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Special] 영광의 수상자
첼리스트, 시인, 배우, 골퍼 4명의 수상자에게 상의 의미와 수상 소감에 대해 물었다.

중앙음악콩쿠르 첼로 부문 1위 정우찬
저마다 생각하는 음악의 의미는 다르다. 누군가는 음악으로 슬픔을 치유하고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수단이 된다. 첼리스트 정우찬에게 음악은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놀이이자 기쁨 그 자체다. 일곱 살때 풍성하고 부드러운 첼로 소리에 반해 연주를 시작한 그는 12년째 첼로와 사랑에 빠져 있다. 첼로를 연주하는 것 자체가 행복한 그의 마음이 전해져서일까. 2009년 금호영재독주회로 데뷔한 이후 2014년 제8회 영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2위, 2015년 성정전국음악콩쿠르 1위, 2016년 동아음악콩쿠르 2위 그리고 올해 제43회 중앙음악콩쿠르에서 심사위원 전원 일치로 첼로 부문 1위를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피아노, 첼로, 성악 등 7개 부문으로 구성된 중앙음악콩쿠르는 성악가 조수미, 첼리스트 김우진, 피아니스트 김대진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다수의 음악가를 배출한 명망 있는 음악 콩쿠르 중 하나다. “중앙음악콩쿠르는 국내에서 굉장히 규모가 큰 콩쿠르라 4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끝나고 나서 아쉬움이 남았지만 1위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척 기뻤어요.” 아직 열아홉 살의 나이인데 상이 큰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을지 궁금했다. “중앙음악콩쿠르 1위가 제 삶을 외적으로 변화시킨 건 없어요. 다만 전보다 자신감도 생기고 더 열심히 연주를 하게 됐어요.” 각종 콩쿠르에 참가하면서 연주회를 여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2015년 경기영아티스트로 선정된 정우찬은 지안 왕, 어맨다 포사이스의 마스터클래스를 거쳐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 독주회 등 다양한 무대 경험을 쌓았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학교 음악 공연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지난 9월 첼로 앙상블 공연에 이어 10월 31일 학내 독주회에서는 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를 비롯해 4곡을 연주할 계획이라고. 또 내년 5월에 있을 프라하 봄 국제 음악 콩쿠르도 준비 중이다. 인생이 즐겁고 음악을 할 수 있어 기쁜 그에게도 연습을 거듭해야 하는 일이 쉽진 않을 터. “콩쿠르와 독주회 준비 과정이 너무 힘들어요. 하지만 음악 말고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무엇보다 제 연주를 듣고 위로를 받았다는 관객들의 말은 큰 힘이 돼요.” 풍부한 음악성과 안정적 기교, 여기에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만 변치 않는다면 조만간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서 우승한 첼리스트 정우찬을 마주할지 모른다.

창비 신동엽문학상임솔아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할 때, 듣기 좋은 달콤한 말보다 당신을 이해한다는 무언의 눈빛이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다. “오늘은 내가 무수했다 / 나를 모래처럼 수북하게 쌓아두고 끝까지 세어보았다 / 혼자가 아니라는 말은 얼마나 오래 혼자였던 것일까”(‘모래’ 중에서). 임솔아 시인의 시는 화려한 미사여구는 없지만 ‘당신만 슬프고 외로운 게 아니다’라고 솔직하고 담담한 어조로 위로를 건넨다. 2013년 시 ‘옆구리를 긁다’로 중앙문학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임솔아 시인은 2015년 소설 <최선의 삶>으로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 올해 첫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로 창비 신동엽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심사위원회는 그녀의 시집에 대해 “불의한 세계에 온몸으로 맞서는 존재의 분노와 슬픔이 충격적인 아름다움으로 이어진다”고 평했다. 빨래를 하고, 떠다니는 민들레 홀씨를 잡고, 창밖을 바라보는 일상 속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슬프고 우울한 감정을 그녀만의 방식으로 그린 것. 중계천과 첫 밥솥, 가방 등의 소소한 단어를 제목으로 지은 시는 그녀의 경험에서 흘러나온 우리의 이야기다. “제 경험담을 토대로 지은 시지만 제 안에 수많은 타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타인들도 제 시에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 안에 타인이 있듯, 타인 안에도 내가 있다고 믿어요.” 상을 받은 후 예전보다 많은 사람과 그녀의 글을 나누게 됐지만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상이란 참 복잡미묘한 것 같아요. 상을 탔다고 마냥 기뻐할 수는 없어요. 상은 제도권에서 주는 것이고 저는 아직 제도권의 호명을 받는 것에 익숙지 않아요. 그보다 앞으로 제가 좋은 글을 써나가는 게 중요해요.” 좋은 글이 무엇이냐고 묻자 “기준을 세우지 않는 문학요. 저도 모르게 좋은 글에 대한 원칙을 세울 때 그것을 끊임없이 지우며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문학을 위한 문학은 하지 말자는 신념은 가지고 있어요”라고 확고한 어조로 말했다. 작가로서 또 다른 상을 받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서른두 살이 되는 내년에 소설을 세상에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알알이 영근 이야기가 어서 우리에게 다가오길 한 명의 독자로서 바란다.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여자신인연기상이상희
중국의 안마방에서 일하는 불법 탈북자부터 눈치 보기 바쁜 맏며느리, 사랑이 서툰 미대 대학원생까지, 이상희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내는 배우다. 최근엔 TV 드라마 <20세기 소년소녀>에서 사회생활의 쓴맛을 보는 초임 변호사 장영심으로 분해 활약 중이다. 독립 영화와 상업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그녀는 현재 TV와 영화계가 주목하는 다재다능한 배우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녀는 수년 전만 해도 연기와는 전혀 관계없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이에 대해 그녀는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그만두니, 막연히 꿈꾸던 영화판에 뛰어들 용기가 생겼다고 말한다. “대학 시절 우연히 단편영화를 촬영하는 모습을 봤어요. 그때 스태프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눈이 기억에 남았죠. ‘영화가 뭔데 저렇게 좋아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고, 그게 뭔지 저도 알고 싶었습니다.” 이후 대학생의 영상 과제물 출연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은 그녀는 곧 독립 영화에서 주요 배역을 맡아 ‘독립영화계의 전도연’으로 거듭났다. 그녀의 남다른 개성과 연기력은 각종 수상으로 이어졌다. 2013년 미장센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 2014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독립스타상, 2015년 사할린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2017년 춘사영화상에서 신인여우상을 받은 것. “상을 받으면 조금 부담돼요. 오디션을 보러 가면, 사람들이 수상 경력을 보고 잔뜩 기대하는 게 느껴지거든요. 하지만 기쁜 마음이 더 큽니다. 저로 인해 영화가 한 번 더 언급되고, 같이 고생한 스태프들이 조금이나마 보상받는 거니까요.” 모든 상이 특별하지만, 그녀가 지난 5월 독립 영화 <연애담>으로 받은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여자신인연기상은 의미가 남다르다. “부모님이 영화 일은 잘 모르셔서 그동안 제가 상을 받아도 무덤덤하셨어요. 그런데 백상예술대상은 유명하잖아요. 무뚝뚝한 아버지도 저를 자랑스러워하시는 걸 보고 너무 기뻤죠.” 한편 그녀는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20세기 소년소녀> 촬영을 마치고 또다른 독립 영화와 상업 영화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팔색조의 매력으로 영화계에 뚜렷한 발자국을 남기고 있는 그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동아스포츠대상 남자 프로 골프 부문 올해의 선수상최진호
한국 프로 골프를 대표하는 선수 최진호는 2005년 KPGA 투어로 데뷔했다. 20세에 국가 대표를 거치고, 데뷔 이듬해에 첫 승과 KPGA 명출상(신인상)을 거머쥔 그는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하지만 그가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2008년 지독한 슬럼프가 찾아온 것. 비거리를 늘리려고 무리하게 몸을 키운 게 화근이었다.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당시 그가 택한 건 미국행이었다. “다시 기본부터 다졌어요. 체력 훈련에 집중해 몸을 만들었고, 스윙도 교정했죠. PGA 2부 투어 예선전에 참가하며 자신감을 되찾았습니다.” 2009년 겨울 한국에 돌아온 그는 이듬해에 레이크힐스오픈에서 4년 만에 우승컵을 차지하며 KPGA 재기상을 받았다. 또 2012년엔 메리츠솔로모오픈에서 우승해 자신의 경력을 완벽히 본궤도에 올려놓고 군에 입대했다. 이후 2015년 정식 복귀. 그는 2년이란 공백이 무색하게 SK텔레콤오픈에서 전 라운드 1위로 우승을 차지하는 괴력을 발휘하더니 2016년엔 최상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동부화재프로미오픈과 넵스헤리티지 2016 우승을 바탕으로 제네시스대상과 상금왕, 발렌타인스테이트루상, 골프 기자단이 선정하는 베스트 플레이어 트로피까지 받으며 4관왕에 오른 것. 이런 훌륭한 성적의 비결은 뭘까? “체력적으로 부족함이 없고, 가정을 꾸리면서 심리적으로도 안정됐어요. 예전엔 성적을 잘 내기 위해 자신을 압박했지만, 이젠 한층 여유를 갖고 시합에 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그는 국내 5대 프로스포츠(야구, 축구, 농구, 배구, 골프)를 아우르는 동아스포츠대상의 남자 프로 골프 부문 올해의 선수상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이 상은 각 종목별 선수들의 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해요. 포인트나 상금 같은 객관적 수치로 결정되는 상과는 다르죠. 무엇보다도 동료 선수들이 선정했다는 점이 저에게는 특별합니다.” 올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는 현재(10월 둘째 주) 상금 3위, 제네시스 포인트 1위를 달리며 KPGA 대표 선수로서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국내에서 주는 골프상은 거의 한 번씩 받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받고 싶은 상이 있다고. “미국 PGA 투어 신인상을 받고 싶어요. 신인상 받을 나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PGA 투어 진출은 오랜 꿈이니 기회가 되면 꼭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그가 정말 PGA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까? 왠지 가능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최진호라면 말이다.
에디터 피처팀
사진 김도원(인물) 헤어 구예영(고원), 이영재 메이크업 배지희(고원), 이아영 의상 스타일링 배보영, 신지영, 임정현 의상 협찬 레조르젯, 바톤, 벨지안 슈즈 by 유니페어, 보테가 베네타, 질 샌더, 카루소, 케이트앤켈리, 살바토레 페라가모, 페라가모 타임피스 by 갤러리어클락, 포튼가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