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서울의 낮과 밤
눈이 내리면, 이 도시 서울도 꽤 괜찮은 곳으로 변한다. 포토그래퍼 2인이 바라본 눈 덮인 서울의 낮과 밤은 쓸쓸하고 아름답다.

사진 기성율
서울역 눈망울처럼 렌즈도 젖는다. 수채화처럼 빛이 번지고 초점이 뭉개진다. 흐릿한 도로로 쉼 없이 사람이 지나간다. 그들은 금세 소실점으로 사라지고 소음도 이명처럼 잦아든다. 순식간에 거리는 진공상태가 된다. 이 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쓸쓸했을까? 초등학교 겨울방학 때 찾은 서울역의 모습은 웅장했다. 돔처럼 솟은 역사 지붕은 제국의 궁전을 연상시켰고, 스카이라인을 따라 세운 고가도로는 미래로 향하는 길목 같았다. 거기엔 어떤 속도가 있었다. 난생처음 겪는 빠른 템포로 사람과 차량은 움직였다. 40대 겨울에 마주한 서울역은 처연하다. 어떤 피로감으로 팽배하고 느릿하게 흘러간다. 이제 이곳은 입구가 아닌 경계다. 희미한 것들과 조우하는 문 같은 곳. 이맘때 이 거리는 아련하다. 아마도 그런 기억이 있었나 보다.

사진 김성룡
이태원 네온사인과 인파, 환호와 카니발. 이 거리는 과장돼 있다. 그들의 몸짓이나 웃음이, 서로를 반기는 제스처가 낯설다. 이태원의 겨울은 연기처럼 휘청거린다. 위태롭지만 매력적이고 쓸쓸하지만 달콤하다. 이 거리의 장점이라면 누구든 이방인으로 만든다는 것. 당신이 어디에서 왔건, 피부색이 어떻건 우린 모두 낯선 사람. 그래서 모두를 반기고 누구든 품에 안는다. 그 화려함이 좋아 이태원을 찾았다. 취한 듯, 홀린 듯 거리를 쏘다녔다. 밤이 깊어지면 이 거리는 스위치를 내린다. 막이 내린 연극 무대처럼 공허함이 폐부를 깊이 찌른다. 파티가 끝나고 도망치듯 거리를 헤맨다. 뉴욕이나 런던, 뮌헨이나 암스테르담, 어떤 곳의 이름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골목이 나온다. 희미한 온기와 어지러운 발자국만 남았다.
에디터 조재국(jeju@noblesse.com)