 시원하고 신비로운 판타지 공간을 노블레스 컬렉션을 통해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조은필
조은필은 삶의 면면에서 접하는 다양한 형태와 소재에 파란색을 대입해 작품을 만든다. 한 가지 색으로 이루어진 펜으로 드로잉하듯 공간을 메워가는 작가에게 파란색은 자신의 판타지를 구현하는 가장 완벽한 수단이다. 2002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롯데갤러리, 미부아트센터 등에서 전시를 개최한 그녀는 부산비엔날레의 바다미술제와 소마미술관에서 대형 야외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6월 22일부터 7월 19일까지, 서울 청담동 네이처포엠에 위치한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그녀의 개인전 가 열린다. 설치 작품을 비롯해 총 19점을 선보이는 이 전시에 앞서 작가에게 작품을 만든 계기와 그것에 담긴 의미를 물었다.

그간의 작품을 살펴보니, 온통 파란색입니다. 언제부터 이 색에 매력을 느꼈나요? 어릴 적부터 집착이라고 할 만큼 푸른색을 좋아했어요. 옅은 하늘색부터 진한 남색까지 모두요. 사실 저도 제가 왜 이 계열의 색을 좋아하는지 궁금해서 색채심리학을 전공하신 박사님께 심리 분석을 받아봤어요. 그 결과 제가 색을 인지하기 시작할 무렵 남동생이 생긴 것과 연관 지을 수 있다는 걸 알았죠. 하늘색 이불이나 파란 유모차 등 동생이 생기면서 집이 파래지기 시작했거든요. ‘내가 더 파라면 동생보다 사랑받을 수 있겠구나’, ‘내 영역이 더 확장되겠구나’ 한 거죠. 어느새 파란색은 제게 가장 익숙하고 만족감을 주는 색채가 됐어요. 하지만 처음부터 그걸 작업에 연결하진 않고, 개인적 취향 정도로 여겼죠.

작품에 취향을 반영하기로 결심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2002년에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어요. 1년 6개월은 어학연수를, 2년은 슬레이드 미술대학(The Slade School of Fine Art)에서 석사과정을 밟았죠. 처음 영국에 가서 인상 깊었던 건, 한국보다 개성 강한 사람이 많다는 거였어요. ‘어떻게 저런 옷을 입고 다니지?’,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하지?’란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것이 제가 작업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됐죠. 나 다운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나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수단이 파란색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처음엔 푸르스름한 사물을 모아 작품에 활용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자연스레 파랗지 않은 사물을 푸른색으로 빈틈없이 메우는 작업으로 연결됐죠.

파란색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죠. 현실의 격정에 머물지 않는 이성적 합리성이라든가, 우울함 같은 거요. 그런데 직접 작품을 보니 작가님의 파란색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제게 파란색은 저만의 판타지, 욕망의 끝을 보여주기 위한 가장 적합한 수단이자 방편입니다. 그래서인지 현재로선 작품에 다른 색을 쓰고 싶지 않아요. 또 제가 사용하는 파란색엔 보랏빛이 감도는데, 보라색은 보통 광기를 의미한다고하죠. 이런 측면에서 제 파란색은 차분함이라든가 이성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는, 감정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전의 작품을 살펴보면 털실이나 이끼 같은 다양한 소재의 활용이 눈에 띄는데, 이를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영국에선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영역에서 설치 작업을 했어요. 벽과 바닥, 천장 등 공간 전체를 파란색으로 가득 채우는 작업을 주로 했죠.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와 다양한 공간에서 전시하며 생각을 바꿨어요. 특히 야외작업의 경우 기존처럼 한정된 공간을 물리적으로 모두 채울 수 없더라고요. 대신 작품을 이루는 소재의 다양한 특성을 활용해 파란색을 더 넓고 크게 번지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컨대 털실의 경우 뜨개질이라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천이 점점 커지잖아요. 이끼도 어딘가에 기생해서 증식하는 습성이 있고요. 이러한 소재는 실제 작품에서 물리적으로 범위를 확장하진 않지만 오늘보다 내일, 내일보다 모레 그 범위가 넓어질 거라는 ‘뉘앙스’를 주죠.

그렇게 다양한 소재로 작업하다 보면 일관된 톤으로 파란색을 뽑아 내는 게 어려운 일일 것 같아요. 색을 내는 특별한 비결이 있나요? 특별히 한 가지 색을 지정해서 사용하진 않아요. 그래서 작품마다 색이 조금씩 다르죠. 물론 그간의 작업을 보면 완벽한 파란색을 찾겠다는 욕망 때문에 색이 짙어지고, 특정한 색감에 만족해 쭉 그것만 쓴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보통 저는 작업 당시의 감성에 의존해 색을 내요. 제게 가장 만족스러운 파란색을 찾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는 거죠. 이를테면 털실 작업의 경우 좀 더 보랏빛을 내기 위해 공장에서 따로 염색한다거나, 이끼 작업에선 염색약을 풀어 이끼를 물들인 다음 페인트로 마무리하는 식으로요.

Blue Moss-From Reality to Illusion, Furniture, Pigment, Moss, Variation Size, 2017, 가격 별도 문의

1Blue Moss, Colored on Moss, Pigment, Plywood, 61×55×18.5cm, 2017, ₩6,000,000
2Blue Moss, Colored on Moss, Pigment, Plywood, 63×80×13cm, 2017, ₩6,000,000

이번 전시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죠. 가구를 쌓아 만든 설치 작품 ‘Blue Moss-From Reality to Illusion’엔 이끼를 사용했는데, 이는 아까 말씀하신 파란색의 확장과도 연관이 있겠죠? 네. 한데 이 작품에선 가구도 중요한 역할을 해요. 바로 현실과 환상을 잇는 통로죠. C.S. 루이스의 소설 <나니아 연대기>를 보면 아이들이 옷장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잖아요. 저는 가구가 다른 세계로 넘어갈 수 있는, 혹은 다른 세계를 담을 수 있는 매개체라고 생각하거든요. 여기에 이끼를 퍼뜨려놓아 환상의 세계까지 파란색의 영역을 넓히는 거죠. 또 ‘Blue Moss’도 이끼를 이용한 작품인데, 여기선 이끼가 증식하는 움직임을 포착했어요. 다시 말해 이끼가 지닌 확산의 이미지를 작품에 고착화한 겁니다.

깃털을 모티브로 한 작품 ‘Bring the Space’도 눈에 띕니다. 여기서 깃털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몇 해 전 기린, 코끼리, 사자 같은 동물 형태를 활용한 작품을 만든 적이 있어요. 동물의 역동적인 이미지가 파란색을 퍼뜨리는 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중에서도 하늘을 나는 새가 확산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어 즐겨 사용했고요. 그런데 주변에서 이것을 단순한 ‘동물 작품’으로 한정 짓는 걸 보고, 좀 더 함축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깃털을 활용했어요. 깃털은 연약하면서도 강한, 신비롭고 영적인 의미를 담고 있거든요. 파란색을 확장하는 효과적인 소재죠.

1 Bring the Space, Mixed Media, 34×34×108cm, 2016, ₩6,500,000
2 Bring the Space, Mixed Media, 32×32×125cm, 2016, ₩8,000,000
3 Bring the Space, Mixed Media, 40×40×150cm, 2016, ₩12,000,000
4 Bring the Space, Mixed Media, 33×33×126cm, 2016, ₩8,000,000
5 Bring the Space, Mixed Media, 27×27×112cm, 2016, ₩8,000,000
6 Bring the Space, Mixed Media, 30.5×30.5×107cm, 2016, ₩8,000,000
7 Bring the Space, Mixed Media, 37×37×142cm, 2016, ₩8,000,000
8 Bring the Space, Mixed Media, 34.5×34.5×140.5cm, 2016, ₩8,000,000

1 Bring the Space, Mixed Media, 30.5×30.5×24.5cm, 2016, ₩3,500,000
2 Bring the Space, Mixed Media, 34×60×26cm, 2016, ₩3,500,000

깃털과 기둥이 한 세트인 작품도 있는데, 여기서 기둥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기둥은 공간을 규정합니다. 바로크 시대엔 기둥을 통해 실내 공간의 무한함을 염원했다고 해요. 공간의 한계를 규정짓는 모서리 부분을 기둥으로 가리는 방식으로요. 이런 의미에서 기둥은 단순히 좌대의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한으로 확장하는 상징이 되는 거죠.

작품을 본 관람객이 무엇을 느끼길 바라나요? 파란색으로 이루어진 환상의 공간을 느꼈으면 합니다. 여기서 환상은 비현실이나 비일상, 일탈이 될 수 있겠죠. 보는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겠지만, 중요한 건 작품을 통해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나 판타지를 경험하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요즘 새롭게 시작한 작업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업도 좋습니다. 지금까진 소재의 특성을 활용해 공간을 파란색으로 채우는 ‘여지’를 주는 작업을 했는데, 다음엔 실제 움직임을 통해 파란색을 확산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아직 어떤 형태의 작품이 될지 모르지만, 기계의 힘을 빌려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죠.
작가 홈페이지 : choeunphil.com

※전시 일정 : 6월 22일~7월 19일(일요일·공휴일 휴관), 노블레스 컬렉션

※문의 : 02-540-5588

 

에디터 황제웅(hjw1070@noblesse.com)
진행 조윤영  사진 박원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