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 Culture = Store
갤러리가 아니라 패션 매장이다. 바야흐로 아티스틱한 감성을 탑재한 패션 스토어가 대세다.

1 덴마크 아티스트 FOS가 디자인한 오브제를 곳곳에 배치한 셀린느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2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가 리뉴얼 오픈하며 3층에 설치한 양혜규의 신작 ‘솔 르윗 뒤집기’.
무더위가 한풀 꺾이자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쇼핑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다. 하지만 이제 쇼핑을 위해 꼭 매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컴퓨터 아니 휴대폰을 손가락으로 몇 번 클릭하면 명품 쇼핑이 가능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패션 스토어들은 자신의 입지에 대해 적잖은 위기를 감지하기 시작했다. 점점 더 많은 고객이 온라인 쇼핑으로 몰리는 요즘 각 브랜드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에 새로운 즐길 거리를 마련하고, 고객에게 매장을 방문할 구실을 만들어주는 데 주력한다. 그래서 최근 오픈한 몇몇 패션 매장은 고급스러운 카펫과 패브릭 벽지, 아름다운 무늬의 대리석 바닥 등 옷뿐 아니라 바닥, 벽, 가구, 작은 소품까지도 주의 깊게 신경 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매장을 방문해야 하는 이유는 부족하다. 그래서 패션계가 선택한 건 아트와의 컬래버레이션. 매장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이자 기억에 남을 만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으로 탄생한 아티스틱한 패션 스토어, 유명 작가의 작품까지 감각적으로 매치한 그들만의 스타일리시한 표현법을 소개한다.
지난 5월에 오픈한 셀린느의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트렌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비 파일로는 취향이 맞는 덴마크 아티스트 FOS와의의 협업으로 매장을 단장했다. 스토어 내부는 셀린느의 브랜드 철학을 보여주는 오브제로 가득한데, FOS가 디자인한 램프, 콘크리트와 나무로 제작한 의자, 큰 야자수가 담긴 적갈색 화기 같은 아트 피스가 셀린느의 세련되고 절제된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2016년 11월 리뉴얼 오픈한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는 요즘 가장 핫한 설치미술 작가 양혜규의 신작 ‘솔 르윗 뒤집기’ 연작을 매장 3층에 전시해 브랜드의 예술적 감성을 과시했다.

3 아시아를 대표하는 작가 이불의 작품 ‘After Bruno Taut’를 1층에 설치한 하우스 오브 디올.
4 펜디 팔라초 부티크는 스위스 아티스트 노트 피탈이 디자인한 거울 소재의 조각품 ‘Moon Ball’이 매장 입구에서 시선을 압도한다.
위풍당당한 우리나라 작가의 설치 작품은 지난 2015년 6월에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 하우스 오브 디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의자부터 테이블, 천장의 조명에도 예술가의 혼을 담아 메종 1층에 나란히 설치한 아시아 대표 작가 이불의 작품 ‘After Bruno Taut’를 선보인다. 크리스털과 글라스, 알루미늄 등 일상의 평범한 재료들이 보여주는 색다른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한편 예술과 삶이 더욱 밀접하게 얽혀 있는 외국에서는 이런 시도가 더욱 광범위하고 자유롭게 행해진다. 메종 초기부터 예술가와 긴밀한 유대 관계를 이어오며 전도유망한 젊은 아티스트에게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끌로에는 지난 7월 2일, 파리 본사와 인접한 곳에 숍과 갤러리를 믹스한 5층 규모의 새로운 컬처 스페이스 ‘뤼 드 라 봄(Rue de la Baume)’을 오픈했다. 첫 번째 전시의 총괄 큐레이터로 선정된 주디스 클라크는 끌로에의 65년 역사를 담은 아카이브 전시를 상설 전시관에서 연간 진행하며, 특별 전시관에서는 다수의 끌로에 레디투웨어 작업에 참여한 포토그래퍼 기 부르댕(Guy Bourdin)이 ‘페미니티’를 주제로 포착한 재미있는 이미지를 선보인다. 지금까지 공개한 적 없는 끌로에의 이미지와 컬렉션 룩을 새로운 방식으로 소개하는 특별전은 7월 2일 공식 개관 이후 9월 3일까지 약 2개월간 개최한다. 오는 10월부터 11월까지 열리는 파리 아트 페어 기간에도 재설치해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을 예정이라고.

5 포토그래퍼 기 부르댕이 페미니티를 주제로 특별 전시를 선보이는 끌로에의 ‘뤼 드 라 봄’.
6 하와이 출신 아티스트 라니 트록의 사진을 전시한, 하와이 오하우에 오픈한 빈스의 플래그십 스토어.
그런가 하면 세계문화유산인 로마의 트레비 분수 보수 작업을 후원하며, 예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패션 하우스의 면모를 보여준 펜디의 팔라초 부티크는 동시대의 흥미로운 작품이 곳곳에 자리한다. 매장 입구에선 스위스 아티스트 노트 피탈(Not Vital)이 디자인한 환상적인 거울 소재의 ‘Moon Ball’ 조각이 시선을 압도하고, 캄파나 형제의 ‘The Armchair of Thousands Eyes’, 에르베 반 데르 스트레텐이 대리석을 쌓아 만든 한정판 콘솔, 펜디 까사의 가구들을 찾아볼 수 있다. 뉴욕 감성의 자연주의 의상을 선보이는 빈스는 지난 6월 2일 하와이 오하우에 위치한 마켓 플레이스에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 하와이 출신 아티스트 라니 트록(Lani Trock)의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하와이와 빈스의 조우를 보여주고자 하와이의 자연환경과 인체의 융합을 표현한 사진, 하와이 본토의 토착 식물을 함께 설치했다.
고객의 니즈와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브랜드의 가치를 높여야 경쟁에서 살아을 수 있는 패션 월드. 그리고 그곳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새로운 생존 방식인 패션과 아트 그리고 매장의 컬래버레이션. 훗날 당신은 좀 더 다이내믹하고 기억에 남는 예술품을 감상하기 위해 갤러리가 아닌 패션 스토어에 가야 할지도 모른다.
에디터 정순영(jsy@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