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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을 배우다

LIFESTYLE

나이가 들어감을 아쉬워하기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가 어쩌면 더 중요하다. 나이 듦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담은 책 3권.

어느덧 겨울, 슬슬 한 해를 마무리할 때가 오고 있다. 이는 곧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이 듦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는 제각기 다르지만, 달갑지 않다는 게 대부분의 반응이다. <무심하게 산다>의 저자 가쿠타 미쓰요도 그랬다. 20대 무렵 그녀는 예전 같지 않은 몸에 대해 유쾌하게 말하는 어른들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꼈다. 기름진 고기보다 살코기를 찾고, 한번 감기에 걸리면 질기게 오래가는 게 무엇이 즐겁다는 말인가. 그녀에게 나이 듦은 막연하면서도 두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도 시간이 흘러 중년이 됐고, 우려하던 변화가 찾아왔다. 아무리 운동을 해도 체중은 그대로고, 성격은 점점 급해지며 지성이던 피부도 어느새 건성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녀는 최근 이런 변화를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있다. 마치 이사를 앞두고 불안하지만, 정작 그곳에 가면 의외로 즐겁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는 이 책에서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을 통해 나이 듦에 따르는 변화를 ‘무심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세월에 맞서기보단 ‘지금의 나’와 사이좋게 지내는 게 또 다른 즐거움이라는 것이 요지. 나이 듦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유지하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인생학교 – 나이 드는 법>의 저자 앤 카르프(Anne Karpf)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고령자는 지금보다 훨씬 공경을 받아왔다. 고대 그리스에선 50세가 되기 전에는 배심원이 될 수 없었고, 17세기 유럽 남성들은 나이 들어 보이기 위해 하얀 가발을 썼다는 것이 증거 중 하나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고령자가 다음 세대에 전하던 지식과 가치가 쓸모없어지고, 의학이 발달해 노화가 극복 가능한 무엇으로 비치면서 나이 듦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두려움의 대상으로 변모했다. 저자는 오늘날 사회 전체에 만연한 ‘노령 공포’를 비판하며 나이 듦을 바라보는 제3의 접근법을 제안한다. 인생의 후반부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스스로 끊임없이 성숙하고 다채로워지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핵심.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 그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를테면 최근 신경학 연구에 따르면 중년기의 뇌는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탄력 있어서, 기억하는 내용을 더 잘 연결할 수 있다. 윈스턴 처칠이 66세에 총리가 되고,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80세에 자신의 걸작인 뉴욕 솔로몬 구겐하임 미술관 설계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나이 듦에 대한 우울한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은 이에게 추천한다.
<동물에게 배우는 노년의 삶>은 제목 그대로 인간이 아닌 늙은 동물의 삶을 다룬다. 저자 앤 이니스 대그(Anne Innis Dagg)는 코끼리와 고래, 침팬지, 늑대 등 다양한 동물에 대한 연구와 일화를 망라해 동물의 삶에서 노화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책에 따르면 비정한 자연의 세계에서 늙은 동물은 그저 비참하게 지낼 듯하지만, 사실 그들은 여러 방법으로 무리에 기여하며 살아간다. 예컨대 늙은 코끼리 암컷은 가뭄이 닥치면 수십 년 전에 가본 수원지로 무리를 이끌고, 늙은 범고래는 사냥 전략이나 이웃 고래 집단의 방언 등 평생에 걸쳐 얻은 지식을 무리에 전수한다. 또 늙은 개코원숭이 암컷은 젊은 개체보다 훌륭하게 자손을 키워낼 확률이 높다. 책에 실린 다채로운 사례를 살피다 보면, 동물이 인간보다 노년을 슬기롭게 헤쳐 나간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사회에서 연장자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오늘날, 이 늙은 동물의 이야기는 노인 문제를 좀 더 풍부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에디터 황제웅(hjw1070@noblesse.com)
사진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