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포착
가을도 오기 전, 벌써 봄을 기다리게 하는 2018년 S/S 컬렉션 소식으로 전 세계 패션 도시가 들썩인다. 늘 새로운 유행과 아이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이끌고 등장하는 쇼에는 신선함이 넘쳐흐른다. 런웨이에서 미처 포착하지 못한 찰나의 장면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 노블레스닷컴에서 그 해설집을 준비했다.
위트, 위트, 위트, 아크네 스튜디오
언제나 궁금증을 자아내고 위트가 넘친다. 아크네 스튜디오는 패션 위크 기간, 정확히 9월 15일부터 재미있는 영상을 브랜드 인스타그램 계정에 하나씩 올렸다. 아크네의 2017년 F/W 컬렉션과 미국 개그맨 톰 렌크의 영상을 편집해 함께 게재한 것. 피드를 빠르게 넘기다 보면 놓칠 수 있는 장면이지만, 단 3초만 집중해서 보면 ‘풋’ 하고 절로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톰 렌크는 아크네 스튜디오의 런웨이 룩을 그대로 재현하며 포즈를 취하다 3초 만에 힘든 표정을 지으며 화면 밖으로 벗어난다. 아크네 컬렉션을 톰 렌크식으로 재해석한 룩은 때론 화려한 드레스의 프린트가 진짜 과일이 되기도 하고, 천 조각을 얼기설기 붙여 만든 진짜 그런지 룩으로 탄생하기도 했다. S/S 컬렉션의 전초전일까. 단 6개의 영상만으로 아크네 스튜디오의 다음 스텝이 기다려질 정도. 런웨이에서 새로운 시즌을 확인하기 전 먼저 톰 아저씨와 패션 유희를 즐겨보자.
에디터 이아현(focver@noblesse.com) 디자인 이선영
부활해요, 마크 제이콥스
모두가 기다린 마크 제이콥스의 부활. 브랜드 통합 이후에도 좀처럼 활력을 찾지 못하던 마크 제이콥스의 이번 컬렉션은 그의 전성기를 보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뉴욕 맨해튼의 파크 애비뉴 아모리(Park Avenue Armory)를 쇼장으로 탈바꿈시킨 런웨이에서 마크 제이콥스 특유의 강렬한 색감을 입은 모델들이 피날레 신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등장! 이날 벨라 하디드와 지지 하디드도 무대에 올랐는데 터번에서 영감을 받은 헤어 액세서리를 두른 룩으로 SNS를 완전히 도배하며 화제를 불러모았다. 인도, 무슬림, 오리엔탈 무드가 가득한 가운데 때론 1990년대 뉴욕의 힙합 신을 재해석하고, 때론 마크 제이콥스 컬렉션 자체에 대한 오마주를 표현하며 판타지와 현실 사이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 뮤지엄을 유유히 워킹한 모델들의 모습처럼 마크 제이콥스의 앞날에도 눈부신 햇빛이 가득하길!
에디터 이아현(focver@noblesse.com) 디자인 이선영
창고 대개방, 랄프 로렌
파워풀한 엔진 소리가 날 것 같은, 뉴욕 베드퍼드에 위치한 한 대형 창고. 쉽사리 볼 수 없는 스포츠카와 클래식 카가 즐비한 가운데 근사한 드레스를 입은 랄프 로렌의 뮤즈들이 걸어 나온다. 랄프 로렌은 이번 쇼를 준비하며 ‘클래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고. 그에게 언제나 영감을 주는 존재, 자동차의 숨은 곡선과 터프하지만 날렵한 디테일, 최첨단 소재로 완성한 내부가 주는 안락함까지. 출발선은 다를지라도 강렬한 비주얼로 누군가를 사로잡는 건 패션이나 자동차나 다를 게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러한 디자이너의 생각을 어필하기 위해 퍼플 라벨을 입은 남성 모델과 여성 모델들이 랄프 로렌의 자동차와 함께 등장했다. 유행을 좇지 않는 랄프 로렌의 컬렉션은 세월이 흐를수록 진가를 발휘하는 자동차와 꼭 닮은 모습. 물론 자동차보다 빨리 그리고 쉽게 손안에 넣을 수 있다. 이번 시즌에는 런웨이에서 선보이기도 전부터 일부 제품의 판매를 시작해 클래식을 추구하지만 리테일에선 스피드를 요하는 랄프 로렌의 민첩함을 엿볼 수 있었다.
에디터 이아현(focver@noblesse.com) 디자인 이선영
체크 잇, 버버리
늘 버버리 체크가 그리웠다.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다양한 변주를 시도하며 체크를 변형하고, 이따금 프로섬 라인을 통해 체크를 완전히 뺀 새로운 룩을 선보일 때조차. 그 정직하고 선명한 버버리 체크를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지, 손꼽아 기다렸다. 그런 수많은 버버리 체크 팬의 요구에 응답한 걸까? 버버리가 2018년 S/S 컬렉션을 선보이며 버버리 체크를 200% 부활시켰다. 다시 영국, 런던 오리진에 초점을 맞추고 로큰롤 무드와 기사도 정신이 공존하는 잉글랜드 감성을 고스란히 살린 것. 버버리 체크를 입은 볼 캡과 액세서리는 이번 쇼를 산뜻하게 물들이며 ‘Classic is the Best’를 증명했다. 리얼웨이에서 한동안 사라졌던 버버리 체크 머플러를 이번 시즌엔 과감히 꺼내 둘러도 좋겠다.
에디터 이아현(focver@noblesse.com) 디자인 이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