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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비엔날레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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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에는 비엔날레라는 이름의 행사가 몰려 있다. 그중 건축, 디자인, 타이포그래피 등 다양한 장르를 대표하는 대규모 전시를 찾아갔다. 그들은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식량도시’에서 소개한 비엔날레 카페 전경.

공유 도시 서울을 상상하다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이하 서울비엔날레)는 도시와 건축을 화두로 내건 서울 최초의 비엔날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도시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시민과 공유했다는 점에서 그 역할은 톡톡히 해낸 듯하다. 다소 명징하지 않은 주제어 ‘공유 도시’에서 최대한 많은 속성을 뽑아내 도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시한 점만 보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취를 이룬 것은 확연하다. 전 세계 50개 도시가 직면한 문제를 모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한 ‘도시전’은 낡고 번잡한 전시 방식과 더불어 관람자에 대한 기본적 배려가 부족했지만 그 안에도 진주는 있었다. 대표적 예가 바로 평양의 실제 아파트를 모델하우스처럼 재현한 ‘평양살림’이다. 꼼꼼한 리서치와 감각적인 디스플레이가 조화를 이룬 ‘평양살림’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는데 특히 평양 출신 새터민을 가이드로 삼은 것은 탁월한 묘수였다.

‘평양살림’에서 보여준 평양 시민의 주거지.

해석하기 힘든 패널의 홍수였던 ‘도시전’에 비해 메인 테마 ‘공유 도시’의 단면을 보여주는 ‘주제전’은 그 장소부터 내용까지 DDP에서 마주한 경험을 단숨에 상쇄할 만큼 환상적이었다. ‘주제전’이 열린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조선시대 한옥과 일제강점기, 그리고 1980년대 근대 건물 등을 도시 재생을 통해 리모델링한 곳으로 장소의 매력이 실험적 콘텐츠와 절묘하게 어우러진 스폿이었다. 작품들은 균질하고도 빼어난 매력을 갖추었는데 움직이는 건축인 자율형 건축 로봇, 대나무와 균사체로 재배한 건축 재료, 태양광을 이용한 지하 식물 기르기 등은 뭇사람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메인 전시인 ‘도시전’과 ‘주제전’과는 별개로 진행한 ‘생산도시’, ‘똑똑한 보행도시’, ‘식량도시’ 프로젝트는 서울비엔날레의 물리적 반경을 넓히면서 도시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했다는 면에서 흥미롭다. 특히 ‘식량도시’ 프로젝트에서 진행한 도시 농업과 이를 기반 삼아 식당과 카페를 실제 운영하는 선순환의 사이클은 단순한 디스플레이 그 이상의 실질적 체험을 제공하며 근미래에 펼쳐질 도시의 변신이 우리 삶과 어떤 맥락으로 연결되는지 효과적으로 보여주었다. 또한 색을 영리하게 활용해 시각적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해낸 그래픽 아이덴티티는 서울비엔날레에 일종의 축복이었음이 분명하다. 9월 2일~11월 5일

주목할 만한 시선  ‘평양살림’, ‘식량도시’

 

 

1 러스트의 ‘읽다/쓰다/다시쓰다’.   2 ‘쓰기의 시간들’.

몸과 타이포그래피가 만날 때타이포잔치 2017 : 몸
타이포그래피는 문자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하는 시각예술의 한 분야다. 그래픽디자인의 중요한 표현 방식이자 소통 도구로서 그 중요성은 막중하다. 그래서 세계 유일의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타이포잔치는 항상 절반의 흥분과 절반의 불안함이 공존한다. 타이포그래피를 똑 떼어내 일반적 주제와 결합하는 시도가 과연 어떤 의미와 결과를 도출할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타이포잔치는 몸을 주제로 정했지만 비엔날레 전체를 촘촘하게 조이는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동시에 느슨한 주제의식에서 용인된 다양한 작업이 갖는 긍정적 효과는 확실했다. 바로 우리 주변에 엉겨 붙은 타이포그래피적 시각을 세심한 공정을 통해 대중에게 노출시킴으로써 그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강화했기 때문이다. 포스터와 영상, 인터랙티브 작업의 양적 비율은 종이 매체에 다소 쏠려 있었지만 균형 있게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중 인공지능을 활용한 네덜란드 디자인 그룹 러스트(Lust)의 인터랙티브 작품 ‘읽다/쓰다/다시쓰다’는 최신의 국제적 흐름을 보여줬다는 면에서 그 역할을 다했다. 무엇보다 감탄한 부분은 전시의 디스플레이 측면이다. 입체가 아닌 평면 세계에서 쌓아 올린 감각을 집요하게 투입하며 다소 낯설면서도 날 선 미감을 구현했다. 시각적 측면에서 이렇게 온전히 디자인된 전시가 과연 요 근래 몇 개나 있었는지 선뜻 말하기 곤란할 정도다. 문화역284라는 공간이 지닌 역사성과 그 공간의 맥락적 힘이 워낙 강한 터라 전시를 꾸밀 때마다 늘 난관을 겪는데, 이번에는 아예 그림자처럼 스며들면서 시각적 충돌이 없었다는 점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전시 공간 형성에 그만큼 힘을 싣지 못할 정도로 예산 문제를 겪었다는 걸 방증하니까 말이다. 타이포그래피 분야를 대표하는 거장의 출현이 전무해 일반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지 못했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주제의식으로 단일하게 묶을 수 없는 디자이너의 참여에서 다양성과 의외성을 뛰어넘는 플러스알파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는 다음 비엔날레에도 동일한 숙제로 남을 것이다. 9월 15일~10월 29일

주목할 만한 시선  ‘쓰기의 시간들’, ‘읽다/쓰다/다시쓰다’

 

 

3 아카이브 전시 ‘오래된 미래’.   4 ‘디자인페어’ 전경.

디자인의 수많은 미래들2017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올해 7회째를 맞은 아시아 유일의 디자인 비엔날레는 앞으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과연 비엔날레는 무엇을 보여주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당 따라오는 실험성과 방향성의 측면에서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제는 4차 산업 혁명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의 역할론을 강조한 ‘미래들’로 정했지만 그 콘텐츠와 전시 문법이 퇴행적이었다. 특히 스마트기술을 이용한 제품과 집, 사회, 운송 수단, 쇼핑 라이프, 3D 프린팅 등을 다루며 전시의 메인 섹션으로 내세운 ‘미래를 디자인하자’와 ‘미래를 창업하자’에서 그 현상이 도드라졌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새로운 정보와 영감을 주기보단 시간을 거슬러 이미 보편화된 미래를 다룬 덕분에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점, 정보 습득과 체험 사이의 어중간한 디스플레이가 관람의 재미를 희석시키는 점은 두고두고 아쉽다. 더불어 아시아 디자인의 가치를 재발견한다는 ‘아시아 더 퓨쳐’ 섹션은 이미 수많은 전시에서 기술 중심 서양 문명의 대척점으로 다뤄온 동양의 전통과 지역성이란 콘텐츠를 보기 좋게 배치하는 데 그쳐 새로운 시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오히려 현실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저성장과 기후변화를 반영한 디자인 접근 방식을 마켓이라는 형식으로 녹인 ‘디자인페어’였다. 손으로 하나하나 그린 레터링은 컨셉추얼한 재미가 있고 판매를 통해 전시 주제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이 여타 섹션보다 신선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방향성과 주제의식을 상실한 채 ‘미래’라는 라벨을 붙인 콘텐츠를 이곳저곳에서 끌어와 전시관에 밀어 넣는 행태는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특히 <택시 운전사>에 출연한 자동차와 새로 출시한 인기 스마트폰 부스를 전시장 로비에 배치한 것은 포퓰리즘적 오판이라고 본다. 이번 비엔날레는 평소 생각지 못한 문제의식을 북돋운다. ‘과연 디자인 비엔날레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에게 정말 의미 있는 행사인가’란 질문을 던져야 할 필요성을 자극한다. 자신 있게 ‘미래들’이란 대주제를 던지면서도 아이러니하게 과거의 백화점식 전시 문법을 답습하며 이미 대중화된 미래 관련 콘텐츠를 퇴행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디자인 비엔날레 무용론에 영향을 미친 예로 남을까 우려된다. 9월 8일~10월 23일

주목할 만한 시선  ‘오래된 미래’, ‘디자인페어’

 

에디터 전종현(harry.jun@noblesse.com)
자료 제공 광주디자인센터, 김상규(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사무국, 서울특별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