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den Treasures
장인정신의 숭고함과 첨단 기술의 정교함, 독창적인 예술성까지 두루 겸비한 가구. 컨템퍼러리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소수의 진정성 있는 고객의 지지를 바탕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하이엔드 리빙 브랜드를 소개한다.

1 불규칙하고 비정형적인 디자인의 굿 바이브레이션즈 캐비닛. 2 오각형 패널을 이어 붙인 루이 5세 암체어
섬세한 목공 기술로 빚은 예술품
파리의 라 메종 샹젤리제 호텔, 남프랑스 생트로페에 위치한 페닌슐라 프라이빗 빌라, 런던의 그레이트 노던 호텔. 이들에겐 평행이론이 존재한다. 유니크하고 고급스러운 숙박 시설이라는 점과 그 안에 장인정신이 깃든 아트 피스 같은 가구를 배치했다는 점. 그들이 선택한 브랜드는 프라텔리 보피(Fratelli Boffi)다. 언뜻 보면 명품 주방 가구 브랜드 보피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같은 이탈리아 태생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완전히 다르다. 프라텔리 보피는 실력파 디자이너, 건축가와 손잡고 대담한 예술 세계를 반영한 아트 퍼니처를 선보이는 브랜드. 아름답기만 한 가구가 아니라 수준 높은 장인정신으로 고품질의 제품을 만든다. 1928년, 고전 가구를 현대적으로 재현하는 목수로 이름을 날린 카를로 보피(Carlo Boffi)가 브랜드를 설립했다. 목수였던 그가 장기를 살려 나무를 깎아 의자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고, 섬세한 목공 기술과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점차 영역을 확장해 거의 모든 종류의 가구를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프라텔리 보피만의 개성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초현실적 디자인이다. 대표적으로 스위스 출신 디자이너 필리페 베스텐하이더(Philippe Bestenheider)가 디자인한 루이 5세 암체어가 있다. 6개의 오각형 패널을 이어 붙인 입체적인 디자인으로 ‘왕의 의자’ 같은 강렬한 인상을 준다. 페루초 라비아니(Ferrucio Laviani)가 디자인한 굿 바이브레이션즈 캐비닛도 상징적인 제품으로 꼽힌다.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그는 본인의 공상 세계를 작품으로 풀어냈다. 멀리서 보면 왜곡된 사진처럼 불규칙하고 비정형적인 디자인의 캐비닛. 단단한 월넛 나무를 CNC 기계로 정교하게 만들어 커팅 에지의 진수를 보여준다. 올해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를 통해 그가 또 하나의 역작을 공개했다. D/비전1은 1950년대 전형적인 트루모(벽걸이 장식 거울)에서 출발했지만 전혀 다른 구조의 제품이다. 대각선을 기준으로 위아래가 미끄러지듯 엇갈린 디자인으로 윗부분은 월넛나무에 타원형 거울을 붙였고, 아랫부분은 파란색 옻칠로 마감했다. 이 제품은 올해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 기간 중 럭스 부문 최고 제품으로 꼽혔다.

3 골드 컬러의 미학을 보여주는 보카 도 로보의 포투나 다이닝 테이블.
4 크고 작은 구가 불규칙적으로 붙어 독특한 다리의 뉴턴 콘솔.
5 프라이빗 컬렉션 중 바론(Baron) 세이프.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디자인 미학
이베리아반도 끝에 위치한 포르투갈. 대륙이 끝나고 대양이 시작되는 이곳에서 태어나 전 세계 상류층의 마음을 움직인 하이엔드 리빙 브랜드가 있다. 맥시멀리즘 트렌드를 등에 업고 수면 위로 올라온 보카 도로보(Boca do Lobo). 스위스 제네바의 레이크사이드 빌라, 호주의 이스트하우스 등 럭셔리 빌라와 저택을 대상으로 커스텀메이드하며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2005년, 포르투의 북동쪽에 위치한 작은 도시 히우틴투(Rio Tinto)에서 시작했으니 그리 긴 역사는 아니다. 포르투갈 북부에서 온 25명의 장인과 유리공예, 금세공 등 분야별 장인이 힘을 모아 수제 가구를 만드는데, 정교하고 화려한 디테일이 단박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고객은 늘 새로운 경험을 원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고객이 놀랄 만한 디자인을 추구하죠.” 보카 도 로보의 CEO 아만디우 페레이라(Amandio Pereira)는 소재도 소재지만 디자인이 훌륭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획기적이고 새로운 디자인을 위해 전통과 현대적 스타일을 조합한다고. 예를 들어 D.마누엘 캐비닛은 구리 막을 입혀 현대적 세련미를 드러낸 표면과 대조적으로 다리에 밧줄을 말아 놓은 듯한 예스러운 디자인을 적용했다. 골드 컬러를 적극 활용해 디자인 미학을 펼치기도 한다. 포투나 다이닝 테이블, 에덴 시리즈처럼 전체를 브라스 소재로 만든 비정형적 제품은 화려함 그자체. 금색 튜브를 나열한 심포니 사이드보드는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 오르기도 했다. 골드는 때때로 전체보다 일부에 포인트로 적용했을 때 더 빛난다. 다이아몬드처럼 정교한 커팅 외관에 내부를 금박으로 덮은 다이아몬드 사이드보드, 크고 작은 구가 불규칙적으로 붙은 독특한 다리의 뉴턴 콘솔 등은 부분적으로 가미한 골드 컬러가 품격을 더한다. 이외에도 하이엔드 리빙 브랜드로 입지를 다지는 데 숨은 공로자가 있다. 현금, 보석, 고가의 와인이나 시가 등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프라이빗 컬렉션. 거대한 금고부터 워치 와인더, 주얼리 케이스 등 종류가 다양하고 디자인도 화려해 그 자체가 하나의 보물 같다. 시계업계의 최대 축제인 바젤월드에서는 보카 도 로보를 파트너로 초청해 호텔, 레스토랑 등 근교의 유명한 장소마다 프라이빗 컬렉션을 전시하기도 했다.

6 현대적 터치를 가미해 클래식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몬도 마린의 오코 요트 내부.
7 비지오네르가 맞춤 작업한 개인용 제트기 내부.
8 비지오네르 자수 로고를 새긴 맥아더 소파.
바다와 하늘을 장악한 우아한 가구
프라이빗 요트나 제트기의 호화로운 인테리어는 누가 책임질까? 이탈리아 주요 조선소와 민간 요트 기업, 민간 제트 단체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비지오네르(Visionnaire)가 그 영예를 차지한다. 비지오네르는 1959년 카발리 형제가 볼로냐에서 설립한 IPE 그룹에서 파생했다. IPE는 그 당시 자동차 시트로 사용하던 부드럽고 내구성 강한 폴리우레탄을 가구에 접목하며 혁신을 시도한 가구 회사. 새로운 컬렉션과 글로벌 무대에 관심을 보인 루이지 카발리가 1990년대 중반 아들인 레오폴드(Leopold)와 엘레오노레(Eleonore) 카발리와 함께 비지오네르를 런칭했다. 고객의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에 가까운 귀족적 감각의 실내장식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 우아한 기품과 고전적 품격을 대변하는 왕, 왕비, 성, 기사 등에서 영감을 얻은 네오고딕 양식의 가구를 선보인다. 테두리를 황동 스터드로 장식하고 거위 깃털과 폴리우레탄으로 속을 채운 페어리 퀸 소파, 옆면과 후면에 비지오네르 자수 로고를 새긴 맥아더 소파 등이 대표적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엘레오노레 카발리는 “이탈리아 가구 산업은 단순한 가구를 넘어 맞춤형 가구를 제공하는 수준으로 성장했습니다. 실내 가구와 소품 외에도 고객의 특별한 요구에 부합하는 맞춤형 프로젝트를 제공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고객에게 맞는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비지오네르는 개인 요트와 제트기 내부 디자인에도 참여한다. 호화 요트업계의 글로벌 리더 아치무트 베네티(Azimut Benetti), 이탈리아 북부 사보나에 기반을 둔 몬도 마린(Mondo Marine) 등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최근에는 아치무트 베네티의 36m 럭셔리 요트인 아지무트 116 그랑데를 작업했는데, 보트 디자인을 반영한 독특한 거울 창문을 제작해 눈길을 끌었다. 몬도 마린의 오코(Okko) 요트에는 현대적 터치를 가미한 클래식 디자인을 담았다. 제네바 소파와 잔타스 벽등, 엑스칼리버 램프, 아발론 안락의자 등 비지오네르의 제품을 세팅해 호화롭게 꾸몄다. 개인용 제트기 Dornier 328의 맞춤 작업도 진행했다. 비행기 외관을 비지오네르 로고로 커버링하고 내부 가구는 고객이 원하는 소재와 디자인으로 손수 제작해 세상에 하나뿐인 초호화 제트기를 완성했다.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