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있는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
개그맨 김원효, 심진화는 결혼 7년 차 부부다. 신혼의 기간을 훌쩍 뛰어넘었지만 이들은 언제나 신혼을 만끽한다. 그 비결은 바로 유머다.

김원효_ 블랙 재킷과 팬츠 Time Homme, 화이트 셔츠 Canali, 화이트 보타이 Dior Homme, 안경 Kivuli.
심진화_ 화이트 셔츠 원피스 Burberry, 블랙 레더 벨트 High Cheeks, 크리스털 장식 진주 목걸이 Vintage Hollywood.
이번 화보를 찍어보니 기분이 어떤가?
심진화(이하 심) 너무 신선했다. 지금 개그맨 생활 15년 차라 인터뷰도 많이 하고 사진도 많이 찍었지만 오늘처럼 진지하고 멋지게 사진을 찍은 경험은 없다.
김원효(이하 김) 일단 점프를 요구하지 않은 건 이번이 난생처음이다. 늘 치아 8개는 기본으로 노출하고 크게 웃으며 목젖까지 나오면 포토그래퍼들이 좋아했는데 이번에는 완전 시크하고 럭셔리한 느낌이다. 역시 격이 다르구나 생각했다.(웃음)
요즘 원효 씨와 진화 씨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
심 다이어트에 성공한 후 올해 좋은 일만 생기고 있다. 살을 뺀 후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밥 먹듯이 올랐다. 디스패치까지 날 파헤치는걸 보고 이제 하산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홈쇼핑 일이 들어와 다른 방송 스케줄을 잡지 못할 정도다. 2017년 완판녀가 됐다. 또 다른 큰 사건은 바로 <라디오 스타> 출연이다. 10년 동안 단 1회도 빼먹지 않고 봐온 애청자인데 내가 그곳에 게스트로 나가다니… 감개무량하다. 정말 올해는 잊지 못할 해다.
김 <쇼그맨>이란 공연으로 꾸준히 투어를 하고 있다. 내일은 땅끝마을 해남에 간다. 개그맨 5명이 만든 공연인데, 춤도 추고 마술도 한다. 개그맨이 만든 행사 중 공연 횟수로는 1위다. 어디를 가든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 웃음은 빠질 수 없다. 웃음이 곧 분위기인데, 대중을 웃길 때는 이런 기분의 몇십 배를 느낄 수 있다. 보통 배우는 작가의 대본과 연출에 따라 연기하고 가수도 싱어송라이터가 아닌 이상 남이 작사·작곡한 노래를 멋지게 부르는 게 주 임무다. 하지만 개그맨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을 직접 만들어 그 일부가 될 수 있다. 내가 어떻게 경찰청장, 스파이더맨이 되겠나. 내 상상력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만들어 연기하고 남을 웃기는 즐거움은 정말 매력적이다. 마치 미션 성공 같은 성취감과 희열이 있다. 그래서 공연을 놓지 못하고 있다.
김원효·심진화 부부 하면 바로 떠오르는 단어가 잉꼬부부다. 아까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걸 가만히 들어보니 서로 존댓말을 쓰려고 노력하더라.
심 우리는 만날 때부터 존댓말을 써서 습관이 됐다. 절대 남 앞이라고 눈치 보며 일부러 쓰는 게 아니다. 늘 존대하다 가끔 편하게 반말을 하는 사이다.
잉꼬부부란 표현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는 것 같다.
심 내가 생각해도 잉꼬부부가 맞다.(웃음) 일상을 늘 즐겁고 재미있게 보낸다. 같이 일하고 놀러 다니고 사랑하고~! 원효 씨는 정말 로맨티스트의 표상이다. 기념일을 다 챙기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을 하는 게 몸에 배어 있다. 지금 결혼한 지 6년이나 지났지만 더하면 더했지 줄어들지 않는다. 정말 대단하다.
김 근데 잉꼬부부가 되니까 친구를 잃었다. 지금까지 여자와 친구 중에 고르라고 하면 친구를 택했는데 결혼 이후 모든 것이 바뀌어버렸다. 내 별명이 일명 전국구다. 난 경상도에서 태어났는데 전라도에 행사를 간 동료 개그맨이 맛집 추천, 숙소 추천 전화를 걸 정도니까. 그러다 결혼하고 진화 씨랑 놀다 보니 주위 사람을 만나는 횟수가 자연스럽게 줄어들더라. 나중엔 친구를 1년에 한 번 보는 수준까지 왔다.
아니, 대체 부부 관계가 얼마나 좋은 것인가?
김 나는 행복한 게 좋다. 보통 사람들은 행복 하면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데 나 한 사람만 행복하다고 되는 게 아니다. 내 주변 사람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다. 옛날에는 친구들이 행복의 기준이었다. 초·중·고교까지 13년 동안 늘 반장 하고, 대학 가서 과대표 하고, 무슨 모임만 하면 내가 다 만들고 그랬는데 결혼한 후로는 와이프가 내 행복의 기준이 됐다. 그래서 내 물건 살 때보다 진화 씨 물건 살 때 더 기분이 좋다.
심 나는 부모님을 정말 사랑해서 결혼하면 과연 부모보다 남편을 더 사랑할 수 있을까 의심하곤 했다. 근데 부부라는 게 정말 대단하더라.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의로 선택할 수 있는 가족이 바로 부부다. 원효 씨랑 살면서 부부 관계라는 게 이렇게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정말 든든하고 환상적이다. 내가 받은 것 이상으로 남편에게 해줄 수 있는게 없을까 늘 생각한다. 작게는 이 사람의 일에 대해 존경과 응원을 보내고 뿌듯해하고, 크게는 내 존재가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좋다. 처음 사귈 때도 원효 씨가 한 달 동안 매일 집에 찾아왔는데 내 인생에서 누가 나를 이토록 뜨겁게 사랑한 적이 있던가 생각하게 하더라. 결혼한 뒤로 사람이 고민 없이 행복하게만 살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놀라운 관계를 이어가는 비법은 무엇인가? 정말 궁금하다.
심 아무래도 개그맨끼리 결혼해서 그런지 같이 있으면 재미있다. 대화하다 보면 단순히 1+1=2가 아니라 생각지 못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엄마가 몇 년 전에 뇌출혈로 쓰러진 후유증으로 글자와 숫자에 대한 기억이 지워졌다. 사위라면 으레 “괜찮으십니까?” 이런 말을 할 텐데 이 사람은 정반대다. 글자 공부하다 틀리면 도리어 엄청 놀린다. 그럼 엄마도 즐거워하며 아픈 걸 잊고 밝아진다. 내가 결혼 후 살이 25kg 정도 늘었을 때 신혼 사진 보며 “제 전(前) 부인입니다”라고 한다든지, 남들과 일하다 기분 상한 순간을 감출 수 없을 때 “지금 공복이라 그래요, 공복이라” 이렇게 순간순간 치고 들어온다. 나도 개그를 하니까 받아칠 때가 많고, 그러니 웬만한 일로 일희일비하지 않고 두둥실 살아간다. 직업이 같아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고. 특히 원효 씨는 타고난 순발력과 재치가 뛰어나고 나는 진지한 편이라 서로 모자란 부분을 채워준다.
김 경험하지 못한 것을 즐기는 태도가 필요하다.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더라도 상대방을 이상하게 보지 말고 그냥 즐기며 받아들이면 된다. 처음 겪는 일을 호기심으로 받아들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면서 화가 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두 사람 관계의 핵심은 유머 같다. 유머 있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는 것은 어떤 느낌인가?
심 일단 내년의 삶이 기대되고 우리 부부의 40대, 50대의 모습, 우리가 부모가 됐을 때의 상황이 너무 기대되고 설렌다. 내게 꿈이 하나 있다면 이 사람과 오래오래 살다 늙어서 죽는 것이다. 남녀가 서로 사랑하는 것도 기적이지만 그들이 호호백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같이 늙어 죽는건 꿈같은 일이다. 유머러스한 원효 씨랑 살면 당장 내일부터 기대된다.
김 맞다. 내일 서로 비는 시간에 뭐 할까 기대하는 게 시작이다. 내년, 내후년이 궁금해지고, 가정이 이루면 어떨까 기대되고…. 우리 두 사람 때문에 주변 사람들도 함께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김원효_ 금장 자수 장식 셔츠 Ports 1961, 블랙 팬츠 Sandro Homme, 안경 Kivuli.
심진화_ 화이트 블라우스와 블랙 드레스 Karl Lagerfeld, 블랙 보타이 Dior Homme.
심 지난 4월에 MBC에서 <사람이 좋다>라는 다큐멘터리를 찍었는데, 며칠 찍더니 담당 PD님이 술 한잔하자면서 진지하게 이렇게 말하는 거다. “너무 쇼윈도 부부 같다. 가식적으로 느껴져서 찍으면서도 기분이 별로다. 솔직한 모습을 보여줄 순 없나?” 결혼 7년 차인 PD님이 보기엔 믿기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다 일주일이 지나고 나니 PD님이 고백하더라. 정말 대단하다고. 이번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스스로를 뒤돌아보게 됐다고 말이다.
부러운 정도가 아니라 무섭다. 정말 대단하다.
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근데 알고 보면 모르는 것 투성이다. 부모 자식 간에도 모르는 게 있고, 매일 같이 살아도 서로 마음을 모른다. 안다고 방심하는 순간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어느 정도의 긴장감이 필요하다.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심 첨언을 하자면 원효 씨는 자기 여자에게 정말 최선을 다한다. 나는 만약 원효 씨가 바람이 났다고 하면 그냥 조용히 보내줄 의향이 있다. 그 사람을 정말 사랑하는 거니까. 그래서 나도 꾸준히 사랑받아야 한다는 긴장감이 있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 찍으면 남이라고 하지 않나. 내가 원효 씨에게 받기만 하는 것 같아도 마치 호숫물 속에서 끊임없이 물장구를 치는 백조처럼 노력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질문이 생각나지 않는데….
심 PD님도 그렇게 얘기하곤 집으로 가셨다.
에디터 전종현(harry.jun@noblesse.com)
사진 윤현식 헤어 권영은 메이크업 유혜수 스타일링 정새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