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FTH SENSE
찰나의 아름다움을 포착한 향기 크리에이터들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 조향 역사에도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 인물이 존재한다. 조향의 계보를 이어온 세계적 조향사에 대하여.

1 피에르 프랑수아 파스칼 겔랑. 2 자크 카발리에. 3 프랑수아 드마쉬. 4 미스 디올 오 드 퍼퓸.
조향사 계보를 시간 순으로 나열할 때 그 시작으로 삼아야 할 사람에 대해선 사실 의견이 갈릴 수 있다. 근대적 의미의 향수에 대한 기준이나 시각이 각자 다르기 때문. 하지만 피에르 프랑수아 파스칼 겔랑을 조향 계보의 머리에 두는 것에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없을 듯하다. 겔랑은 향수 자체 공장을 갖추고 직접 향수를 제조하는 코스메틱 브랜드다. 많은 코스메틱 하우스에서 향수를 출시하는데 그것이 뭐가 그리 다른지 묻는다면, 대부분의 코스메틱 혹은 패션 하우스 향수는 자체 공방이 아닌 피르메니히(Firmenich), 지보단(Givaudan), 짐리제(Symrise), IFF(International Flavors & Fragrances) 등 세계적 향료 회사에 의뢰해 제조한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이다. 겔랑은 무려 다섯 세대를 내려온 향수 거장과 187년이라는 향수 전문 업체로서의 역사를 지닌 하우스로, 그 시작에는 피에르 프랑수아 파스칼 겔랑이 있다. 1830년대 초에 그는 한 명의 매혹적인 여성을 위한 오 드 투왈렛을 만들었고, 그렇게 향수 크리에이터로서 운명을 마주한 그는 전 유럽 왕실의 공식 향수업자가 되었다. 이후 겔랑은 에메 겔랑, 장 자크 겔랑, 장 폴 겔랑을 거쳐 지금의 티에리 바세까지, 조향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5 장 클로드 엘레나. 6 올리비에 폴쥬. 7 프레데릭 말. 8 프란시스 커정.
1900년대에 들어 조향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사람은 에르네스트 보. 에르네스트 보는 샤넬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이다. 1921년 그 이름도 유명한 샤넬 N°5를 만든 조향사로, 기존 천연 오일이 아닌 알데하이드를 사용한 최초의 향수 샤넬 N°5를 탄생시킨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향수 역사에 하나의 방점을 찍은 인물이다. 샤넬 향수 이야기가 나왔으니 자크 폴주라는 이름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자크 폴주는 지난 1978년부터 샤넬의 향수 크리에이터로 활동한 조향사로, 에르네스트 보처럼 화학자가 아닌 문학가였다. 그래서인지 그가 만든 코코, 에고이스트, 알뤼르 등의 향수에서는 결합한 원재료의 느낌만큼이나 하나의 시 같은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아들 올리비에 폴주는 그 바통을 이어받아 현재까지 샤넬 향수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향수에 대해 잘 모르는 이라도 장 클로드 엘레나라는 이름은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조향사 가문에서 태어나 열일곱 살의 어린 나이에 향수업계에 입문한 그는 파리와 뉴욕, 제네바의 명성 있는 향수 실험실에서 스스로 독학하며 세계적 조향사로 성장하는 발판을 다진다. “향수는 기억의 시이자 창조의 영혼”이라고 말하는 그는 대부분의 향의 원천을 바닥, 깨끗한 이불, 한쪽 어깨, 오래된 스웨터, 갓 구운 빵 같은 일상의 장면에서 찾는다. 에디션 드 프레데릭 말의 비가헤드 꽁쌍뜨레, 시슬리의 오 드 깡빠뉴, 불가리의 오 파퓨메 오 떼 베르를 비롯해 쟈르뎅, 켈리 깔레쉬, 떼르 데르메스 등 그가 창조한 여러 에르메스 향수를 떠올린다면 그가 영감으로 삼는 감성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아름답게 다진 에르메스 향수의 세계는 지난 2014년 에르메스 하우스에 합류한 크리스틴 나이젤에 의해 이어지고 있다. 본인의 베스트 향수가 쟈도르라면, 혹은 미스 디올이나 디올 어딕트를 자주 뿌린다면, 남자친구에게 소바쥬를 선물하고 특별한 날에는 디올 라 컬렉션 프리베를 선택한다면, 당신은 프랑수아 드마쉬의 감성 안에서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49년 향기의 고장 그라스에서 태어난 프랑수아 드마쉬는 자연스럽게 조향사의 길을 걸었고, 지난 2006년에는 LVMH 그룹 퍼퓸 & 코스메틱 부서의 향수 크리에이터로 임명되었다. 이후 수많은 디올의 향수가 그의 감각을 통해 탄생했다. 그처럼 그라스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며 온몸으로 향수 크리에이터로서의 감성을 키운 인물이 있다. 바로 자크 카발리에다. 이세이 미야케의 로디세이, 입생로랑 뷰티의 남성 향수 오피움, 장 폴 고티에의 클래식 등 이제는 향수의 고전이 된 작품이 그의 손에서 태어났고, 작년에는 루이 비통이 70년 만에 만든 향수가 그의 손을 거치기도 했다. 그리고 향수업계에 기발하고 모던한 감성과 컨셉을 도입한 젊은 조향사들의 등장은 현재의 뷰티업계, 또 우리 라이프스타일에 조금 더 큰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이제는 하나의 향수 브랜드로 더 잘 알려진 프레데릭 말 역시 조향사다. 1962년 파리에서 태어나 프랑수아 드마쉬, 자크 카발리에와 동시대에 자랐지만 향수라는 작품을 조금 더 현대적 관점으로 바라본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현대적 컨셉의 향수 브랜드를 설립하는 데 탁월한 전략을 발휘했다. 조향사로서 직접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그동안 친분을 쌓은 당대의 조향사들에게 무대를 마련해준 것. 그렇게 여러 조향사가 마케팅 플랜과 예산에 구애받지 않고 만들어낸 향수를 마치 하나의 문학작품처럼 세상에 내놓았고,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모든 향수는 요즘 사람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니치 향수를 즐기는 현대인이 열광하는 또 하나의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 이 모던한 브랜드를 만든 벤 고헴은 역대 조향사들처럼 향수와 관련된 공식적 교육을 받진 않았지만, 탁월한 감성으로 향수를 지금 시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오브제로 만든 주역 중 한 명이다. 조향사 올리비아 자코베티, 제롬 에피네트와 함께 그가 새롭게 고안한 향의 조합은 요즘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향기로 손꼽힌다. 벤 고헴이 향수업계의 이단아라면 프란시스 커정은 조향계의 젊은 천재다. 조향계에 막 발을 들인 1995년에 세계적 인기를 끈 장 폴 고티에의 르 말을 만들어냈고, 나르시소 로드리게즈와 엘리 사브, 버버리 하우스의 아이코닉한 향수 등을 탄생시켰다. 24세에 르 말을 세상에 내놓은 그는 불과 30세에 프랑수아 코티상을 수상했고, 지난 2008년에는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 문화부에서 문예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현재도 세계 유수의 패션 하우스에서 그의 감성을 입은 향수가 탄생하고 있고, 그의 이름을 내세운 퍼퓸 브랜드 메종 프란시스 커정 역시 탄탄한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다. 현대 향수의 역사를 이어가는 젊은 세대 조향사를 몇 명으로 압축하긴 힘들지만 마지막으로 한 명만 더 언급한다면 킬리안 헤네시를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성에서 알 수 있듯 세계적 코냑 가문의 상속자로 태어난 그는 디올, 파코 라반과 같은 명품 향수 브랜드에서 경력을 쌓은 후 지난 2007년 본인의 이름을 내걸고 유니크한 개성과 기품을 갖춘 향수 브랜드 바이 킬리안을 런칭했다. 어린 시절을 코냑이 익어가는 저장고를 오가며 지낸 만큼 그의 향수에서는 알코올에 섞인 슈거, 코냑을 숙성시키는 오크통 등의 향을 연상할 수 있다. 부제목까지 갖춘 제품명과 남녀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향조, 평생 소장할 수 있는 예술적 보틀까지, 그는 이 시대의 다른 조향사들과 마찬가지로 현대인의 감성에 어필하는 스토리 가득한 향수를 창조하며 세상을 더욱 향기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지금도 향수업계의 시계는 쉬지 않고 돌아간다.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고, 향수에 젊은 감성을 입히는 이 시대의 조향사에게 직접 물었다. 그들의 커리어와 일상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Q1 조향사가 된 계기와 본인을 대표하는 향수는?
Q2 뇌리에 박힌 인생 향기가 있다면?
Q3 본인이 사용한 생애 첫 향수는?
Q4 환경오염과 기후변화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자연에서 재료를 발견하는 조향사로서 심각성을 실감하는가?
Q5 최근 관심 있는 향의 원재료는?
Q6 최근 향수 트렌드를 정의한다면?
Q7 진정한 클래식 향수 혹은 니치 향수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Q8 조향을 하며 힘들었던 순간과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Q9 평소 향을 즐기는 방법은?
Q10 본인이 조향한 향수 외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향수는?
Q11 조향사에게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Q12 한국을 모티브로 한 향수를 만든다면 어떤 느낌일 거라고 생각하나?

티에리 바세(Thierry Wasser)
A1 이딜, 샬리마 퍼퓸 이니셜, 라 쁘띠 로브 느와르 그리고 몽 겔랑 등 겔랑의 많은 향수.
A2 1919년 세상에 나온 겔랑 미츠코. 지금까지 세상에 나온 향수 중 가장 아름다운 향수 중 하나라 생각한다.
A3 겔랑 아비 루즈. 열세 살 때 어머니의 지인에게서 그 향기를 맡은 후 매혹되어 구입한 향수다.
A4 기후변화는 이제 현실적 문제다. 알다시피 난 겔랑 향수의 원재료를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다니고, 그렇게 원재료를 구할 때마다 이 슬픈 현실을 목격한다. 환경오염이 심해질수록 겔랑 역시 우리가 공정 거래하는 지역사회를 돕는 일에 더욱 앞장서고 있다.
A5 그린 노트를 좋아한다. 그린 노트의 원재료를 사용하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다. 불가리안 장미, 샌들우드, 오렌지 블라섬과 재스민은 정말 멋진 재료다.
A7 향수의 클래식이란 ‘시간’이라는 시험에서 살아남는 향기라고 생각한다. 1925년에 만든 샬리마를 대표적 예로 들 수 있다. 니치 향수 역시 극소수의 사람이 사용한다 해도 시간을 이겨낸다면 향수의 고전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A8 35년 이상 조향업계에 몸담았다.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나쁜 경험은 거의 없었다. 숙련된 농부들, 최고의 전문가들과 함께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전 세계를 누비며 최상의 원재료를 구하고 향수를 만드는 일은 언제나 큰 기쁨이다.
A11 원재료를 발견하는 데 필요한 열정과 양심. 원재료의 무대인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과 소통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또 그렇게 얻은 향을 서로 혼합하는 것에 두려움을 갖지 말아야 한다.

마리 살라마뉴(Marie Salagmagne)
A1 늘 향에 민감했다. 조향을 시작하고 나서야 적성에 맞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 말론 런던의 미모사 앤 카다멈, 라티잔 파퓨머 이스뜨와 도랑제 등을 만들었고, 최신작으로는 분더샵 시그니처 퍼퓸이 있다.
A2 바삭한 시리얼이나 갓 구운 빵 냄새. 언제 맡아도 가족과 친구들이 테이블에 모여 앉아 놀던 어릴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향이다.
A3 아버지의 향수였던 디올 오 소바쥬.
A4 천연 원재료가 부족해진 것을 몸소 느낀다. 가뭄으로 인해 4년 연속 공급량이 줄어들고 있는 바닐라가 대표적. 내가 소속된 조향사협회는 현지 커뮤니티와 파트너십을 맺고, 자연을 보존하면서 향수 산업의 발전을 함께 도모하고 있다.
A5 특히 파촐리를 좋아한다. 따뜻하면서도 깊이 있는 동시에 감각적이고 우아한 재료다.
A7 시대를 초월한 향수. 뛰어난 솜씨와 강렬하게 돋보이는 시그너처, 우수한 퍼포먼스, 혁신성, 아름다운 스토리를 모두 갖춰야 클래식한 향수가 탄생한다고 생각한다. 1925년에 탄생한 겔랑 샬리마나 알베르토 모리야스가 1996년에 재탄생시킨 아쿠아 디 지오는 정말 감탄을 자아낸다.
A12 서울을 방문했을 때 도시의 밝은 에너지가 느껴졌고, 그 안에 아름다운 헤리티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것이 인상적이었다. 아방가르드 문화와 전통을 믹스한 창의적인 향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안 플리포(Anne Flipo)
A1 내가 자란 프랑스 북부의 피카르디는 꽃과 허브, 풀잎으로 가득한 지역이다. 그 덕분에 자연스럽게 향기에 눈떴고, 조향 스쿨 ISIPCA에 진학했다. 본격적으로 향에 대해 공부하면서 내가 한번 맡은 향기를 절대 잊지 않을 정도로 기억력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자신감이 붙자 마치 바이러스에 감염되듯 향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젠느 랑방과 에끌라 드 플레르, 끌로에 러브 스토리 등의 향수 작업에 참여했다. 특히 지미추 일리싯과 맨 향수를 만들 때가 생각난다. 당시 지미추의 아름다운 스틸레토 힐을 선물 받았는데, 그 신발을 신자마자 지미추의 세계에 푹 빠져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A2 어린 시절을 보낸 정원의 향.
A3 라티잔 파퓨머의 미모사 뿌르 므와.
A4 아이티 지진 이후 심각한 기후변화를 모두가 목도했다. 그 나라에서만 자라는 고유한 원재료의 수확량이 이미 달라지고 있다. 우리는 모두 자연을 보호하고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A5 요즘 화이트 플라워를 연구하고 있다. 오렌지 블라섬과 재스민, 튜버로즈 등 화이트 플라워는 은은하지만 사람들을 강하게 매료시키는 매력이 있다. 자연스럽지만 센슈얼하고, 순수한 모습이 서로 밸런스를 이룬다. 프로젝트의 특성에 따라 화이트 플라워의 매력을 조화롭게 드러내는 작업은 언제나 날 설레게 한다.
A6최근 몇 년 동안 굉장히 달거나 프루티해서 구미를 당기는 향기를 많이 보았다. 예상컨대 이제 다시 아름다운 플로럴 향이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A7 예상치 못한 조합, 깨끗하게 정제된 향, 선택받은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오직 그 사람만을 위한 향.
A8 조향사로서 커리어를 시작한 이후 내가 좋아하는 여성스러운 향수를 주로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처음으로 남성 향수 제안을 받았을 때 사실 조금 어려움을 느꼈다. 몇 년의 연습 끝에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언제나 예상치 못한 작업을 만나고, 그렇게 또 해낼 때마다 굉장한 성취감을 느낀다.
A11 감성! 향에 대한 열정도 중요하지만, 삶에서 마주하는 것에 마음이 움직이고 영감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는 감성이 중요하다. 감성은 향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재료다.
A12 은은하게 빛나는 플로럴 향수. 깨끗하고 맑은 자연의 향.

어윈 크리드(Erwin Creed)
A1 나까지 7대에 걸쳐 이어진 조향 가문에서 태어났다. 크리드 로얄 익스클루시브 라인과 러브 인 화이트, 어벤투스 포 허를 만들었다.
A3 니나리치 피리아스, 크리드 그린 아이리쉬 트위드. 크리드는 당연했고, 니나리치의 향수는 형제와도 같은 로마노 리치 덕분에 알게 되었다.
A7유행을 타지 않는 독창적인 향. 차별화된 향은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킨다. 제품에 깃든 가치를 대중도 알아보기 때문. 향료 역시 중요하다. 독자적 원재료를 활용해 완벽한 제품을 만드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A8새로운 향을 런칭하기 전에는 늘 무거운 과제를 짊어진 기분이다. 특히 향수를 완성하는 시점을 정하는 일은 굉장히 어렵다. 크리드의 러브 인 화이트를 제작할 당시 완성 단계에 이른 제품을 완전히 뒤집은 적이 있다. 향료 중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획대로 런칭했다면 제작 기간이 1년 남짓이었겠지만, 결국 3년이 걸린 이유다.
A11자신만의 인생과 열정을 담는 것.

나탈리 로슨(Nathalie Lorson)
A1 불가리 쁘띠 마망, 버버리 위크엔드, 시세이도 젠 등을 작업했고, 최근에는 헤라 익셉셔널 오 드 퍼퓸을 만들었다.
A6 니치 향수에 대한 선호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여러 향을 섞어 나만의 향기를 만드는 경향도 짙어지고 있고. 예전에는 명확하던 남녀 향수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것 역시 최근 눈에 띄는 경향이다. 본인에게 맞는 향수라면 향을 가리지 않고 사용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A7 소비자는 나만이 가질 수 있는 향에 열광한다. 향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미학적 취향을 드러내는 경우도 많다. 어떤 향을 맡았을 때 행복한 감정이나 특별한 순간이 떠오른다면 그것이 자신만의 니치 향수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A11 향수는 아름다움의 언어다. 복잡하지 않으면서 가장 심플하게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그래서 조향사에게는 이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향으로 표현할 줄 아는 능력과 그 과정을 즐길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A12 한국 브랜드 헤라와의 작업을 최근 마쳤다. 아시아 여성, 특히 서울의 여성을 뮤즈로 삼았는데 이들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 힘 있는 말 한마디로 주위를 압도하는가 하면, 우아한 미소 속에는 에너지와 생기가 가득하다. 차가운 듯 뜨거운 열정을 품고 있는 눈동자는 그 자체로 내게 영감을 준다.

파브리스 펠레그린(Fabrice Pellegrin)
A1 향과 인연이 깊은 환경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조향사였고, 어머니는 재스민을 재배하는 분이었으며, 할아버지는 향료를 공급하는 일을 하셨으니. 어릴 적부터 내추럴한 향을 접할 기회가 많았고, 그것이 현재도 인공적 향보다 자연에서 나온 향료를 선호하는 이유다. 앳킨슨 파이렛츠 그랜드 리저브를 내 대표작으로 꼽고 싶다.
A2 어린 시절 할머니와 장미가 가득 핀 그라스에서 장미 향을 맡은 순간. 당시 장미를 채취하기 위해 그곳을 방문한 이탈리아 사람과 서로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순간도 아직까지 가슴에 남아 있다.
A3 아버지가 사용하시던 아자로 포 맨.
A4그렇다. 아무리 인공적 향료가 많다 해도 자연에서 온 향료만큼 완벽할 수는 없다. 환경보호를 위한 노력은 내일의 뷰티를 지키기 위한 첫걸음이다.
A5 파촐리. 남성적 매력이 넘치면서도 매혹적이고 깊이가 있다.
A7트렌드를 따르지 않는 향수. 1799년 출시 당시에는 다소 낯설 정도로 독창적이었지만 시간이 흘러도 사랑 받는 향수 앳킨슨 24 올드 본드 스트리트 오 드 코롱처럼.
A8 대중적 향수만을 만들 생각은 없지만, 내가 조향한 작품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 이 일이 결코 쉽지 않구나 느끼기도 한다.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이라면 작년 6월, 올해의 퍼퓨머상을 수상했을 때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A10 내 생애 최초의 향수이기도 한 아버지의 첫 향수.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향이라 그런 듯하다.

에밀리에 코페르만(Èmilie Coppermann)
A1 작업에 참여한 향수라면 페라가모 세뇨리나 인 피오레, 반클리프 아펠 레브, 발망 엑스테틱 등이 있다.
A2신생아의 향. 갓 태어난 아기한테서는 24시간 내내 특별한 향이 난다. 네 아이의 엄마인 나는 매번 놀라운 후각적 경험을 했다. 살결에서 나는 향이기에 조향사에게는 사실 꽤나 아이러니하다.
A3 어린 시절이 떠오르는 샤넬 크리스탈. 어머니가 쓰시던 향수인데, 힘들 때 줄곧 그 향으로 마음을 달랬다.
A5 요즘 바닐라에 푹 빠져 있다. 최근 마다가스카르에서 들여온 질 좋은 바닐라로 작업할 기회가 있었다. 감탄할 만한 퀄리티 덕분에 바닐라의 다양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A7 니치 향수의 열풍은 전체 향수 산업에 많은 긍정적 효과를 제공했다. 소비자는 독특한 향에 적응했고, 향의 재료나 품질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됐으니. 그 덕분에 조향사는 더욱 창의적이고 발전적인 향수를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향수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이 클래식이고 니치 향수가 아닐까.
A12 한국은 전통과 첨단 기술이 조화를 이룬 나라다. 그래서 오리엔탈 느낌을 주고 싶다. 동시에 한국의 아방가르드한 분위기와 현대적 느낌도 담게 될 것이다. 핑크베리와 진귀한 우드를 섞고 플로럴한 시클라멘과 모던한 머스크로 마무리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미셸 알메라크(Michel Almairac)
A1 다양한 향료에 친숙해질 수밖에 없는 그라스에서 태어났다. 열다섯 살 때 루르 공장을 방문하면서 향기와 조향에 대해 더 깊이 배워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끌로에의 시그니처 오드 퍼퓸, 보테가 베네타의 시그니처 오드 퍼퓸과 파르코 팔라디아노 I, Ⅶ등을 작업했다.
A2 할머니는 늘 꽃이 만발한 정원에 계셨다. 어린 시절 그곳에서 종종 뛰놀았는데, 정말 후각적 모험이 가득한 곳이었다. 막 자른 잔디의 신선한 내음과 젖은 토양의 냄새, 장미 덤불이 풍기는 플로럴 노트까지. 그 시절의 향기는 지금까지도 내게 영감을 준다.
A5 장미는 시간이 흘러도 언제나 관심이 가는 재료다. 각각의 포뮬러나 조합에 따라 놀라울 정도로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니까.
A8 조향사는 종종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디자이너나 아티스트와 협업을 한다. 디자이너는 하우스의 개성과 특성에 맞는 향수를 원하는데, 그들의 세계와 이를 해석한 내 창조물 사이에 연결점을 찾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A11 창조적으로 생각하고 항상 새로운 향료에 관심을 가질 것!
A12 한국은 현대와 전통을 완벽하게 매치할 줄 아는 나라다. 한국의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바탕으로 현대적 느낌을 살리기 위해 서양의 풍부한 노트를 첨가해 진정성 있는 향기를 만들고 싶다.

카밀 구딸(Camille Goutal)
A1 원래 꿈은 사진가였고 실제로 포토그래퍼로 활동했다. 그러던 중 스물네 살에 어머니(아닉 구딸)가 돌아가셨는데, 그때 어머니가 만든 향수에서 큰 위안을 얻었다. 그렇게 조향의 길을 걷게 되었고, 아닉구딸 로즈폼폼과 릴 오 떼 오 드 뚜왈렛 등을 만들었다.
A3아닉구딸 쁘띠뜨 쉐리. 어머니가 나를 위해 만든 향수다. 엄마의 사랑이 담긴 향수이자 유년 시절의 추억이 깃든 향이다.
A7 본인이 좋아하는 향이 곧 진정한 니치 향수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향을 선택해 뿌리는 것은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방법이니까. 니치 향수는 본인에게 가장 힘이 되는 강력한 보호막이다.
A12 한국은 장소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향기가 숨어 있는 것 같다. 제주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릴 오 떼 오 드 뚜왈렛이 특별한 이유이기도 하다. 야생의 모습을 간직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제주 바람의 역동성과 자유로움, 그리고 자연의 생명력과 활기를 담아 조향한 그때의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다.

다프네 뷔제(Daphné Bugey)
A1열 살 때부터 향수 보틀과 광고를 수집했고, 향수와 관련된 모든 것에 열정이 넘쳤다. 조향사가 될 운명이라는 것을 그때부터 직감했다. 르 라보 베르가모트 22를 비롯해 티에리 뮈글러의 아우라, 펜할리곤스 포트레이트 컬렉션 등에 참여했다.
A2 딸이 태어났을 때 머리에서 맡은 향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A4물론 실감한다. 그런 이유로 피르메니히는 미래 천연자원을 최대한 확보하고, 대체 분야 R&D 팀에 투자하고 있으며, 책임감 있는 소싱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A5클리어우드. 생명공학에서 얻을 수 있는 화이트 파촐리다. 실제 이 원재료를 암스테르담에서 영감을 받은 르 라보 시티 익스클루시브 무스 드 쉔 30에 사용하기도 했다.
A7니치 브랜드는 저마다 영감을 주는 이야기와 세계관을 갖고 있다. 그 스토리를 바탕으로 향수 시장에 새로운 제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향에 대한 놀라운 비전을 가지고 진정한 명품의 가치를 구현하는 향수가 진정한 니치 향수라고 생각한다.
A8 창조의 과정은 늘 흥미롭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을 향기로 구현해내는 도전은 정말 소중하다. 최고의 원재료를 선택하고, 그들의 완벽한 조합을 찾는데 열정을 다한다.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찾기 위한 기나긴 여정은 나 자신을 발전시킨다. 그렇게 탄생한 향수를 어느 날 거리를 지나다 스친 사람에게서 맡게 되면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반대로 어려움이 있다면, 클라이언트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직면하는 일이 아닐까.
A10 겔랑의 오래된 향수는 언제나 감탄을 자아낸다.
A11 조향사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이다. 그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있다면 향수 원재료와 퍼퓸 팔레트를 마스터하기 위해 필요한 암기력, 그리고 성실함. 또 향기로 감정을 이끌어내는 일이니만큼 감수성 역시 매우 중요하다. 클라이언트와 주변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태도, 인내심, 겸손함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뇌리에 새겨진 향에 대한 기억. 여기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감성과 조향사의 상상력을 더하면 그 향기는 이야기가 되고 작품이 된다.

“태양이 지는 순간 하늘에는 줄무늬가 생겨요. 땅은 온기를 토해내죠. 그 순간의 따뜻한 기억은 언제나 나를 웃음 짓게 해요.” _ 몽 머스크 아 므와 by 알베르토 모리야스
“석류나무는 고대의 전통문화나 오디세이 작품, 많은 노래 가사에서 다산과 풍요로움을 상징하죠. 이를 따뜻하고 포근한 향기로 표현했습니다.” _ 아쿠아 디 콜로니아 멜로그라노 by 유지니오 알팡데리
“300년 이상 된 고목으로 가득한 일본의 숲과 사찰을 그렸어요. 자연이 주는 고독함과 위안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그런 향기요.” _ 휠 모 드 퍼퓸 by 바나베 피용
왼쪽부터_ Maison de Parfum 몽 머스크 아 므와, Aesop 휠 오 드 퍼퓸, Santa Maria Novella 아쿠아 디 콜로니아 멜로그라노.

“산속의 공기같이 맑고 상쾌한 향. 그리고 방금 샤워하고 나온 듯한 맑은 비누 향이에요. 깨끗하게 다림질한 흰 셔츠가 떠오르죠. 깨끗함에 대한 열망이 만들어낸 향기입니다.” _ 로 by 세르주 루텐
“인공 낙원에서 영원함을 마주하게 된 순간은 얼마나 강렬할까요. 뜨겁게 타오르는 모닥불이 마치 최면을 거는 듯 오묘한 향기를 그려내고 싶었어요.” _ 벨벳 헤이즈 by 벤 고헴
왼쪽부터_ Serge Lutens 로, Byredo 벨벳 헤이즈.

“어릴 적 제가 자란 집은 오렌지나무와 재스민으로 둘러싸여 있었어요. 바람에 실려 날아오던 그 시절의 향기는 아련한 추억으로 여전히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_ 르 퍼퓸 by 엘리 사브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고 신선한 향이에요. 누가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화이트 티셔츠나 청바지처럼요.” _ 아쿠아 유니버셜 by 프란시스 커정
왼쪽부터_ Elie Saab 르 퍼퓸, Maison Francis Kurkdjian 아쿠아 유니버셜.

‘감미로운 군주’라 불린 루이 14세는 스페인에서 수천 그루의 오렌지나무를 수입할 정도로 오렌지 블라섬을 사랑했습니다. 이 향수는 그를 위한 일종의 헌정입니다.” _ 플뢰르 드 루이스 by 로드리고 플로레 & 얀 바스니어
“베네치아 정원에서 산책하던 순간을 향으로 재창조하고 싶었어요. 아름다운 봄날의 한가운데에 라일락이 만개한, 그림자가 드리운 공간에 대한 오마주예요.” _ 파르코 팔라디아노 Ⅶ by 미셸 알메라크
“태양빛을 머금은 플로럴 향을 만들고 싶었어요. 현존하는 꽃으로는 표현할 수 없더군요. 그래서 상상 속 화이트 플라워를 탄생시켰습니다. 크림같이 부드럽고 벨벳처럼 우아하지만 상쾌한 꽃향기가 나죠.” _ 가브리엘 샤넬 by 올리비에 폴주
위부터_ Arquiste by Maison de Parfum 플뢰르 드 루이스, Bottega Veneta 파르코 팔라디아노 Vll, Chanel 가브리엘 샤넬.
에디터 이혜진(hjlee@noblesse.com), 김애림(alkim@noblesse.com)
사진 박지홍 스타일링 마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