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or Meets Basic
분더샵 패션 위크를 축하하며 한국을 방문한 디자이너 마르코 데 빈센초(Marco de Vincenzo). 이탈리아 패션의 새로운 세대를 대변하는 그가 논하는 독창적인 디자인 세계와 스타일.

블랙 가죽 바이커 재킷 Acne Studios, 도톰한 두께의 화이트 티셔츠 Prada, 포켓에 키치한 자수 장식을 더한 데님 팬츠 Fendi Men, 블랙 레이스업 슈즈 Church’s.
컬러를 가미한 베이식 룩
마르코 데 빈센초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그리고 이번 방문의 목적이 궁금합니다. 디자이너 마르코 데 빈센초입니다. 2009년부터 제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인스피레이션(inspiration)’을 테마로 진행하는 여섯 번째 분더샵 패션 위크에서 2018년 S/S 시즌 컬렉션 룩을 소개하고자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제 고향인 시칠리아의 유유자적하고 아름다운 색감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이죠. 그리고 고객들을 직접 만날 수 있어 행복합니다.
분더샵과는 어떻게 인연이 시작됐는지 궁금해요. 운이 좋았습니다. 몇년 전 분더샵 관계자가 쇼룸에 전시된 수많은 브랜드 중 제 옷을 맘에 들어했고, 이후 인연이 시작됐어요.
당신이 이끄는 브랜드에도 궁금증이 생기는데, 마르코 데 빈센초의 룩을 보면 강인한 에너지가 느껴져요. 특히 컬러 매치가 아름답습니다. 옷은 보는 순간 사람을 끌어당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옷은 강렬한 첫인상에 한 번 반하고, 가까이에서 보면 섬세함에 다시 한번 놀랍니다. 저는 컬러를 사용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요. 이 모든 작업은 계산하고 진행하지 않으며,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컬러라도 본능을 믿고 시도합니다. 이는 제가 이끄는 컬렉션에서도, 평소 즐기는 룩에서도 드러나는 특징입니다.
21세에 펜디 액세서리 부문 수석 디자이너를 거쳐 2009년 브랜드 런칭, 2014년엔 LVMH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전 세계가 당신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레이블을 런칭한 3년간은 굉장히 힘들었어요. 뭐든 혼자 해야 했으니까요. 그 후 LVMH과 6년간의 계약 기간을 두고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더욱 자신 있게 디자인에 열정을 쏟을 수 있게 됐어요. 이제는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과 중동, 미국, 아시아 등 80여 개국에서 제 옷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마르코 데 빈센초는 어떤 여성을 위한 옷을 선보이나요? 디자이너로서 가장 희열을 느낄땐 누군가 제 옷을 입는 순간입니다. 오랫동안 마르코 데 빈센초 옷을 입은 여성들을 눈여겨봤어요. 그 속에 공통점이 있더군요. 용감하고 패션을 사랑하며, 컬렉션 룩 모으는 것을 즐기는 여성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패션 도시가 아닌 휴양지 시칠리아섬에서 성장했네요. 이런 점이 디자인에 어떻게 반영됐나요? 어릴 적부터 만화책 보는 것을 좋아했는데, 열네 살 때부터는 옷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올여름, 그때의 스케치북을 보고 깜짝 놀랐죠. 지금 제가 만드는 옷과 비슷하더군요. 돌체 앤 가바나 역시 고향인 시칠리아를 찬양하지만 저는 표현 방식이 달라요. 제 개인적 감정과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습니다.
당신의 평소 스타일이 궁금합니다. 어떤 스타일을 추구하나요? 화려한 여성복을 만드는 반면 저는 베이식한 아이템을 즐깁니다. 특히 티셔츠를 좋아하는데, 화이트 티셔츠는 거의 집착 수준이에요.(웃음) 단, 룰이 있어요. 베이식 아이템일수록 질 좋은 소재로 만든 것을 고집합니다. 그런데 단순하고 절제된 옷만 입으면 지루하잖아요. 그래서 룩 전체적으로 큰 카테고리를 차지하진 않지만 주황, 노랑, 핑크 같은 컬러 포인트를 수줍게 가미해 옷을 입어요. 빈티지 숍에서 흔하지 않은 패션 아이템을 고르는 것도 좋아하고요.
오늘 입은 룩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평소 레이어링을 즐기지 않아요. 오늘도 여러 개의 패션 아이템을 걸치지 않았어요. 가죽 재킷과 데님 팬츠, 흰색 티셔츠가 다죠. 최소한의 아이템이지만 나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아이템입니다. 남들은 모를지도 몰라요. 하지만 눈여겨보면 제 옷에는 나름 포인트가 있어요. 마치 숨은그림찾기처럼! 오늘은 포켓에 미스터리한 형체의 키치한 얼굴을 장식한 데님 팬츠를 입었고, 걸을 때마다 보이는 빨간 양말을 매치했어요. 첫눈에 드러나는 화려함보다 순간 순간 느껴지는 소소한 자극을 즐기며 옷을 입습니다.
좋아하는 브랜드는 무엇인가요? 패션 디자인의 혁명을 가져온 프라다, 창의적이고 젊은 에너지의 아크네 스튜디오와 크리스토퍼 케인을 좋아합니다.
스타일에 대한 본인만의 지론이 있나요? ‘이것만은 고수한다’는 룰이나 법칙 말이에요. 옷을 디자인하는 것도 그렇지만, 실제로 옷을 입을 때는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옐로 컬러 티셔츠를 입고 싶다면, 다른 아이템의 컬러는 과감하게 포기해야 합니다. 욕심을 부리지 않습니다. 티셔츠가 돋보이려면 티셔츠 컬러만으로 충분하니까요.
Check His Wardrobe

1 핫 핑크 컬러와 펩시 로고의 만남이 유쾌한 캡 Sweet Sktbs. 2 스트라이프 패턴 벨트 Prada. 3 룩에 소소한 재미를 더하는 체인 네크리스 Mio. 4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의 블랙 컬러 가죽 백팩 Fendi Men. 5 로스앤젤레스 여행 중 빈티지 숍에서 구입한 용 프린트 티셔츠 6 레오퍼드 프레임의 빈티지 무드 선글라스 Fendi. 7블루 포인트의 트레이닝 팬츠 Fendi Men.
에디터 정순영(jsy@noblesse.com)
사진 강필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