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Anniversary!
2017년 특별하고 의미 깊은 해를 맞은 시계들의 생일을 축하하며.

ROLEX,Oyster Perpetual Sea-Dweller
씨-드웰러는 1967년에 탄생한 시계로 뛰어난 방수 기능과 헬륨가스 배출 밸브를 장착한 것이 특징이다. 레저 다이버들과 달리 프로페셔널 심해 다이버는 다이빙 전후로 며칠간 가압 기지에서의 생활과 감압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시계 내부로 스며든 헬륨가스가 팽창하며 시계를 망가뜨린다. 그래서 습기는 침투하지 못하게 하면서 헬륨가스는 배출시키는 특수한 장치가 필요한데, 그 역할을 헬륨가스 배출 밸브가 수행하는 것이다. 롤렉스를 상징하는 디자인 요소 중 하나인 사이클롭스 렌즈 날짜 창은 서브마리너에만 적용했는데, 그 이유는 씨-드웰러나 딥씨의 한계 방수 수심에서 사이클롭스 렌즈가 떨어져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탄생 50주년을 맞이한 씨-드웰러는 사이클롭스 렌즈를 적용한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이제 씨-드웰러의 한계 수심에서도 사이클롭스 렌즈가 떨어져나가지 않는 기술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2014년에 발표한 전작과 비교할 때 사이클롭스 렌즈 이외에도 케이스 지름의 변화(40mm에서 43mm), 다이얼 6시 방향 ‘SEA-DWELLER’ 로고의 컬러 변화(흰색에서 빨간색)를 발견할 수 있다. 또 칼리버 3135를 칼리버 3235로 교체했는데, 그 덕분에 이스케이프먼트의 성능이 더욱 향상되었다.

PIAGET,Altiplano
피아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하우스 무브먼트 개발 역량을 울트라 신에 집중하는 대표 메이커다. 이러한 피아제의 울트라 신 무브먼트 뿌리는 1957년에 개발한 핸드와인딩 칼리버 9P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두께가 2mm에 불과했다. 1960년에는 2.3mm 두께의 셀프와인딩 칼리버 12P를 발표했고, 9P와 12P는 이후 피아제 특유의 단순하면서 명료한 디자인을 갖춘 라운드형 드레스 워치에 탑재됐다. 그리고 이를 알티플라노의 시작으로 본다. 알티플라노는 컬렉션 탄생 60주년을 맞아 다양한 모델을 선보였다. 처음에는 핑크, 그린 등 비비드 컬러 다이얼과 스트랩을 적용한 모델들이 시선을 사로잡지만, 가장 클래식한 디자인 코드로 완성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Ref. G0A42105와 Ref. G0A42107이다. 미드나이트 블루 톤의 선레이 다이얼을 4등분으로 나눠놓은 듯한 십자가 디테일과 과거에 사용한 빈티지 로고를 새겼다. 케이스 지름 38mm의 Ref. G0A42107에는 칼리버 9P의 후손인 두께 2.1mm의 칼리버 430P를 탑재했고, 지름 43mm의 Ref. G0A42105에는 12P를 조상으로 둔 두께 2.35mm의 칼리버 1200P를 적용했다.

PATEK PHILIPPE,5180/1R-001 & Aquanaut 5168G-001
40년 전 파텍필립이 개발한 ‘칼리버 240’은 두께 2.53mm의 매우 얇은 셀프와인딩 무브먼트다. 와인딩은 22K 골드 소재의 마이크로 로터를 통해 이루어지며, 진동수는 2만1600vph다. 파텍필립은 이 무브먼트를 베이스로 그 유명한 월드 타임 모델들과 퍼페추얼 캘린더, 스카이차트 워치까지 만들어냈다. 참으로 활용도 높은 베이스 무브먼트가 아닐 수 없다. 올해 파텍필립은 칼리버 240 HU를 탑재한 월드 타임 기능의 플래티넘 워치 Ref. 5131/1P-001, 칼리버 240 Q를 적용한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의 Ref. 5940R-001과 여성용 Ref. 7140G-001 등을 발표했지만, 백미는 Ref. 5180/1R-001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별다른 기능을 추가하지 않은 순수한 상태의 칼리버 240을 가장 ‘제대로’ 노출시켰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스켈레톤 버전의 브레이슬릿 모델을 자주 선보이지 않는 파텍필립인 만큼 희소성도 높다. 극도로 얇게 스켈레톤 처리한 밸런스 콕과 배럴을 덮은 칼라트라바 십자가 장식, 구석구석 빠짐없이 인그레이빙한 화려함이 탄생 40주년 기념 모델다운 모습이다. 파텍필립의 스포츠 워치 컬렉션 아쿠아넛도 탄생 20주년을 맞았다. 메탈 브레이슬릿을 기본으로 하는 노틸러스와 달리 아쿠아넛에는 러버 스트랩을 매치하는데, 이것이 아쿠아넛 특유의 발랄하고(!) 스포티한 인상을 완성해준다. 특히 만 스무 살이 된 아쿠아넛의 케이스 사이즈를 40mm에서 42.2mm로 변형한 Ref. 5168G-001의 등장이 눈길을 끈다. 핵심 기능만 담은 컬렉션의 기본 모델이기 때문. 또 기존 모델에는 스테인리스스틸과 로즈 골드 2가지 소재만 사용했는데, 20주년 기념 모델은 화이트 골드 버전으로만 선보이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푸른색 다이얼에 깊은 색감의 그러데이션을 더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AUDEMARS PIGUET,Royal Oak Chronograph & Lady Royal Oak Frosted Gold
1972년에 혜성같이 등장해 ‘럭셔리 스포츠 워치’라는 새로운 영역을 구축한 오데마 피게의 로열 오크. 뛰어난 품질과 상징성 덕분에 ‘하이엔드 메이커는 스테인리스스틸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다’라는 공식을 파괴했고, 툴 워치로 존재하던 스포츠 워치의 위치를 격상시켰다. 올해는 2가지 하위 컬렉션인 크로노그래프 라인과 여성용 로열 오크가 각각 스무 살과 마흔 살 생일을 맞은 해다. 새로운 로열 오크 크로노그래프는 상징적인 스테인리스스틸 버전을 비롯해 티타늄, 핑크 골드 케이스에 악어가죽 스트랩을 매치한 버전 등 7가지 베리에이션으로 선보인다. 지름 41mm의 케이스 3·6·9시 방향에 자리한 서브 다이얼을 투톤으로 처리한 것이 모든 모델의 공통점이다. 6시 방향의 스몰 세컨드보다 3시와 9시 방향의 카운터를 크게 디자인했으며, 야광 인덱스와 핸드가 시인성을 강조한다. 프레데리크 피게의 셀프와인딩 칼리버 1185를 베이스로 제작한 칼리버 2385를 변함없이 채택했다. 리바이벌 디자인인 만큼 빈티지한 요소를 적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남성용 드레스 워치를 지름 34mm 정도의 크기로 만들던 시절에 지름 33mm의 거대한 여성용 시계로 탄생한 레이디 로열 오크. 올해는 오리지널 사이즈인 33mm(쿼츠 무브먼트)와 더욱 커진 37mm(셀프와인딩 칼리버 3120) 2가지 사이즈에 핑크 골드와 화이트 골드를 사용한 총 4가지 베리에이션을 선보였다. 기존의 헤어라인 무늬로 가공한 부위는 플로렌틴 기법으로 세공해 눈밭에 햇빛이 반사되는 듯 영롱하게 반짝인다. 날짜 창과 50m 방수 기능도 갖췄다.

HAMILTON,Ventura
라운드 케이스 시계는 말할 것도 없고, 스퀘어 케이스 시계 역시 이 세상에는 너무나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하지만 삼각형 케이스 시계는 극히 드물다. 그중 대표적인 시계로 해밀턴 벤츄라를 꼽을 수 있다. 1957년에 탄생한 벤츄라는 독특한 케이스 디자인뿐 아니라 기술적 측면에서도 매우 획기적인 시계다. 전기 배터리로 구동하는 무브먼트를 탑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대의 팝 아이돌 스타 엘비스 프레슬리가 애용하며 덩달아 높은 인기를 누렸다. 새로운 벤츄라는 모두 3가지 버전을 선보이는데, 그중 원형에 가장 가까운 것은 클래식 S&L이다. 오리지널 모델처럼 옐로 골드로 코팅한 케이스와 막대사탕을 연상시키는 인덱스, 다이얼 중앙을 가로지르는 지그재그 라인, 핸드와 러그의 모양이 같다. 다이얼 컬러가 블랙에서 화이트로 변경된 점, 그리고 스트랩 소재와 컬러 변화 정도가 눈에 띈다. 데님 버전의 클래식 S&L은 다이얼과 스트랩에 데님을 적용했다. 미국의 로큰롤 문화를 상징하는 엘비스 프레슬리를 추모하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유일한 기계식 버전인 벤츄라 스켈레톤은 셔터 셰이드 글라스를 연상시키는 다이얼 디자인이 특징으로, 무브먼트의 절반만 엿볼 수 있는 개성을 갖췄다.

OMEGA,The Omega 1957 Trilogy Limited Editions
오메가에 2017년은 ‘기념의 해’나 다름없다. 왜냐하면 브랜드를 대표하는 컬렉션이자 우주와 깊은 인연을 지닌 스피드마스터, 다이버 워치의 대표 라인업 씨마스터 300, 레일로드 크로노미터를 상징하는 레일마스터가 모두 1957년에 탄생해 올해로 60주년을 맞았기 때문이다. 먼저 시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크로노그래프 워치 중 하나로 꼽히는 스피드마스터는 원래 레이싱 크로노그래프로 탄생했지만, 뛰어난 내구성 덕분에 서킷보다 가혹한 우주에서 더욱 큰 사랑을 받은 시계로 유명하다. 그 최초 여정은 1962년 10월 3일 수성 탐사였으며, 1969년 기념비적인 달 탐사에 쓰였고, 아폴로 13호 작전을 비롯한 다양한 우주 미션에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씨마스터 300은 프로 다이버를 위한 툴 워치로서의 고성능 다이버 워치 개발 각축전이 벌어지던 1950년대에 탄생한 오메가의 대표작이다. 시인성 높은 야광 핸드와 인덱스, 검은 다이얼, 한 방향 회전 베젤 등의 사양을 두루 적용한 모델로 오메가 다이버 워치의 기준이 되었다. 레일로드 크로노미터는 (디지털 시계의 등장으로) 현재는 쉽게 찾아볼 수 없지만, 자국 내에서도 시차 폭이 큰 북미 대륙의 철도 시간 시스템을 정확하게 제어하기 위한 방편으로 탄생한 극도의 정밀성을 갖춘 시계다. 오로지 ‘정확한 시간 표기’라는 하나의 기능만을 위해 태어난 만큼 무브먼트 크기가 큰 회중시계가 주를 이뤘지만, 오메가는 이를 별도의 전문적 컬렉션으로 분류해 손목시계로도 전개했다. 3점의 시계는 3D 스캐너를 통해 오리지널 버전과 완벽하게 동일한 사이즈로 재탄생했으며, 빈티지 로고와 야광 안료의 변색된 느낌까지 살렸다. 각각 3557점씩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생산하며, 가죽 스트랩과 나토 스트랩을 동봉한 빈티지 박스에 담아 판매한다. 또 수집가들을 위해 3점의 시계를 함께 패키징한 ‘트릴로지’ 프레젠테이션 박스도 557개 선보인다. 여기에도 마찬가지로 각기 다른 색상의 가죽 스트랩 3개와 나토 스트랩 3개, 스트랩 교체 툴을 동봉했다.

BREITLING,Superocean Héritage II
1950년대는 역사적 다이버 워치 컬렉션이 다양한 브랜드를 통해 등장한 시기다. 브라이틀링 역시 1957년에 ‘슈퍼오션’이라는 이름의 레저용 다이버 워치를 발표했다. 최초 모델은 프로 다이버용 툴 워치가 아닌 레저 다이버용이었지만 방수 기능은 200m로 충분했으며, 선명한 야광 인덱스와 다이얼, 전형적인 다이버 워치의 베젤을 갖춘 모델이었다. 이후 브라이틀링은 헬륨가스 배출 밸브가 달려 있고 2000m 방수 가능한 슈퍼오션 크로노그래프 M2000까지 개발할 만큼 고성능 프로 다이버 워치 라인업을 갖췄다. 탄생 60주년을 맞아 발표한 슈퍼오션 헤리티지 II는 원작의 느낌을 상당 부분 살려 디자인했으며, 현대적인 마감과 소재를 적용했다. 숫자 표기 없이 바 인덱스를 적용한 것이 원작의 특징인데 이 부분을 그대로 살렸으며, 12시 방향의 역삼각형 야광 마크를 원형의 돌출 마크로 교체했다. 그리고 스테인리스스틸 소재였던 베젤을 현대적 세라믹 베젤로 교체해 긁힘에 더욱 강해졌다. 인덱스를 짧게 디자인한 대신 핸드가 대폭 길어졌으며, 다이얼 6시 방향에 날짜 창도 추가했다. 날짜 창 위에는 빈티지 폰트로 ‘superocean’을 새겼는데, 이는 원작과 매우 유사한 디테일이기도 하다. 다만 원작은 뾰족한 아플리케 인덱스가 3·6·9·12시 방향에서 원형의 야광 인덱스 위를 가로지르는 디자인이 매우 독특한데, 리메이크 모델에서는 이 부분을 없애고 모던한 인상으로 완성한 점이 다소 아쉽다. 또 베젤이 안쪽으로 꺼지는 경사면을 이루고, 글라스의 모서리가 둥글게 튀어나와 개성 넘치는 볼륨감을 전하던 부분도 변경되었다. 슈퍼오션 헤리티지 II는 총 4개의 베리에이션을 갖추었다. 스리 핸드에 날짜 창을 더한 블랙 다이얼 & 러버 스트랩 모델과 블루 다이얼 & 메시 브레이슬릿 모델, 스리 카운터 크로노그래프와 날짜 창을 갖춘 브론즈 다이얼 & 가죽 스트랩 모델과 블랙 다이얼 & 메시 브레이슬릿 모델이 그것이다.

LONGINES,Lindbergh Hour Angle Watch 90th Anniversary
론진은 파일럿 워치 분야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브랜드다. 미군 장교 필립 반 혼 윔즈와 함께 1920년대에 개발한 윔즈는 밀리터리 파일럿 워치의 시조 격으로 핵(hack) 기능을 적용해 정확한 시간 세팅이 가능했다. 1927년에는 미국인 비행사 찰스 A. 린드버그가 최초로 대서양 무착륙 단독 비행에 성공했을 때 론진의 시계가 비행 시간을 측정했다. 론진은 이 성공적인 횡단 비행 이후 즉시 린드버그와 협업해 론진 아워 앵글 워치를 제작했다. 장거리 비행 중 비행 경도를 측정할 수 있는 스케일이 새겨져 있었다. 2017년에 새롭게 탄생한 린드버그 아워 앵글 워치 90주년 기념 모델은 케이스 지름 47.5mm의 거대한 시계로 장갑을 낀 상태로도 충분히 조작 가능할 만큼 큰 크라운이 달려 있다. 큰 시계는 시인성이 좋지만 무겁다는 단점을 동반하는데, 케이스를 티타늄으로 만들어 무게 부담을 줄였다. 복잡한 계산 기능을 갖춘 시계이기 때문에 인덱스와 스케일을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투톤으로 다이얼의 기능을 분산했으며, 이너 다이얼과 베젤은 회전할 수 있게 설계했다. 파일럿은 시계를 외투 위에 착용하곤 하기 때문에 에이비에이터 타입의 여분 스트랩이 하나 더 들어 있다. 무브먼트는 지름 36.6mm의 ETA A07.111을 베이스로 제작한 셀프와인딩 칼리버 L699를 탑재했다. 90주년을 상징하는 90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소개한다.
에디터 이서연(janicelee@noblesse.com)
글 김창규(시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