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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사는 문제 그 후

LIFESTYLE

수만 가지 음식이 세상에 존재하는 만큼 그에 관한 수만 가지 담론 또한 존재한다. 그중 ‘언어’와 ‘심리’, ‘독성 물질’이란 키워드로 일상의 음식을 잘근잘근 분석해놓은 책 3권.

현대인에게 굶주림으로 죽을 수도 있다는 얘긴 들어 맞지 않는다. 오히려 넘쳐나는 음식으로 영양 과잉에 이른 이가 넘쳐나니 말이다. 등 따습고 배부른 문제의 해결. 그럼 앞으로 우리는 어떤 새로운 방식으로 음식을 탐구해야 할까? <우리 음식의 언어>는 일상의 음식을 언어로서 고민하는 책이다. 국어학 중에서도 특히 방언학 분야를 깊이 파온 국어학자 한성우는 이 책에서 우리 음식 이름의 변천사나 유래 등을 자세히 알려준다. 우리가 잘못 사용하는 단어를 지적하고 음식을 대하는 자세까지 살피게 하는 식. 쉽게 말해 ‘국어학자가 차려낸 밥상 인문학’이라고 할까. 일례로 저자는 책에서 이런 얘길 다룬다. 올해 수확한 작물을 ‘햇곡식’, ‘햇밤’, ‘햇사과’라 부르는데 쌀은 왜 ‘햅쌀’이라 이르는지, ‘밥’과 ‘쌀’의 사투리는 왜 없는지,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에서 왜 ‘밥힘’이 아닌 ‘밥심’인지, 왜 ‘비빈밥’이 아닌 ‘비빔밥’인지, ‘세끼’ 중 가운데 끼니를 말하는 ‘점심’이 본디 때를 가리키는 말이 아닌 한자어 ‘點心’에서 유래, ‘마음에 점찍듯 가볍게 먹는 것’이라 풀이한 대목 등을 말이다. ‘맛있게’ 읽히지만 ‘먹고사는’ 문제를 다루어 묵직한 울림까지 주는 이 책은 언어학의 관점에서 음식에 관심이 있는 이에게 꼭 한번 권하고 싶은 책이다.
한편 <음식의 심리학>은 수많은 음식 중 특정 메뉴를 고르는 이유, 유독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이의 성격, 갓난아기 때부터 결정되는 특정 음식에 대한 편애 등 우리가 음식을 먹는 행위를 행동심리학과 뇌과학을 통해 설명하는 책이다. 독일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이 책의 공동 저자 멜라니 뮐과 디아나 폰 코프는 세계 최고 직장으로 꼽히는 구글의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에게 작은 접시를 쓰게 하는 이유와 비싼 와인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 생식을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 이유, 특정 브랜드에 대한 뇌의 ‘즐겨 찾기’ 현상 등을 우리를 지배하는 본능과 경험, 감각에서 찾는다. 이 책에 따르면 우리가 하루 동안 음식 때문에 뭔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은 수십 번에 이른다. 물론 누구도 이 모든 선택의 순간에 이성과 지성을 동원하진 않는다. 먹는 것에 대한 선택은 대부분 잠재의식이 그 임무를 떠맡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다시 말한다. 누군가가 먹는 선택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살펴보고 분석한다면, 그 사람의 잠재의식을 고스란히 들여다 볼 수 있다고. 정말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앞의 두 권이 음식을 비교적 친근함의 범위에서 다뤘다면 <음식의 역습>은 그것의 독성 물질에 대해 말하는 방식을 취한 책이다. 식품 분석 전문가이자 탐사 저널리스트인 저자 마이크 애덤스는 우리가 어떤 경로로 독성 물질을 흡수해 몸에 축적하는지, 그 물질이 인간의 몸과 사회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왜 그런 악순환이 계속되는지에 대해 여러 학자의 연구 결과를 내세워 소개한다. 이른바 ‘오늘 저녁 먹을 고기반찬에 중금속이 얼마나 들어 있을지 알려주는 책’이랄까. 저자는 일례로 빵부터 상추, 다짐육, 치즈, 피클, 소스까지 맥도날드 빅맥 하나를 놓고서도 해부하다시피 마그네슘과 알루미늄, 구리, 아연 등 각 성분을 조사하며 여기서 나온 독성 물질로부터 몸을 보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책을 읽다 보면 먹고사는 문제가 이렇게 어려운 일일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 모든 독성 물질을 ‘예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지금 더없이 필요한 한 권의 책이다.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
사진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