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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의 괴물

MEN

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시즌의 괴물, 그 어마어마한 기록.

MLB무결점 히터
MICHAEL NELSON TROUT

메이저리그 데뷔 7년 차. 2012년 신인상을 차지한 이 선수는 최근 5년간 아메리칸리그 MVP를 두 번이나 수상했다. MVP 수상에 실패한 나머지 세 시즌도 해당 투표에서 모두 2위였다. 그런데 이 선수의 나이는 불과 25세다. 지난 5월까지 이 선수의 통산 WAR(Wins Above Replacement,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51.9다. 풀타임 빅리거가 된 2012년부터 포지션에서 최고의 공격력을 보여준 선수에게 주는 실버슬러거상을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역대 25세 기준으로 이 선수보다 WAR이 높은 선수는 메이저리그의 전설적 타자 타이 코브(56.3)와 미키 맨틀(52.5)뿐이다. 2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룰 것은 다 이룬 타자. 이 선수는 바로 LA 에인절스의 외야수 마이크 트라우트다. 현재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타자를 꼽으라면 단연 트라우트라는 데 이견이 없다. 트라우트는 번외 경기에서도 강했다. 메이저리그의 별들이 참가하는 올스타전에서는 굵직한 역사를 썼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올스타에 뽑혔고, 2014~2015년 올스타전 MVP에 성공하며 사상 초유의 MVP 2연패를 달성했다. 또 2015년 올스타전에서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그는 1회 첫 타석에서 홈런을 날려 1977년 조 모건 이후 38년 만에 1회 초 선두 타자 홈런을 친 선수가 됐다. 이런 활약상에 올스타전은 ‘트라우트를 보기 위한 무대’라는 농담까지 나오고 있다. 트라우트는 시쳇말로 ‘사기 캐릭터’다. 파워형 히터의 약점은 선구안이지만, 트라우트는 약점을 강점으로 극복해냈다. 일례로 2014년 트라우트를 상대하는 투수들은 스트라이크존의 높은 쪽을 공략했다. 트라우트는 데뷔 이후 높은 공에 약점을 드러냈고, 2014년 시즌에는 스트라이크존을 9개의 사각형으로 세분화했을 때 상위 3분의 1에 대한 타율은 1할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트라우트는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었다. 2014년 시즌을 마치고 겨울 동안 높은 공 공략에 약한 이유를 분석했고, 그 결과 타격 시 앞발을 일찍 내려놓았다. 앞발을 일찍 내려놓은 트라우트는 더 ‘완벽한 타자’가 됐다. 히팅 포인트가 자연스레 앞당겨지면서 높은 공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고, 상체가 앞으로 쏠리던 현상까지 고쳤다. 트라우트는 현재 개점휴업 중이다. 5월 29일 마이애미전에서 도루를 하다 왼손이 베이스에 걸리며 엄지손가락을 다쳤고, 인대 파열 진단을 받은 뒤 6월 1일 수술대에 올랐다. 최소 6주 이상의 결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부상 이전에 보여준 성적은 당대 최고 타자라는 명성에 걸맞았다. 올해 47경기에 나선 트라우트는 타율 0.337, 16홈런, 36타점을 올렸다. 16홈런은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2위의 기록(5월 4일 현재)이다. 트라우트는 누구나 인정하는 야구 천재다. 한마디로 그의 발자취는 휘황찬란하다. 그런데 그 천재가 피나는 노력을 한다. 사소한 약점이라도 발견하면, 훈련을 통해 완벽하게 다른 선수가 된다. 재능에만 의존하지 않는 성실한 자세. 최고의 재능을 지닌 선수가 성실한 태도까지 갖췄다면 절대 실패할 리 없다. 트라우트가 메이저리그 전설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_정세영(스포츠월드 기자)

UFC간격의 마법사
CONOR MCGREGOR

“격투기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난주 세종시에 위치한 모 대학 특강에서 학생에게 받은 질문이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성공과 실패를, 가장 빠른 시간 안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아주 격렬하게 말이죠. 축구는 전·후반 90분, 야구는 최소 3시간 이상, 권투는 12라운드 등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스포츠를 청중 입장에서 보는 이유는 누군가를 응원하고 이기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도 있지만 성공과 실패의 확실한 콘트라스트를 보고 싶은 이유도 있지요. 그런 점에서 종합격투기는 최적의 스포츠입니다.”
아드레날린과 헤모글로빈으로 가득 찬 종합격투기 경기장. ‘어떤 대단한 일’을 기대하며 여기까지 온 그리고 TV 앞에 앉아 있는 관객에게 코너 맥그리거는 결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아주 능숙한 유혈 학살극의 제작자이자 감독이며 또한 주연배우의 자리를 꿰찬 인물이다. 코너 맥그리거는 UFC 2체급 챔피언이다. 2대 페더급 챔피언이면서 라이트급 챔피언이다. 전 세계에서 주먹 좀 쓴다는 파이터들이 모여 생과 사를 넘나들며 경쟁하는 곳에서 하나도 아니고 2개의 벨트를 허리에 감았다는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이다. 그렇다면 승수만 챙기는 지루한 파이터냐? 그것도 아니다. 이른바 타격으로 압박하며 거리를 좁히고 결국 그라운드로 끌고 들어가 파운딩과 서브미션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레슬라이커가 대세인 현대 종합격투기에서 매우 극단적인 스탠딩 타격으로 경기를 끝낸다. 선수들이 붙잡고 클린치를 하는 순간 그리고 누워서 경기를 펼치는 순간부터 일반 관중과 격투기 마니아의 온도 차는 극심해진다. 밀착되고 고착된 상태가 길어질수록 절대 다수인 일반 관중은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스탠딩 타격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무에타이식 발차기가 주류인 UFC에서 가라테, 태권도를 베이스로 화려한 스텝의 발차기 연타로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린다. 언뜻 지나치게 불규칙한 난수로 날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도로 계산된 트릭이다. 175cm라는 페더급치곤 큰 신장을 바탕으로 변칙적인 각도로 날아오는 발차기에 신경 쓰다 보면 어느새 상대방은 코너 맥그리거가 펀치를 날리기 가장 좋은 위치와 각도에 서 있게 된다. 24전 21승 중 18 TKO로 86%다. 주먹 싸움으로 화끈하게 끝낸다. 코너 맥그리거가 괴물인 이유는 단순히 옥타곤 내에서의 전투력만이 아니다. 어쩌면 케이지 바깥에서 존재감이 더 클 수도 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프로스포츠의 존립 요건이자 목적은 ‘돈’이다. 단체는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하고 선수들도 돈을 벌기 위해 운동한다. 그러기 위해 세간의 주목을 끌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코너 맥그리거는 최적화된 선수다. 말의 제왕이다. 상대방의 신경을 박박 긁는 독설을 날리는데, 듣는 이를 빼곤 기자들도 킥킥대게 만든다. 도전자 입장일 땐 아예 기자회견장에서 챔피언 벨트를 강탈하는 기행도 서슴지 않는다. 코너 맥그리거가 마이크를 잡으면 순식간에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트렌드는 그의 이름으로 난리가 난다. 패션 센스 또한 매우 화려해서 심심치 않게 잡지 표지 모델로도 등장한다.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다. 포장도 화려하고 내용물도 화려하다. 자존심이 둘째가라면 서러울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이 코너 맥그리거 앞에서 쩔쩔매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_김남훈(UFC, WWE 해설위원)

EPL손세이셔널, 손흥민
손흥민

2016~2017년 한국의 축구 팬들은 소위 ‘국뽕’(극단적 애국심이라는 뜻의 인터넷 유행어)을 빨았다. 바로 ‘손세이셔널’ 손흥민 때문이다. 2015년 8월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어 04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 핫스퍼에 둥지를 틀었다. 첫 시즌인 2015~2016년 시즌 35경기에 출전해 7골 5도움으로 예열을 마친 손흥민에게 2016~2017년 시즌은 도전이었다. 소위 말하는 ‘2년 차 징크스’를 잘 이겨낼지, 이제는 손흥민에게 익숙해진 EPL의 수비수들을 상대로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었다. 내적으로는 해리 케인, 빈센트 얀센, 델리 알리 등 같은 팀의 경쟁자들도 손흥민이 넘어야 할 산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손흥민의 2016~2017년 시즌은 ‘대성공’이다. 한국 축구의 역사적 인물인 ‘차붐’ 차범근의 기록을 31년 만에 갈아치웠다. 동시에 토트넘의 기록 역시 새롭게 장식한 주인공이 됐다. 사실 손흥민에게 2016~2017년 시즌은 처음부터 도전이었다. 다른 선수들이 마음껏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의 시기를 보내던 2016년 여름 그는 2016 리우 올림픽에 참가했다. 한 시즌 이후 충분한 휴식기를 보장받지 못했기에 시작이 늦었다. 시즌이 개막한 8월을 건너뛰고 9월에 개최된 4라운드부터 본격적으로 경기에 나섰다. 첫 번째 리그 경기에서 손흥민의 역사는 예고됐다. 스토크시티를 상대로 멀티골을 넣었고, 6라운드 미들즈브러와의 경기에서도 멀티골을 신고했다. 9월 한 달 동안 손흥민은 5경기에 출전해 5골 1도움을 기록하며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EPL 사무국 선정 ‘이달의 선수(Player of the Month)’를 수상했다. 수많은 아시아 출신 선수들이 EPL 무대를 거쳤지만 20개 구단 선수 전원 중 최고의 한 명에 뽑히는 영광을 누린 것은 손흥민이 최초였다. 이후 손흥민은 잠시 부진했다. 팀 내 경쟁자들이 손흥민의 공백을 메웠고, 경쟁에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위기설도 파다했다. 손흥민은 축구화끈을 동여맸다. 국가 대표팀을 오가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2017년 1월에 펼친 6경기에서 4골을 넣으며 여전히 날카로운 발끝을 자랑했다. 4월에는 4경기 연속 골을 포함해 5골 1도움을 기록하며 다시 한번 ‘이달의 선수’가 됐다. 물론 운도 따랐다. 델리 알리의 부진, 해리 케인과 대니 로즈의 부상도 손흥민에게는 기회로 다가왔다. 누군가는 ‘행운’이라고 하겠지만, 기회를 잡는 능력조차 실력이다. 손흥민의 진가는 EPL뿐 아니라 FA 컵에서도 빛났다. 토트넘은 비록 준결승에서 탈락했지만, 손흥민은 FA 컵에서 6골을 기록했다. 애덤 모건(FC 핼리팩스 타운)과 함께 대회 득점 1위로 남았다. 역시 아시아 선수 최초의 기록이다. FA 컵에서 손흥민은 5경기 6골 1도움을 기록, 경기당 85.6분을 소화하며 탄탄한 체력을 과시했고, 90분당 공격 포인트 1.47을 기록하며 순도 높은 활약을 펼쳤다.
손흥민의 맹활약은 토트넘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팀의 변화가 주효했고, 손흥민도 역할을 톡톡히 했다. 팀의 최종 순위는 2위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4-2-3-1과 3-4-2-1 포메이션을 혼용하며 변화무쌍한 팀을 만들었다. 공격과 수비, 최전방과 2선 사이의 연계 플레이가 절실한 시점에 폭발한 손흥민의 잠재력은 모두를 웃게 했다. 득점과 도움 능력, 개인 기술에 위치 선정 능력과 공간 창출 능력까지 선보였다. 손흥민의 정점은 올 시즌 마지막 경기였다. 최종전인 헐시티와의 경기에서 시즌 21호 골을 신고했다. 최종 기록 21골 10도움. 이는 1985~1986년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19골을 기록한 차범근의 한국인 유럽 단일 시즌 최다 골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_김동환(풋볼리스트 기자, SPOTV 해설위원)

NBA초인의 플레이
RUSSELL WESTBROOK

NBA 선수와 농구를 해본 적이 있나?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시절 챈들러 파슨(Chandler Parson)과 함께 경기를 한 경험이 있다. 당시 공부하던 학교의 주전 선수였던 것이다. 나는 그때 느낀 경이로움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나 같은 농구 동호인이 보기에 챈들러 파슨은 운동 능력, 기술 등 모든 면이 너무도 뛰어나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NBA엔 챈들러 파슨 같은 선수들이 초라해 보이게 만드는 선수가 있다. 괴물, 러셀 웨스트브룩이다. 지난 4월 7일 러셀 웨스트브룩은 평균 시즌 종료를 3경기나 남겨놓고 트리플더블(경기당 평균 31.7득점, 10.7어시스트, 10.4리바운드)을 달성했다. 이는 그저 능력이 뛰어난 선수라면 한번 도전해볼 만한 기록이 아니다. 웨스트브룩이 해냈음에도, 그리고 55년 전에 오스카 로버트슨이 이뤄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 세계에선 달성이 불가능한 어마어마한 대기록이다.
농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면 누구든 득점과 어시스트, 리바운드 중 어느 하나라도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것이다. KBL이든 NBA든 어시스트나 리바운드를 10개 이상 기록하는 선수는 적다. 2016~2017년 KBL 정규 리그에서 어시스트를 10개 이상 기록한 선수가 나온 경기는 5경기 중 1경기도 되지 않는다. 경기 시간이 8분이나 길고 수준이 높은 NBA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를 10개 이상 기록한 선수가 나온 경기는 총 1230경기 중 200경기도 되지 않는다. 트리플더블은 이렇게 한 경기에 한 가지만 10개 넘게 해내기도 어려운 기록을 세 가지나 해냈다는 것이다. KBL에선 총 270경기 중 단 4개가 나왔다. 마이클 크레이그가 2개, 박찬희와 이현민이 각각 하나씩 기록했다. NBA에서도 이번 시즌 웨스트브룩을 빼면 1230경기에서 고작 22명이 기록했을 뿐이다. 그나마 이번 시즌은 KBL과 NBA 모두 역사상 트리플더블이 가장 많이 나온 드문 시즌이다. 이렇게 트리플더블은 대부분 선수들이 평생 한 번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어렵다. 그런데 웨스트브룩은 이번 시즌 2경기당 하나꼴로 트리플더블을 42개나 기록했다. 선수가 트리플더블을 달성할 수학적 확률은 0.01%가 안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활약이었다. 게다가 웨스트브룩은 이 기록을 다른 리그도 아니고 NBA에서 달성했다. 이곳은 챈들러 파슨 같은 믿을 수 없는 기량을 지닌 선수가 바글바글한 곳이다. 그런 NBA에서 그가 달성한 기록은 가히 압도적이다._김유겸(서울대학교 체육교육학과 교수)

 

에디터 조재국(jeju@noblesse.com)
일러스트 김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