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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뉴먼의 가장 비싼 손목시계

FASHION

할리우드의 전설적 영화배우 폴 뉴먼, 그가 자신의 유품으로 또 다른 전설을 만들었다.

Douglas Kirkland/Corbis via Getty Images

지난 10월 27일, 뉴욕 필립스 경매에서 전설적 영화배우 폴 뉴먼이 착용한 롤렉스 시계가 1775만 달러(약 200억 원)에 낙찰됐다. 손목시계 경매 역사상 최고가다. 손목시계의 역사를 다시 쓴 주인공은 롤렉스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Cosmograph Daytona)로 뉴먼의 아내인 배우 조앤 우드워드가 1968년 그에게 선물한 것. 1963년부터 1970년대까지 제작한 초창기 모델 중 하나인데, reference 번호 6239번이 붙은 이 시계를 뉴먼이 즐겨 착용하면서 ‘폴 뉴먼의 데이토나(Paul Newman Daytona)’로 불렸다. 조앤은 20세기 가장 아이코닉한 시계로 손꼽히는 이 시계를 뉴욕 티파니 매장에서 구입했다고.

드라마틱한 경매 현장
보통 시계 경매 현장의 분위기는 다소 지루하게 흘러가는 편이다. 그런데 이날만큼은 달랐다. 저녁 6시에 시작되는 경매를 앞두고 700여 명이 몰려 이미 5시에 빈자리가 없었을 정도. 시크하게 차려입은 중년의 컬렉터부터 유명 빈티지 시계 딜러, 셀레브러티, 심지어 롤렉스의 경영진까지 역사적인 낙찰의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함께했다. 전화 경매로는 세계 43개국에서 참여했는데, 필립스는 이날 특별히 16개의 현장 경매 패들과 전화 경매 16명, 총 32명으로 입찰 인원을 제한했다. 허위 낙찰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내비친 것. 이번 경매의 중요성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매 진행은 유명 시계 스페셜리스트 아우렐 박스(Aurel Bacs)가 맡았다. 그는 서면 입찰자가 제출한 가격 100만 달러를 시작가로 제시했다. 그러나 곧바로 전화기 너머 1000만 달러 입찰자가 등장하며 순식간에 입찰 폭이 10배나 뛰는 상황이 발생! 이 공격적인 입찰로 인해 현장 입찰은 초토화되었고, 이후 아무도 패들을 들지 못했다. 결국 전화 입찰자들 간 불꽃 튀는 전쟁이 벌어져 시작한 지 12분 만에 수수료 포함 1775만 달러라는 신기록을 세우며 세기의 경매는 막을 내렸다.

두 가지 비하인드 스토리
폴 뉴먼이 15년간 매일 착용한 이 시계에는 남다른 히스토리가 있다. 첫 번째는 아내 조앤 우드워드가 폴 뉴먼에게 선물하며 시계 뒷면에 ‘Drive Carefully Me’라고 각인한 것. 이는 카 레이싱 선수이기도 한 남편에게 조심해서 운전(착용)하라는, 남편에 대한 아내의 애정이 듬뿍 담긴 문구로, 부부는 지난 1969년 카 레이싱 영화 <위닝>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또 하나의 드라마는 1984년 이 시계를 폴 뉴먼이 자신의 딸 넬 뉴먼(Nell Newman)의 남자친구인 제임스 콕스(James Cox)에게 선물했다는 사실이다. 어느 날 집에 놀러 온 제임스에게 뉴먼이 시간을 물었고, 시계가 없다는 답변을 듣자마자 바로 손목에서 풀어 제임스에게 건넸다고. 이후 넬과 제임스는 결별했지만 지금까지 좋은 친구로 남아 이번 경매에도 함께 참여했고, 수익금의 일부를 ‘넬 뉴먼 재단’에 기부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드라마틱한 스토리와 함께 그들의 뛰어난 안목까지 소유할 수 있으리라는 감성적인 이유로 히스토리가 담긴 유명인의 소장품에 열광한다. 그러나 진정한 가치는 획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착용할 수 있고, 특유의 내구성으로 세월이 흘러도 고유의 가치가 흐트러지지 않는 데에 있지 않을까? 폴 뉴먼의 빈티지 롤렉스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 역시 시계 자체의 가치와 더불어 소유자가 시계에 본인의 이름이 붙을 정도로 영향력 있는 유명인이었다는 점, 그리고 시계에 담긴 극적이고 낭만적인 스토리가 어우러져 손목시계의 역사를 새로 쓰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윤성원(주얼리 칼럼니스트 & 컨설턴트)
에디터 엄혜린(eomering@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