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알파고의 도로

MEN

거대한 뇌가 도로를 지배한다. 자율 주행 자동차, 어디까지 왔을까?

자율 주행 자동차는 다가올 미래가 아니라 이미 도래한 현재다. 공식적인 최초의 자율 주행 차는 구글이 개발한 ‘Google Self-DrivingCar’다. 2005년 스탠퍼드 대학교의 세바스천 스런(Sebastian Thrun) 교수의 로봇 자동차 경주 대회 프로젝트에서 비롯한 구글 자율 주행 차 프로젝트는 스런 교수뿐 아니라 카네기 멜런 대학교 연구팀, 그랜드 챌린지(무인 자동차 경주) 우승자들을 영입했고 오랜 연구 끝에 2009년부터 도요타의 프리우스를 개조해 본격적인 무인 주행 차량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구글은 실험실과 트랙 같은 제한된 공간에서 시험 운행만 진행하던 자율 주행 차의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실질적 도로 주행 테스트가 필요해졌는데, 구글이 만든 이 차가 도로 위를 달리기 위해서는 기술적 문제 외에 법적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했다. 사람이 제어하지 않는 무인 자동차가 거리를 달릴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2011년 구글은 네바다 주에서 로비를 통해 자율 주행 차를 시험 운행할 수 있는 법을 통과시켰으며 2012년 5월 드디어 네바다 주에서 시험 면허 취득에 성공했다. 네바다 이후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미시간 주의 순으로 무인 자동차를 승인하는 주가 생겨났다. 구글이 개발한 자율 주행 차를 도로 위에서 테스트하기까지 법적인 최소 요건을 갖추는데에만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법이 통과되자 구글은 기다렸다는 듯이 2012년 3월 한 시각장애인을 태우고 자율 주행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한다.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 스티브 마한이 평소 생각지도 못한, 혼자 차를 타고 타코벨에 들른다든지 세탁소에서 세탁물을 찾아오는 일상을 구글의 자율 주행 차를 타고 실현하는 내용이다. 물론 이 동영상을 공개하기까지 구글은 수많은 시험 주행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이후 5개월 동안 48만km에 이르는 의무 주행 테스트를 거쳤고, 2014년에는 누적 112만km의 무인 테스트 드라이브를 달성한다.
구글이 이렇게 법적 제약까지 극복하며 고군분투해 자율 주행 차를 개발하는동안 전기차의 메카라 할 수 있는 테슬라 역시 전기차 고유의 기능으로 자율 주행 기능을 개발했다. 구글이 자율 주행 차 개발에서 선구적 입지를 구축했다고 하지만 실제 차를 만드는 테슬라와는 또 다른 위치에 있다고 봐야 한다. 자동차 메이커가 아닌 구글의 자율 주행 차가 기존의 일반 상용차를 개조한 키트 형태로 개발을 시작했다면, 테슬라의 전 모델에 (아직까지는 옵션으로) 채용하는 자동 주행 기능은 구글과 같이 후천적 형태의 기능 추가가 아니라 차 자체를 자동 주행에 적합하게 설계한 ‘선천적(natural born)’ 자동 주행 차라 할 수 있다(물론 구글의 현재 개발 수준은 상용차의 개발을 넘어 핸들과 액셀, 브레이크 등을 제거한 완전한 자율 주행 차의 프로토타입을 2014년에 발표하기도 했다).

자율 주행은 현실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소수의 모델 S만 볼 수 있어 테슬라의 오토파일럿(autopilot)은 기능을 얼마나 활용하고 있는지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일단 ‘자율 주행 자동차의 안전 운행 요건 및 시험 운행에 관한 규정’ 정도로 관련법이 미약하게 존재하며, 이것도 국내 모 자동차 회사가 자율 주행 차를 개발하면서 도로 주행 테스트를 위해 만든 시행령으로 실제 일반 상용차가 도로를 달리기 위한 본격적인 법령이 아니라 국내에 정식으로 들어온 테슬라는 오토파일럿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게 기능을 잠가놓았다. 미국의 경우 구글이 법적 문제를 해결한 4개 주에서는 테슬라 역시 자동 주행을 통해 공도를 달리고 있는데, 주행뿐 아니라 주차에 이르기까지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안전한 자율 주행을 하고 있다고 테슬라는 선전한다. 테슬라에서 공개한 오토파일럿 기능의 주행 동영상을 보면 테슬라의 말이 결코 허황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테슬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영상의 자율 주행 차 모델 X는 스스로 운전에 필요한 가속, 제동은 물론 교차로, 신호등에서 사물을 분석하며 거의 완벽하게 도로를 달린다. 이 오토파일럿 기능은 2016년부터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완전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는 8000달러(약 900만 원), 새롭게 향상된 반자동 주행 소프트웨어는 5000달러(약 570만 원)에 판매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능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제어한다.
프로토타입에 머물러 있는 구글과 비교할 때 현시점에서 자율 주행 차를 가장 성공적으로 사업화한 곳은 바로 테슬라다. 구글과 테슬라에 가려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기존 완성차업계에서도 자율 주행 차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BMW나 벤츠, 아우디 같은 프리미엄 독일 메이커뿐 아니라 닛산, 토요타를 중심으로 한 일본 메이커, 한국의 현대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자동 주행에 대한 연구·개발이 이루어져왔으며, 일부 기술은 이미 상용화된 지 오래다. BMW는 2009년에 트랙에서 자율 주행 테스트를 마쳤으며, 상용차에는 ACC(Active Cruise Control)와 TJA(Traffic Jam Assistant)를 적용했지만 국내에서는 정식 옵션으로 ACC만 제한적으로 적용, TJA는 특정 국가에서만 선택 가능하다. ACC도 국내에는 규제 때문에 들어오지 않다가, 현대에서 유사 기능을 제네시스에 채용하면서 규제가 풀린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아우디 신형에 LKAS(Lane Keeping Assist System) 등을 제공하고 있다. 구글이나 테슬라처럼 완전 자동 자율 주행(레벨 3)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반자동 주행으로 운전자의 편의를 높이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었다는 게 차이점이긴 하지만 기존 완성차 메이커의 자율 주행 차 기술 역시 상당 기간을 걸쳐 발전해왔다.

자율 주행 차의 미래는?
현재 Auto와 Car 모두 자동차를 의미하는 단어지만 자율 주행이 일반화될 무렵에는 이 두 단어의 의미가 달라진다. Auto는 말 그대로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기 위해 목적지만 말하면 전체 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이동하는 개인 운송 수단을 의미한다. 핸들이나 액셀, 브레이크 같이 독립적으로 조작하는 장치가 전혀 없으며, 전체 교통 시스템의 일부로서 말 그대로 ‘자동’으로 움직이는 교통수단이다. 실제로 구글이 2014년에 발표한 자율 주행 차의 프로토타입 모델은 조작 장치가 전혀 없이 사용자가 목적지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자율 주행 차를 이용하게끔 설계되었다. Car라는 단어는 Auto와 달리 전체 시스템의 도움을 받긴하지만 자동차 자체가 독립적으로 운행하는 자율 주행 차를 뜻하게 된다. 현재 테슬라의 ‘오토파일럿(autopilot)’ 같은 형태다. 어찌 보면 Auto는 현재의 자율 주행 차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교통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 운행보다는 무인 택시처럼 운영하는, 지하철 같은 공유 자동차가 Auto의 주류를 차지할 것이다. Auto는 도심에서 택시를 대체하는 공공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Car는 테슬라와 같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자동 운전 기능을 탑재한 차로 사람들은 대체로 자율 주행을 선택해 이동하겠지만 때때로 직접 조작하고 싶을 때 ‘취미’로 운전을 즐길 수 있는 차다. 법적으로 내연기관 자동차를 금지하는 시점이 언제 도래할진 모르겠으나 가솔린이나 경유를 사용하는 현재의 자동차는 마치 음악을 LP로 듣는 것과 같은 클래식한 느낌을 줄 것이다. 현재 사람들은 하루에 10% 내외의 시간을 이동에 소비하며 그중 90%의 시간은 차를 주차하는 데 쓰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각종 세금과 보험료, 기타 차량 유지비를 부담한다. 자동차를 이동이라는 주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Car보다는 Auto를 이용할 개연성이 높다. Auto는 공유 내지는 공공 운송 개념의 자율 주행차이기에 개인적 자동차의 소유나 운행을 포기한다. 리싱크X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자동차 등록 대수가 2020년 2억4700만 대에서 2030년 4400만 대로 82%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Auto가 보급되면 더 이상 주차장이 필요 없고 충전 시를 제외하고는 계속 운행할 수 있어 기존 자동차 대수의 20% 정도면 현재의 자동차 운행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에디터 조재국(jeju@noblesse.com)
김석기(동양대학교 교수)  사진 박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