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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배우니 좋지 아니한가

LIFESTYLE

전통적인 지식 플랫폼 형식인 강연부터 소셜 네트워크와 1인 비즈니스를 활성화한다는 오프라인 모임까지, 지식을 나누는 다양한 방식을 소개한다.

1, 2 작년 4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테드 컨퍼런스.

우버,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 경제 플랫폼에 이어 이제는 지식도 독점하지 않고 모두 함께 나눠 갖는 시대가 왔다. 배우고 가르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무슨 소리냐고? 이는 학교를 벗어나 웹사이트, 앱 등의 기술 플랫폼에서 지식을 다양한 목적으로 향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1984년 리처드 솔 워먼이 설립한 테드(TED, 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는 대표적인 전통적 강연 형태의 지식 플랫폼. ‘알릴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ideas worth spreading)’를 모토로 앨 고어, 댄 길버트, 제인 구달 등 세계의 저명인사가 18분 동안 기술, 오락, 디자인 등을 주제로 연설한다. 매해 4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정기 콘퍼런스를 개최하는데, 참가비가 약 1만 달러(1000만 원)로 경쟁률이 치열하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강연이 어떻게 전 세계 팬들에게 사랑받는 대표적 지식 공유 플랫폼의 대명사가 된 걸까? 이는 인터넷의 발달과 깊은 관련이 있는데, 2001년 테드를 인수한 크리스 앤더슨은 그동안 비공개였던 테드 강연을 2006년부터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1회당 1000만 원의 가치가 있는 콘퍼런스를 무료로 공개하자 주위에서는 테드의 존립 자체가 불투명해질 거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테드의 인지도와 콘퍼런스 참가 신청 열기는 전보다 높아졌는데, 지식을 무한 공유한다는 단순한 사실 때문이었다. 2010년 구글 애널리틱스, CNN 등의 조사에 따르면 ted.com에서 비디오 뷰 비율이 52%로 가장 높지만 실제로 큰 입소문 효과를 내는 건 6%의 드러나지 않은 뷰어다. 일례로 블로그에 강연 영상을 올리면 불특정 다수가 이를 통해 테드를 알게 되고, 내용을 계속 퍼뜨리는 파생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 이뿐만이 아니다. 비영리단체인 테드는 중국어, 한국어, 이탈리아어 등 2만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수많은 언어로 영상 자막을 제공해 높은 영상 시청률에 한몫한다. 작년 정기 콘퍼런스에서는 ‘미래의 당신(the future you)’을 주제로 테슬라와 스페이스X 대표 일론 머스크, 프란치스코 교황 등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건넸다. 바티칸시에서 촬영한 영상을 보낸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별개로 독립적인 나가 아닙니다. 소외되는 자 없이 모두가 함께 서야 미래를 세울 수 있습니다. 미래는 다른 사람을 당신으로 여기고 자신을 우리로 여기는 사람들의 손에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우리가 만들어갈 포용의 미래를 강조했다.

테드 기획자 크리스 앤더슨이 일론 머스크를 인터뷰하는 모습.

유저의 실시간 의사소통을 위해 탄생한 SNS는 지식 공유의 수단으로 사용된다. 이를 활용한 대표적 예가 바로 질의응답 웹사이트 쿼라로 위키피디아처럼 질문과 답변을 협의해 편집할 수 있으며, SNS와 연동돼 질문에 대한 답변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2009년 6월 페이스북 전 CTO 애덤 댄젤로와 찰리 치버가 설립해 2010년 1월 회원제로 운영을 시작했다. 매달 쿼라 방문자 수는 1억9000만 명에 달하는데 얕은 지식이 아니라 해당 분야 전문가 혹은 질문 당사자가 직접 대답해 위키피디아를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오바마 대통령은 농구를 잘하나요?”라는 질문에 당사자인 오바마 대통령이 “머리 색깔은 하얗게 변해가지만 점프는 괜찮은 편입니다. 저는 직원이나 친구들과 농구 시합을 할 때 대통령이라고 해서 봐주지 말라고 합니다. 몇 년 전 농구를 하다 누군가의 팔꿈치에 입술을 부딪혀 열두 바늘을 꿰맸습니다”라는 답변을 올려 방문자들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또 “SF 영화에 등장하는 미래형 우주복처럼 보이는 스페이스X의 우주복 제작 비용은 얼마인가요?”라는 질문에 휴스턴의 존슨 우주센터에 근무한 엔지니어가 “최소 300만 달러(약 33억 원)에서 최대 5억 달러(약 5500억 원)가 소요된다”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는 식이다. 하지만 쿼라가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는 사실 전달보다 질문을 통해 정신적 통찰력을 높이는 데 있다. 쿼라 담당자는 “우리는 하나의 질문을 통해 서로 다른 세계를 엿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것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훌륭한 도구로 기능할 것이라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3 일반 수업부터 전문 자격증까지 광범위한 교육을 제공하는 커뮤니티 모바일 앱 ‘지덕체’.
4 인공지능 추천 서비스 지식i를 더한 네이버 지식인.
5 SNS와 연동한 질의응답 웹사이트 쿼라.

작년 중국 국가정보센터가 발표한 중국 공유 경제 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온라인에서 지식 분야와 관련해 이뤄진 거래액은 610억 위안(약 10조601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205%나 증가세를 보였다. 2011년 쿼라를 벤치마킹해 설립한 즈후는 문답형 지식 공유 서비스는 물론 온라인 강연과 전자책 서점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 중이다. 국내에선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지식인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2002년 질의응답 서비스 지식인을 처음 선보인 네이버는 질문에 답변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작년 6월 인공지능 추천 서비스 지식i를 더했다. 지금까지 구축한 정보 빅데이터를 활용, 질문을 등록할 때 추천 알고리즘을 적용해 새로운 질문을 입력하면 가장 유사한 질문의 우수 답변을 자동으로 추천한다. 아직은 신규 질문 중 10~15% 정도만 답변 추천 기능을 적용했으며 앞으로 범위를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개인이 경험을 통해 체화한 지식을 나누는 오프라인 플랫폼도 있다. 1인 비즈니스와 자기 개발에 대한 수요에 힘입어 커뮤니티 플랫폼 ‘위즈돔’과 모바일 앱 ‘지덕체’ 등이 생겨난 것. 위즈돔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듯 사람 도서관 제도를 통해 원하는 사람을 만나서 실전 경험을 체득할 수 있는데 비즈니스와 스포츠, 예술 등의 분야에서 배우고 싶은 사람을 선택하면 된다. 대규모 강의가 아닌 10명 내외의 원 데이 클래스로 서울뿐 아니라 대전, 부산 등에서 운영 중이다. 지덕체는 언어, 예술 등 일반적 수업뿐 아니라 취미부터 전문 자격증 교육까지 분야가 광범위한 것이 특징이다. 강사 스스로 자유롭게 커리큘럼을 등록해 메이크업, 코딩, 드론, 뜨개질 등 소소하고 전문적인 분야까지 두루 경험할 수 있는 것. 지덕체는 “오늘 지덕체를 통해 배운 수강생이 내일 강사가 되어 가르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지식을 주고받은 사람간의 역할 경계가 자유롭습니다”라고 자신들의 장점을 밝혔다.
수많은 공유 플랫폼이 생겨나고 있는 지금, 무조건 지식을 수용하기보다 받아들이는 자세에 대해 서로 생각해봐야 한다. 지식은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수단을 넘어 즐거운 놀이이자 무엇보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세상을 보다 폭넓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통찰의 장이 될 수 있다. “배우는 것은 강렬한 쾌락이다. 몇 살을 먹었든 배우는 자의 육체는 그때 일종의 확장을 체험한다”고 배움의 기능에 대해 역설한 소설가 파스칼 키냐르의 말처럼 궁극적 목적에 충실할 수 있길 바란다.

 

에디터 최윤정(amych@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