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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마주한 예술

ARTNOW

생각지 못한 장소에서 만나는 서울의 아트 프로젝트 소식을 전한다.

1 우이신설선 성신여대입구역에 설치한 김영나 작가의 ‘Set V.9: 패턴’.
2 지하철 역사 내에 서울의 장소적 의미를 다양한 시각예술로 구현한 서울아트스테이션 프로젝트.

예상치 못한 선물이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듯, 생각지도 못한 예술과의 만남은 낯설지만 기분 좋은 경험을 선사한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혹은 주말 나들이를 떠난 공원 등 우리 생활 속에서 마주할 수 있는 예술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어디에나 예술은 있다
서울시는 지난 9월 2일부터 서울의 장소적 의미를 다양한 시각예술적 방법으로 구현한 2017 서울아트스테이션을 선보인다. 서울시가 작년부터 개최한 서울아트스테이션은 일반 시민이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 역사 등 서울 도심에서 예술을 마주할 수 있는 공공 예술 프로젝트다. 작년엔 서울역, 종로, 고속버스터미널 광고 게시판에 예술 작품과 미술관 홍보 포스터 80여 점을 전시했으며 올해는 지난 10월 31일까지 용산·서초구 등 서울시 14개 구 버스 정류장에서 150점, 12월 31일까지 우이신설선 보문역·솔샘역·정릉역·북한산우이역에서 148점, 성신여대입구역에서 2점 총 5개 역에서 150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2012년 결성한 그래픽 디자이너 모임 타불라라사의 ‘서울랜드’, 디자이너 김한솔과 조희연이 함께하는 4242의 ‘서울흐르기’, 디자인 워크숍 그룹 3분1초의 ‘이상한 악보 #1~5’ 등이 지하철 역사의 화이트 벽면을 장식했다. 그중 ‘서울흐르기’는 서울을 에너지가 흐르는 하나의 몸으로 보고 수많은 에너지와 생명이 움직이는 모습을 주황색 굵은 선으로 형상화했다. 우이신설선 성신여대입구역에서는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김영나 작가의 작품 ‘Set V.9: 패턴’을 감상할 수 있는데, 빨간색·초록색·검은색·노란색의 기하학적 형태를 재배열한 벽면 설치와 라이팅 패널 2가지 버전으로 구성했다.

서울로의 상징성과 복잡한 구조를 예술적 의미로 재해석한 정혜련 작가의 설치 작품 ‘예상의 경계’.

국내 최초의 고가 보행길로 탄생한 서울로7017에 간다면 헬로!아티스트 서울로 전시관을 한번 들러봐도 좋을 듯하다. 네이버문화재단은 서울시와 업무 협약을 맺고 지난 5월 개관한 헬로!아티스트 서울로 전시관에서 젊은 시각예술 작가들의 전시를 선보여왔다. ‘키스 키스’를 주제로 서울로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이 경험한 사랑의 유형과 감정을 표현한 이우성 작가에 이어, 빛과 움직임이 공존하는 3차원 공간에 그림을 그리는 설치 작가 정혜련이 11월 19일까지 설치 작품 ‘예상의 경계’를 선보였다. 그는 작업 시 설정한 주제나 공간의 특성에서 아이디어를 찾는데, “고가 보행길이 공간과 문화를 연결하는 또 다른 길이라는 사실에 중점을 뒀어요. 서울로의 상징성과 복잡한 구조 등을 예술적 의미로 재해석하고자 했습니다”라고 작품 창작 의도를 밝혔다. 12월 초부터 내년 1월까지 전시를 여는 김종범 디자이너는 산업화된 디자인 생태계에서 벗어나 사물의 새로운 쓸모를 찾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의 대표작 ‘도로 난간에 덧대는 테이블’이나 ‘라이프사이클’ 시리즈처럼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물건을 재발견하고 서울의 기억을 이어주는 유쾌한 매개체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내년 1월부터 3월까지는 최윤석 작가의 작품이 서울로 전시관을 풍성하게 채울 예정이다.

3 공연자와 관객의 경계 없는 교류를 목표로 삼는 예술 프로젝트 월례움직임.
4 지난 9월 26일 관객의 움직임에 반응해 즉흥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 김명신 작가.

매달 마지막 주 화요일 오후 7시. 당신은 서울 미지의 공간에서 우연히 월례움직임(Monthly Performance)의 공연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싶겠지만 안무가 위성희, 장현준, 최은진이 2016년에 공동 설립한 월례움직임이 진행하는 예술 프로젝트 이야기다. 즉흥적으로 성립 가능한 예술을 공연하고, 공연자와 관객의 경계 없는 교류를 목표로 삼는다. 이제껏 공동 설립자 3명 외에 이주원, 정언진, 조아라 작가 등이 공연에 참여했으며 이들이 다음 공연자를 섭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설립자 중심의 특정 기호를 탈피하고 다양함을 수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장소도 신촌극장, 연희동놀이터, 소쇼룸 등 매달 변화를 주는 것이 특징. 원래 미술 작품 쇼룸으로 이용하던 을지로3가의 소쇼룸은 지난 9월 26일 월례움직임의 공연 장소로 탈바꿈했다. 이날 취재를 위해 찾은 공연장에서는 김명신, 장현준, 김기영 작가가 각각 15분 동안 공연을 펼친 후 관객과 약 2시간 동안 자유로운 대담을 나눴다. 단순히 작가의 예술 세계를 펼치기 위한 목적의 공연이 아니라 관객과의 소통을 통해 완성하는 예술가의 실험 무대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그동안 내면의 에너지를 발현하는 데 집중해온 김명신 작가는 관객의 움직임과 시선에 반응해 즉각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관객은 “다른 사람들의 상태를 관찰해야 해서 은연중에 불안감이 느껴졌다”, “정적인 응시로 시작해 시선이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하나의 원칙으로 작용해 몸으로 확장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등 다양한 피드백을 건넸다. ‘언어가 경험을 조작한다’는 것을 명제로 공연을 펼친 장현준 작가, 마지막으로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창작지원금 지원사업 모집 과정에서 서버가 다운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김기영 작가의 영상 퍼포먼스 ‘F5 Meditation’이 이어졌다. 명상 안내 자막과 함께 끊임없이 인터넷이 로딩되는 과정에서 “실제로 명상을 경험했다”, “서버가 다운되는 실제 과정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점이 흥미롭다” 등 다채로운 평가가 잇따랐다. 공연자들에게 장점을 묻자 “결과물뿐 아니라 과정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작업 전반에 대해 존중받는 느낌이 들어 좋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렇듯 월례움직임의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앞으로 작가의 창작과 관객의 관람, 그들의 자유로운 대화가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문화가 형성되길 기대한다.

 

에디터 최윤정(amych@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