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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도시의 문화 재도약, 아스타나

LIFESTYLE

아스타나라는 이름이 어쩌면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카자흐스탄의 수도가 된 지 이제 갓 20년. 지금 이 도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몇 가지.

카자흐스탄이 1997년 수도를 알마티에서 아스타나로 옮긴 지 올해로 20주년이다. 처음엔 군사 요새였던 이곳의 원래 이름은 아크몰린스크, 이후 첼리노그라드와 아크몰라라는 명칭을 거쳐 카자흐어로 수도를 의미하는 ‘아스타나’로 새롭게 태어났다. 천도 이유를 잠시 살펴보면 이렇다. 소비에트연방 해체 후 카자흐스탄 북부 지역에선 러시아계 사람들의 분리주의와 자치 운동 바람이 거셌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을 통제하기에는 카자흐스탄의 당시 수도 알마티가 남동쪽에 치우쳐 있었기에, 전체 면적 272만4900km2로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큰 영토를 가진 나라 카자흐스탄이 어려움을 겪은 건 당연지사. 카자흐스탄 대통령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는 북부 도시 아스타나를 새 수도로 천도를 추진했다. 비록 신생 수도이긴 해도, 그동안 이 도시가 맡은 역할은 상당히 많았다. 카자흐스탄 민족문화의 근원지이면서 과거엔 카자흐스탄 경제·교역의 구심점이었고, 1950년대 이후엔 농축산물 가공업과 농기계, 건설자재 산업의 중심지로, 주요 철도가 지나는 교통의 요지로 그 역할을 수행했다. 마지막으로 에너지자원과 광물 매장량이 풍부한 도시라는 것까지. 하지만 카자흐스탄 이심강 상류 연안에 자리한 아스타나, 중앙아시아의 두바이로 불리는 이곳에 이제는 다른 수식어를 붙여야 할 것 같다. 세계적 건축가가 세운 현대건축이 한데 모여 있고, 다채로운 행사가 연이어 열리는 다이내믹한 도시라고.

1 아스타나를 대표하는 건물인 칸 샤티르 쇼핑 앤 레저 센터 외관.  2 그리스 신전을 연상시키는 아스타나 오페라극장 앞에 선 유니버설발레단.

초현대식 건축 행렬
카자흐스탄이 새로운 수도를 위해 가장 공들인 부분은 바로 건축이다. 세계적 건축가를 불러모아 과감한 건축물 설립에 힘을 쏟은 덕분에 아스타나엔 외관이 독특하고 매력적인 건물이 많다. 물론 각 도시마다 상징적 건축물이 있지만, 아스타나처럼 현대적으로 유려한 건축이 한곳에 밀집한 도시는 드물다. 나무가 지구를 감싸고 있는 듯한 형태의 바이테렉 타워(Baiterek Tower), 원형경기장을 보는 듯한 서커스 아스타나(Circus Astana), 라이터 모양과 유사한 정부 청사(Modern Government Quarter), 꽃잎을 연상시키는 카자흐스탄 국립음악당(Kazakhstan Central Concert Hall) 등 건물의 목적과 형태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노먼 포스터가 2006년에 완공한 피라미드형 건물 평화와 화해의 궁전(Palace of Peace and Reconciliation)과 2010년 영국 건축 스튜디오 포스터 앤 파트너스가 지은 초대형 투명 천막형 건물 칸 샤티르 쇼핑 앤 레저 센터(Khan Shatyr Shopping and Leisure Centre)는 단연 압권이다. 2013년에 들어선 오페라극장도 아스타나의 건축 열기에 가세했다. 김세영 유니버설발레단 공연사업팀장은 이 극장을 방문한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이 초청 공연한 아스타나 오페라극장은 규모가 어마어마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예술의전당의 3~4배 규모로 느껴지는 압도적인 크기에 내부를 온통 대리석으로 장식해 화려했어요. 자원이 풍부한 나라라 그런지 예술과 건축에 투자하는 정도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각종 공공 건축물의 잇따른 건설은 인구 증가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쳐 현재 약 83만5000명에 도달했다. 아스타나 시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아스타나의 인구는 매년 평균 3만 명씩 증가하는 추세라고. 또 1999년부터는 매년 국제건축박람회를 유치해 건축 도시로서 임무 또한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2014년 31개였던 참가 업체 수가 2016년 204개국으로 크게 늘어 매년 2000명 이상의 국내외 관람객을 꾸준히 모으고 있는 아스타나 국제건축박람회는 현재 내년 5월에 열릴 행사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조지아의 전통 공연을 관람하는 아스타나 시민들.

역대급 이벤트
올여름 아스타나 전역에서 펼치는 엑스포, 유라시아 댄스 페스티벌, 아트 페스트 등 다이내믹한 행사 중 단연 돋보이는 건 2017 아스타나 엑스포다. 지난 6월 10일 개막해 9월 10일까지 열리는 엑스포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축제로 꼽히는 이벤트답게 시민의 호응이 높다. ‘미래 에너지’를 주제로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 세계 115개국, 22개 국제기구가 파빌리온과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이번 엑스포는 개막 한 달 만에 방문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엑스포 현장을 둘러본 김대식 주카자흐스탄 한국 대사는 6월 11일 한국관 개관식에서 “한국도 아스타나 엑스포의 성공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카자흐스탄 아스타나가 중앙아시아의 진정한 중심지로 부상할 것이라 확신합니다”라고 언급했다. 특히 이번 행사의 메인 상징물인 ‘누르 알렘’ 또한 독특한 디자인으로 아스타나의 세련된 건축 대열에 합류했는데, ‘마지막 석유 한 방울’이라는 의미의 지구 모양 구조물 내부에 자리한 미래 에너지 박물관은 엑스포가 끝난 후엔 아스타나 시민을 위한 문화센터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 6월 24일부터 29일까진 아스타나 오페라극장에서 엑스포의 일환으로 ‘유라시아 댄스 페스티벌’이 열렸다. 클래식과 컨템퍼러리를 두루 선보인 이번 페스티벌에는 한국의 유니버설발레단이 공식 초청돼 26일과 27일 이틀간 <디스 이스 모던>을 공연했다. 매회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이 기립박수로 화답했고, 카자흐 국영방송 24kz, 예브라지야 채널, 관영통신 카진포름, 일간지 텐그리뉴스 등 현지 주요 언론 또한 열띤 취재 경쟁을 보였다.

3 아스타나 엑스포에 참여한 투르크메니스탄 국가관의 전통 공연.  4 발레 <디스 이스 모던>의 일부인 ‘화이트 슬립’.

한편, 카자흐스탄에서 가장 큰 아트 페스티벌로 올해 3회째를 맞는 아스타나 아트 페스트는 이번 엑스포 기간에 맞춰 기간과 규모를 확장했다. 지난 6월 17일, 라이트 쇼, 연계 퍼포먼스, 개념적 음악쇼 등을 선보이며 역대 최대 규모 페스트의 서막을 알린 오프닝 현장에서, 아트 페스트의 디렉터 마이라 이즈마일로바는 카자흐스탄을 포함해 유럽과 북미 출신의 다양한 예술가와 연극단을 소개하는 페스트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노매드 에너지’를 주제로 90일간 이어지는 이번 페스트를 참관한 아스타나의 시장 아셋 이세케셰프는 아스타나 시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특히 인터랙티브 존으로 만든 메인 전시장 입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람의 움직임에 반응해 다양한 색으로 변화하는 인터랙티브 아트 작품에 많은 관람객이 흥미를 보였습니다”라고 감상을 전했다.

5 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독특한 건물인 누르 알렘 내부 전경.  6 공연이 끝난 후 기립박수를 보내는 아스타나 시민들.

카자흐스탄 국립박물관의 상설 전시장 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골드 홀 전경.

국보급 박물관
아스타나가 다양한 페스티벌로 들끓는 지금, 차분히 예술을 느끼고 싶다면 명실상부 중앙아시아 최대 규모 문화 예술 시설인 카자흐스탄 국립박물관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2014년 개관한 국립박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건 어마어마한 상설 전시 홀이다. 영역을 불문한 방대한 컬렉션과 더불어 고대·중세, 역사, 민족지학, 카자흐스탄 독립, 아스타나, 골드, 근대미술 7개 홀로 나누어 운영 중인 상설 전시장은 이곳의 자랑거리다. 박물관은 교육과 리서치 프로그램에 주력할 뿐 아니라 최신 트렌드에 걸맞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프로젝트도 종종 선보인다.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국제전과 특별전 또한 다양하게 기획하는데, 6월 23일부터 8월 3일까지는 보석을 박은 파라오, 금박을 입힌 나무 병마용과 왕좌, 보석으로 장식한 황금 고리 등 입이 떡 벌어지는 투탕카멘 컬렉션을 소개하는 고대 이집트 예술 전시가 열린다. 이 전시의 성공에 힘입어 이집트는 카자흐스탄에 전시 작품을 기증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기증받을 전시작과 유물은 현재 박물관이 7개 홀에 이어 준비 중인 세계 문화 홀 개관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이외에 엑스포와 연계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니, 리스트가 궁금하다면 박물관 홈페이지를 참고할 것.

7 카자흐인의 전통적인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그림.   8 아스타나 역사에 길이 남을 인물들을 모은 디스플레이.   9 카자흐스탄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는 전시 현장.

올여름, 신생 수도 특유의 독특한 역사, 새로운 디자인의 건축물, 중앙아시아 최대 박물관, 엑스포와 댄스 페스티벌, 아트 페스트 등 다양한 볼거리가 어우러진 아스타나에 세계인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그동안 중앙아시아 지역이 멀게 느껴져 아스타나의 가치를 미처 몰랐다 해도 괜찮다. 한국에서 아스타나까지 에어아스타나 직항 편으로 단 7시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30일 이하는 별도 비자 없이 여행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아스타나의 끝나지 않은 축제가 여전히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에디터 백아영(xiaxia@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